주간동아 837

2012.05.14

연금 잘 관리하고 건강 챙겨라

40대 노후 준비법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5-14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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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잘 관리하고 건강 챙겨라
    ‘앞으로 회사에 나올 날이 지금까지 다닌 날보다 적다니….’

    40대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봄직한 생각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5세 안팎이라고 알려졌지만, 샐러리맨이 체감하는 퇴직 연령은 훨씬 빠르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0년 직장인 7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이 체감하는 평균 퇴직 연령은 48.2세다. 기업 형태별로는 공기업 종사자만 52.2세라고 답했고, 나머지 대기업(47.8세), 중소·벤처기업(47.3세), 외국계 기업(47.2세) 근로자는 40대 후반에 직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

    40대는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정점에 이르렀거나 정점을 향해 치닫는 시기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근무연수에 비례해 월급이 오르는 연공서열 방식의 급여제도를 채택한다. 따라서 퇴직 전 지위와 급여가 가장 높다. 연령대별 소득 통계만 보더라도 40대 월평균 소득(429만 원)이 30대(390만 원)나 50대(421만 원)보다 많다. 하지만 소득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40대가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높은 곳에 서면 추락의 공포가 엄습해오듯, 퇴직을 눈앞에 둔 40대는 언제 사회적 지위가 떨어지고 소득이 줄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다. 정상에 올라섰다는 건 이제 내려가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소득이 늘면 지출도 늘게 마련이다. 월평균 소득이 가장 많은 40대는 월 지출 규모도 363만 원으로 가장 많다. 소득에서 지출을 제하고 나면 미래를 위해 저축할 돈으로 66만 원이 남는다. 40대의 지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교육비다. 자녀가 초중고교에 진학하면서 사교육비가 급증해 40대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9%나 된다. 30대 이하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6.7%)의 2배가 넘는다. 문제는 퇴직과 함께 소득이 사라져버린 뒤 소비 수준을 갑자기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그렇다.

    공자는 나이 마흔이면 세상일에 흔들림이 없다는 의미에서 ‘불혹(不惑)’이라고 했는지 몰라도, 요즘 40대는 ‘불안’의 시기를 보낸다. 이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평균수명과도 관련 있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만 해도 중국인의 평균수명은 서른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 마흔까지 살면 불혹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 테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선 현대인에게 마흔은 인생의 반환점에 해당한다. 이제 겨우 절반밖에 오지 않았는데 사회적 지위와 소득은 정점에 가까워졌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연금 잘 관리하고 건강 챙겨라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기

    연금 잘 관리하고 건강 챙겨라

    2011년 서울시 조사 결과, 40대는 20대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에서도 40대는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기다. 지난해 소비자 리서치 업체 틸리언패널이 4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7%가 40대의 가장 큰 고민으로 ‘노후 준비’를 꼽았다. 그리고 ‘재테크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66%가 ‘노후 대비를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을 위해 뒷전으로 미뤄온 노후 준비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40대의 절박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고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 40대는 ‘3층 보장’의 수혜를 받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다. 3층 보장이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활용한 노후 준비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국민연금을 처음 도입한 때가 1988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났다. 국민연금의 완전노령연금을 수령하려면 20년 이상 가입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금 40대는 대부분 그 자격을 갖췄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재 완전노령연금은 월평균 79만 원 정도다.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는 데 월 200만 원이 든다고 할 때, 노령연금으로 생활비의 3분의 1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술은 20대보다 많이 먹고, 운동은 60대보다 적게 해

    부족한 노후 생활비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저축제도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한 것이 2001년이다. 연금저축은 매년 납입하는 금액에 대해 연말정산 때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 인기가 높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한 것이 2005년 12월이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은 모두 10년 이상 유지하면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40대는 3층 보장 혜택만 잘 활용해도 기본적인 노후 준비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택연금까지 더하면 한층 여유로운 노후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사는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제도를 도입한 것은 2007년 7월이다. 부부 모두 60세를 넘기고 9억 원 이하의 1가구 1주택 소유자라면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노후 준비에 돈만큼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이 점에서 40대는 낙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대의 고위험 음주율이 18%로 20대(14%)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위험 음주란 한 번 술자리에서 남성은 소주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마시는 경우를 가리킨다. 반면 운동은 40대가 60대보다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30분 이상 걷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60대는 60%가 넘었지만, 40대는 42%밖에 안 됐다. 운동은 60대보다 적게 하고, 술은 건장한 20대보다 많이 마시니 40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건강관리를 엉망으로 하는 것이 불안해서일까. 40대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가입률은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편이다. 보험개발원이 2011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0대의 생명보험 또는 장기손해보험 가입률은 87%로 30대(85%)와 50대(83%)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금 잘 관리하고 건강 챙겨라
    요즘은 보험사가 나이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지만, 보장 내용이 한정되거나 보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40대는 암이나 중병을 보장해주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그런 점에서 40대의 보험 가입률이 높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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