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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작전통 물먹이는 MB 군 인사

육·해·공군 참모총장 정치적 잣대로 결정…임기 2년 안 채우고 전격 교체도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작전통 물먹이는 MB 군 인사

작전통 물먹이는 MB 군 인사

2011년 12월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주재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열렸다.

안보 위기는 심각한데 이명박(MB) 정부는 군 수뇌부 인사를 여전히 정치적 잣대에 따라서만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에 있었던 공군 참모총장 교체다. 군인사법 제18조와 19조는 ‘각 군 총장 임기는 2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MB정부는 “대장 임기를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보장한다는 원칙에 따른 정기 인사”라며 박종헌 참모총장을 교체했다.

국방부는 임기 2년을 채운 시점에서 공군 참모총장 인사를 하면 이후 바로 군 정기인사를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총장 교체 이유는 국방개혁에 대한 공군의 강력한 불만이 핵심 이유였다는 것이 정론이다. 국방개혁에 대한 공군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공군본부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정비와 기타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했고, 4월 3일 김 장관이 직접 박 총장에게 교체를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박 총장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대변인은 “박 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 김 장관이 직접 교체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원칙이 법(임기 2년 보장)보다 위에 있다’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워 공군 참모총장을 교체한 것이다.

‘원칙이 법보다 위’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MB정부는 각 군 참모총장은 작전 전문가이기 때문에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B정부는 이 주장에 걸맞은 인사를 해오지 않았다. 실전을 담당하는 ‘작전’은 군에서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작전사령관은 요직이다. 따라서 각 군에서는 작전사령관을 한 사람이 참모총장이 되는 전통이 있었다.



2005년 이후 이 전통이 완전히 무너졌다. 2005년은 ‘좌파’라고 불린 노무현 정부 시절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2005년 이후 작전사령관을 거친 이를 한 번도 해·공군 참모총장에 임명하지 않은 것. 그런데도 해·공군 참모총장에 작전을 가장 잘 아는 이를 임명해왔다고 주장했으니 “국방개혁을 위해 없는 말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나왔다.

육군의 경우 1군, 3군, 2작사 세 개의 작전사령부가 있기 때문에 작전사령관 출신이 참모총장이 되기 쉽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작전사령관 출신 가운데 단 한 명만 참모총장이 됐다. 3군사령관을 거친 김상기 현 참모총장이 유일한 경우다. 이러니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작전통을 완전 배제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MB정부가 작전통을 참모총장에 임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MB정부가 과연 보수 정권이 맞는가’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박 총장 경질을 확정했을 때 공군에는 중장 다섯 명이 있었다. 공군사관학교(이하 공사) 기수로 따졌을 때 가장 선배는 박 총장(24기)의 한 해 후배인 윤학수 합참 정보본부장(25기)이고, 그다음이 성일환 교육사령관과 김용홍 공사 교장(이상 26기), 그 아래가 이영만 참모차장과 박신규 작전사령관(이상 27기)이다.

다섯 명 가운에 공군작전사령관을 지낸 사람은 박신규 작전사령관과 이영만 참모차장뿐이다. 이명만 차장은 27기 가운데 선두로 중장이 돼 작전사령관을 하고 참모차장이 됐다. 그런데 작전사령관 시절 관계자의 부주의로 2급 군사기밀을 세절(細切)한 적이 있다. 여기에 이영만 또는 박신규 중장 가운데 한 명을 결정하면, 공군 참모총장이 세 기수(24→27기)나 내려간다는 것이 문제가 돼 두 사람은 배제됐다.

26기인 성일환, 김용홍 중장은 선배 윤학수 합참 정보본부장보다 먼저 중장에 진급한 고참 중장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군 수뇌부는 두 사람에게 작전사령관을 뺀 다른 중장 보직만 맡겨왔다. 사정이 이러하니 MB정부는 ‘작전 전문가인가’라는 문제는 덮어둔 채 둘 가운데 한 명을 고르는 인선에 들어갔다.

이때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된 것이 서울공항과 제2롯데월드 사건이었다. 이는 롯데그룹이 서울공항의 부활주로 활용을 막으면서까지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 하고, 공군은 반대해 문제가 됐던 사건이다. 평시 서울공항에서는 수송기와 국내외 VIP 전용기, 그리고 북한을 감시하는 정찰기가 뜨고 내린다. 그러나 유사시에는 전투기를 전개하고, 작전을 마친 뒤 귀환한 전투기가 황급히 내려앉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작전통 물먹이는 MB 군 인사

새로 임명된 성일환 공군 참모총장(맨 왼쪽)이 4월 23일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방문해 전술임무 중인 조종사와 직접 교신하며 공중감시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계획만 세우다 세월 보내

유사시에는 적의 공격으로 활주로가 파괴될 수 있으므로 서울공항에는 정(正), 부(副) 두 개 활주로를 만들어놓았다. 롯데그룹은 초고층 건물을 지어 부활주로를 통한 착륙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려 했다. 이 때문에 ‘좌파’로 불린 노무현 정부조차도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압력’을 넣고, 이계훈 대장을 공군 참모총장에 임명해 공군과 군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나오도록 했다.

당시 김용홍 공사 교장은 기획참모부장(소장)이었다. 기획참모부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하는 공군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것이 김 교장을 배제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한다. 물론 MB정부 측은 다른 이유도 들었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 반대가 김 교장을 배제한 이유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한다. 이러니 MB정부의 군 인사는 정치적이고 비(非)안보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1년 6개월 전 MB정부는 역시 정치적 판단으로 박종헌 대장을 공군 참모총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누구를 총장직에 앉혀도 공군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부정적이고 국방개혁에 반대할 수밖에 없기에 마찰을 빚는다. 그 결과 참모총장을 조기 퇴진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임명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이것이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2005년 이후 임명한 10명의 해·공군 참모총장 가운데 법이 규정한 임기 2년을 채운 사람은 정옥근 해군 참모총장 한 명뿐이고, 2003년 이후 7명의 육군 참모총장 가운데 임기를 마친 사람은 남재준 총장 한 명이다(현 총장 제외). 총장을 바꾸면 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를 교체해야 하니, 정기인사 외에 또 한 번 별도의 군 인사를 해야 한다. 새 총장은 자기 나름의 판단에 따라 전임자가 세운 중기 계획과 연도별 계획을 바꾼다.

그런데 1년을 넘겨 다시 총장을 교체해버리니, 과장해서 말하면 각 군은 인사와 계획만 세우며 세월을 보낸 꼴이다. 이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발언이나 업무를 한 사람은 ‘정부에 찍혀’ 결정적 시기에 물을 먹게 돼 군에서는 대가 세지 않거나 운 좋은 사람만 살아남는다. 군 안팎에서는 “그 결과 천안함, 연평도 같은 초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군부는 소신 있는 판단과 행동을 하지 못한 채 청와대 눈치부터 살핀다”고 말한다.

군 진급제도 가운데 조건부 진급인 ‘직위진급’이라는 것이 있다. 직위진급은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진급하지 못해 전역하게 될 장성을 그 자리에서 진급시켜 계속 일하게 하는 일종의 임시진급이다. 군 관계자들은 MB정부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고 참모총장 인사를 직위진급시키듯 한다고 비판한다. 그것이 MB정부가 안보 위기를 거듭해 부른 근본 이유라는 것이다.



주간동아 835호 (p26~27)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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