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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의 은퇴이야기

대한민국 1~2인 가구 48% 넘었다

가족의 파편화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대한민국 1~2인 가구 48% 넘었다

대한민국 1~2인 가구 48% 넘었다
4월 둘째 주말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봤다. 영화 ‘건축학개론’. 1990년대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 승민(엄태웅 분)과 서연(한가인 분)의 대학시절 첫사랑과 재회를 다룬 이 영화는 개봉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3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계에선 비수기인 4월에 이만한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데는 40대 티켓파워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이 40대를 영화관으로 불러냈을까. 다시 오지 않을 대학시절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언젠가 다시 만날지 모를 첫사랑에 대한 미련일까. 필자는 오랜만에 1990년대 대학시절의 감성에 젖어보려는 마음으로 영화티켓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본 것은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만이 아니다.

‘건축학개론’에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가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등장한다. 통상 가족이라고 하면 부모와 자식 서너 명이 한 지붕 아래 사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건축학개론’에선 그런 가족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먼저 주인공 승민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건축사라는 버젓한 직업이 있지만 서른다섯 살이 되도록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는다. 승민 어머니도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과 단둘이 산다. 아들이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 혼자 살아야 한다. 여주인공 서연 또한 의사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산다. 서연 아버지도 아내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딸마저 서울로 유학 보낸 다음 줄곧 혼자 살았다. 결국 병을 얻어 이혼한 딸의 부양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만혼, 이혼, 고령화의 결과물

‘건축학개론’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살거나 어쩔 수 없이 둘이 사는 가족만 나온다. 둘이 산다고 해서 부부가 함께 사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와 아들 또는 아버지와 딸 사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어떻게 보면 ‘건축학개론’은 고령사회를 맞아 파편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가족학개론’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가구의 절반(49.9%)은 부모와 자녀 셋이 함께 사는 5인 가구였다. 이후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가족 수가 줄어들긴 했어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4인 가구(31.1%)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주류 가구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1인 또는 2인 가구가 주류로 등장한 것이다. 2010년 통계청 가구조사에 따르면,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4.3%를 차지해 가장 많고, 뒤를 이어 1인 가구가 23.9%를 차지했다. 10년 전만 해도 주된 가구 모습이던 4인 가구는 3위(22.5%)로 밀려났다.

이렇게 가족 수가 줄어드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만혼(晩婚) 풍조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요즘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를 가리켜 듣기 좋은 말로 ‘골드미스’ 혹은 ‘화려한 싱글’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이유는 결혼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다. 여자 처지에서 보면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시절에 결혼은 농사짓는 가난한 부모 곁을 떠나 성공이 보장된 산업역군을 배우자로 맞는 일종의 ‘신분 상승 이벤트’였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부모 세대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부를 축적했지만 젊은이는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얻기 힘들다. 따라서 결혼은 잘사는 부모 곁을 떠나 앞날이 불확실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신분 하락 이벤트’가 돼버렸다. 요즘 젊은이는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자기 부모의 직업과 부를 기준으로 놓고 이보다 조건이 좋은 사람을 찾다 보니 결혼이 늦어지는 것이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건축학개론’의 승민처럼 부모와 함께 사는 싱글도 늘고 있다.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이들은 부모의 노후자금을 축내는 존재다. 영화에서 승민 어머니는 평생 일터였던 순댓국집을 처분해 마련한 돈을 아들에게 결혼과 유학자금으로 쓰라고 내놓는다. 자식이 결혼해 떠나고 나면 혼자 살아야 하는데 노후대책이나 제대로 해뒀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1~2인 가구 48% 넘었다
중·장년 이혼엔 연금 분할이 변수

대한민국 1~2인 가구 48% 넘었다

영화 ‘건축학개론’

가족 수가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로 이혼 증가를 들 수 있다. 한 해 세 쌍이 결혼하면 그중 한 쌍은 이혼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건축학개론’의 여주인공 서연도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한 ‘돌아온 싱글’이다.

최근엔 황혼이혼이 증가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황혼이혼이란 동거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말하는데, 2010년 한 해 동안 이혼한 부부 네 쌍 중 한 쌍(23.8%)이 황혼이혼에 해당한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면서 국민연금 분할을 청구하는 사례도 늘었다. 결혼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하면 혼인기간 중 형성한 국민연금을 절반씩 나눠 가질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혼할 때 공무원연금도 분할하라는 가정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황혼이혼을 고민하는 50~60대 부부에게 연금 분할이 변수로 떠올랐다. 나이 들어 함부로 이혼했다간 노후가 불안해질 수도 있다.

1~2인 가구 증가의 세 번째 이유는 고령가구 증가다. 서울시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희망하는 주거 형태를 물었더니 ‘자녀와 함께 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22.1%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응답자의 절반(50.4%)이 ‘자녀와 가까운 독립공간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실제 통계를 살펴봐도 60세 이상 고령가구 중 40.2%는 2인 가구, 30.0%는 1인 가구로 나타났다.

자식과 떨어져 살면 부모 자식 간 갈등은 피할 수 있다. 그런데 아플 때가 문제다. ‘건축학개론’에서 서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덜컥 큰 병에라도 걸리면 부양해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 혼자 사는 노인은 ‘고독사 예비군’이라는 점도 문제다. 승민 어머니도 아들이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면 혼자 지내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혼자 또는 둘이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제 넓은 주거공간도 필요 없어졌다. 올해 초 서울시가 국민주택 규모를 전용면적 85㎡에서 65㎡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셈이다. 국민주택 규모를 처음 정한 1970년대보다 가구당 인원이 줄었으니 면적도 줄여야 하는 게 당연하다.

대한민국 1~2인 가구 48% 넘었다
실제 수도권 신도시 지역에서는 132㎡ 이상 대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소형 아파트와 별 차이 없다. 잉여공간에까지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수요자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람이 줄면 집도 줄여야 하는데, 영화에서 서연이 제주에 아버지와 둘이 살 집을 확장하는 대목은 다소 생뚱맞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간동아 834호 (p36~37)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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