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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몰락…한국의 ‘포털’은

기술보다 수익에 집착 경쟁력 상실, 반면교사 삼아야

  • 김인성 IT칼럼니스트 minix01@gmail.com

야후의 몰락…한국의 ‘포털’은

미국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이하 포털) 야후는 최근 전체 직원 1만4000여 명 중 2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야후는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해 혁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야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경쟁력을 상실한 야후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인원을 감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야후는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한 역사적 기업이다. 관문이란 뜻의 포털은 인터넷 사용자에게 나침반 구실을 했다. 직원들이 직접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추천 목록을 만들었는데, 인터넷 초기에 갈 곳을 찾아 헤매던 누리꾼자들에게 야후는 그야말로 독보적 존재였다.

야후는 인터넷 벤처 거품의 원조이기도 하다. 2000년경 야후재팬의 액면가 50만 원짜리 주식이 14억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대만 출신 창업자 제리 양은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대적인 직원 감축에도 재기 불능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야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야후의 명성은 높았지만 포털이 가진 속성상 방문자가 곧바로 다른 사이트로 넘어가는 탓에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야후는 누리꾼들이 포털에 오래 머무르게 하려고 콘텐츠를 내부에 쌓기 시작했다. 포털이 콘텐츠 저장소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뉴스와 이메일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해 포털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게 했다.

현실에 만족 기술 발전 등한시



하지만 야후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기술 발전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웹이 성장하면서 인터넷 사용 방식이 검색으로 정보를 얻고 사이트를 찾아가는 형태로 바뀌었지만, 검색엔진은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수익을 얻기 어려워 야후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비용을 줄이려고 외부 검색 업체를 활용하는 정도였다.

구글이 초기에 기술을 팔려고 왔을 때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기회를 놓친 것도 그 때문이다. 뒤늦게 구글 검색의 우수성을 인정해 야후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채택했지만 이는 스스로 경쟁자를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키워드 광고 덕분에 검색엔진이 막대한 수익원으로 부상하자 야후는 자체 검색엔진 개발에 나섰지만 이미 대세는 구글로 기운 뒤였다. 이후 야후는 한국의 지식검색과 유사한 야후 앤서즈로 인기몰이에 나서기도 했지만 다시는 이전 같은 지위를 회복할 수 없었다. 야후는 끝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핵심 인재 유출 등 내부 분열로 경쟁력을 상실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사실 한국 포털의 모습이 거대한 잡지와 흡사하게 된 이유도 야후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랐기 때문이다. 뉴스와 이메일뿐 아니라 블로그와 카페, 화제가 되는 UCC, 쇼핑까지 한국 인터넷 사용자의 활동은 대부분 포털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 사용자의 기호에 맞춘 포털들이 시장을 석권한 반면, 미국 방식을 고수한 야후는 한국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후는 수익을 위해 포털 본연의 관문 기능을 포기했다. 콘텐츠를 활용해 수익을 얻으려는 포털은 검색 결과에서 자사 내부 콘텐츠에 우선권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검색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자체 콘텐츠 없이 검색 성능으로 승부하는 전문 검색엔진이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야후는 또 검색 광고 업체인 오버추어를 인수해 키워드 광고 시장에 진출했다. 오버추어는 돈만 주면 검색 결과를 상위에 올려주는 행태로 비난받았던 기업이다. 지금도 오버추어 광고는 검색 결과의 맨 앞에 배치된다. 광고와 정보를 분리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먼저 노출하는 전문 검색엔진과 달리 포털 검색이 광고로 뒤덮이는 건 이 때문이다.

수익에 집착하면 혁신에서 뒤처진다.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현재의 수익을 고수하는 데 매달리기 때문이다. 한때 PC통신을 주도했던 하이텔이 유료 사용자 감소를 우려해 웹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아예 사이트를 폐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재구축한 포털 파란도 실패로 끝나고 있다.

정보기술(IT)은 유난히 파괴적인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분야다. 필름 시장을 사라지게 만든 디지털카메라, 브라운관 모니터를 몰아낸 LCD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톡이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수익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해 아예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통신사로 진화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빌 게이츠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도 차고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벤처였다. 오늘 시장을 지배한다고 방심하는 동안 상상도 못할 기술이 나타나 내일의 IT 분야를 석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이런 위험성이 가장 큰 분야다.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 필요

따라서 인터넷 서비스는 눈앞의 수익보다 혁신 기술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인터넷 트렌드는 개인 홈페이지와 UCC를 거쳐 블로그를 통한 1인 미디어, 그리고 SNS로까지 진화해왔다. 하지만 야후는 이 모든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야후 대신 모바일시대를 연 애플, 검색 경쟁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대를 주도하는 구글, SNS로 인터넷을 재구성하려는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있다. 혁신적 기술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고 광고 수익에 매달린 야후의 몰락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 포털들도 도전을 받고 있다. 포털은 광고 수익을 위해 검색의 공정성을 외면해왔다. 불법복제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트래픽을 독점해 중소 사이트의 생존을 위협해왔다. 검색 조작 의혹을 받을 정도로 신뢰를 잃은 포털이 사용자의 외면을 받는 동안 외국 서비스의 공격은 거세졌다.

이제 사용자들은 더는 포털에 콘텐츠를 쌓지 않는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올리고 정보는 트위터로 공유한다. 그럼에도 포털은 오픈마켓 진출 같은 일에만 몰두한다.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수익 확대를 위해 협력업체의 밥그릇을 넘보는 데 자원을 소모하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 포털들도 야후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 년간 IT에 대한 위기가 심화됐지만 이젠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곧 한국 IT의 부흥기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 한때 인터넷 제왕으로 군림했지만 결국 경쟁력을 잃은 야후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의 포털들이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하루빨리 깨닫길 바란다.



주간동아 2012.04.16 833호 (p64~65)

김인성 IT칼럼니스트 minix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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