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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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몰카 사기도박 수법도 몰라 범인도 몰라

수상한 2명의 신고자와 들러리 9명 의혹투성이

  • 정선=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2-04-09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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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랜드 몰카 사기도박 수법도 몰라 범인도 몰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몰래카메라가 내장된 카드박스가 발견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사건 실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확실한 건 강원랜드 직원 2명이 범인 가운데 1명의 부탁을 받고 몰래카메라가 내장된 카드박스를 게임장에 설치했다는 것뿐이다. 누가, 어떤 식으로 사기도박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원랜드 직원 2명은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그동안 강원랜드 카지노에서는 고객과 카지노 직원이 짜고 벌인 사기도박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카드박스에 몰래카메라를 붙여 사기도박을 벌인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랜드 직원들에게 금품과 함께 카메라가 장착된 카드박스를 게임(바카라) 테이블에 설치할 것을 지시한 사람은 서울에 거주하는 이·#52059;·#52059;(57) 씨다. 이씨는 몰래카메라 전문가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 집에서 몰래카메라 제작에 쓴 것으로 보이는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경찰보다 이씨의 발이 빨랐다. 이씨는 사건 발생 사흘 후인 3월 29일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정선경찰서는 최근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자칫 미궁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이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점을 취재했다.

    신고자 일행 11명의 이상한 행동



    사건이 벌어진 건 3월 26일 오후 1시 40분경이다. 강원랜드 카지노 내 한 바카라 테이블(8번)에서 게임을 즐기던 L(42)씨가 갑자기 “카드박스 안에서 불빛이 보인다”며 카드박스를 뜯어낸 뒤 고객센터로 향했다. 옆에 있던 김·#52059;·#52059;(43) 씨를 포함한 일행 10명이 L씨를 호위하듯 에워싼 채 고객센터로 따라 들어갔다. 강원랜드 측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막아섰고, 그 과정에서 작은 몸싸움도 벌어졌다. L씨는 고객센터에서 자기들이 탈취한 카드박스 앞부분을 뜯어내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L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건 전날(3월 25일) 저녁 사북의 한 PC방에서 ‘불상의 남자’로부터 8번 바카라 테이블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는 말을 들었다. 카메라로 카드를 읽어 사기도박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다음 날 카지노에 들어갔다.”

    그러나 카메라가 장착된 카드박스를 테이블에 설치한 강원랜드 직원 김·#52059;·#52059;(34) 씨는 3월 26일 카지노 개장 직전에 카드박스를 설치했다. L씨의 진술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신고자 L씨 등 일행 11명은 여러모로 수상쩍다. 3월 26일 당일 1~2명씩 짝을 지어 카지노에 들어온 이들은 이후 몰려다녔다. 사건 발생 당시 이들은 8번 바카라 테이블에서 게임을 하거나 주변을 배회했고, L씨가 카드박스를 뜯어 고객센터로 향하자 약속이나 한 듯 같이 움직였다. 신고자들은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출석을 요구했지만 한동안 휴대전화를 끈 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난 4월 2일에야 L씨 등 2명은 정선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언론들이 우리를 강원랜드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하는 갈취범으로 보도하는 등 사실과 다르기에 해명하려고 출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L씨와 일행, 그리고 L씨가 진술한 ‘불상의 남자’를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돈 딴 사람은 하나도 없어

    강원랜드 몰카 사기도박 수법도 몰라 범인도 몰라

    몰래 카메라가 내장된 카드박스. 원 안은 카메라가 발견된 곳.

    사건 발생 직후 강원랜드와 경찰은 몰래카메라를 통한 사기도박 수법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일단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카메라로 카드박스 안의 카드를 읽어 그것을 외부로 송신한 다음, 판독 결과를 게임장에 있는 일행에게 알려줘 돈을 따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추정일 뿐 증거는 없다. 먼저, 발견한 몰래카메라가 카드박스 안의 카드를 몇 장이나 읽을 수 있느냐가 궁금증을 낳는다. 발견한 몰래카메라는 카드박스 맨 앞쪽 구석에 있었다. 현재까지는 맨 앞에 있는 카드 1장 이상은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혹자는 카드 4~5장을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장치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어 속단하긴 어렵다. 한때 불법카지노를 운영했던 한 도박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카드 1장을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승률을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올라가는 승률은 5% 안팎이라고 본다. 첫 장이 8이나 9라면 이길 확률이 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그 정도 승률을 올리려고 이런 식의 위험한 짓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카메라가 카드 4~5장을 한 번에 읽었다는 말도 믿기 어렵다.”

    참고로 바카라는 플레이어와 뱅커로 구분해 2~3장의 카드를 나눠 돌린 뒤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10, J, Q, K는 모두 0으로 계산한다. 사고가 난 바카라 테이블의 베팅 한도는 1만~30만 원이다.

    카드박스가 아니라 카드에 미리 표시를 해두고 그것을 몰래카메라가 읽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박 세계에선 이를 ‘표시목 카드’라고 부른다. 그럴 경우 카메라는 카드박스 안의 모든 카드를 한 번에 읽을 수 있다. 실제 도박 전문가들은 강원랜드에서 사용하는 카드를 외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해 설득력을 높인다.

    만약 몰래카메라와 함께 표시목 카드를 이용했다면 이번 사건의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카드 구매, 관리, 딜러 등 카드를 만지는 모든 직원이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것은 몰래카메라가 달린 카드박스가 설치됐음에도 사건 당일 그 테이블에서 돈을 딴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당시 테이블에는 총 21명이 앉거나 서서 베팅을 하고 있었는데, 단 얼마라도 돈을 딴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강원랜드 한 관계자는 “카메라가 고장 났거나 아예 무용지물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몰래카메라로 사기도박을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인 뒤 투자금을 받아 챙긴 사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원랜드 관련자는 2명?

    범행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강원랜드 직원은 정비담당 과장인 황모(42) 씨와 직원 김모(34) 씨다. 김씨는 사건 직후 강원랜드 자체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카메라가 장착된 카드박스를 테이블에 설치한 대가로 이들이 얼마나 받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카드박스를 직접 설치한 김씨가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39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반면, 황씨는 “수익금의 10%를 받기로 했다. 중국으로 도주한 이씨에게 3년간 총 3000만 원을 받아 김씨와 나눠 가졌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3년간 총 22차례 카메라가 내장된 카드박스를 테이블에 설치했다. 이들은 매번 100만~300만 원씩 돈을 받아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강원랜드는 카드박스를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 상부에 보고하고 일련번호를 적도록 하고 있다. 강원랜드 직원은 출퇴근 시 철저한 소지품 검사를 받는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제작된 카드박스가 강원랜드로 들어오는 게 쉽지 않다. 이들을 도와준 사람은 누구일까. 이들은 어떤 식으로, 얼마나 돈을 땄을까. 궁금증은 점점 커진다. 국과수에서 분석 중인 카드박스와 카드는 비밀을 알고 있을까!

    한편 강원랜드는 4월 10일 카지노장을 임시휴장한다. 협력업체까지 모두 불러 일제점검을 하기로 했다. 2000년 10월 개장한 이후 강원랜드가 휴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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