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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 일본 특사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위안부 합의 문제로 국익 해쳐서는 안 돼”

“박근혜 정부 외교 실패가 적폐…개혁과제 100일 준비 후 1년 내 풀스피드로 처리”

“위안부 합의 문제로 국익 해쳐서는 안 돼”

“위안부 합의 문제로  국익 해쳐서는 안 돼”

[박해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4일 미국, 중국, 일본에 다녀온 특사단으로부터 활동 보고를 받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우리가 할 말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미·중·일과) 정상회담도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준비로서 (특사단 활동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오랜 외교 공백을 일거에 메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특사로 5월 17~20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6선의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사진)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기대

특사 방문에 따른 성과라면?
“오랫동안 경색돼 있던 한일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에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나 할까. 일본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경제단체연합회 등 일본 재계 인사들도 만났는데, 한결같이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일 간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보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뭐라던가.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보낸 친서 내용 가운데 ‘빠른 시일 내 만나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아베 총리가 흔쾌히 동의했다. 심지어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일, 한미일 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상당 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그쪽에서는 (특사 방문으로) 한일, 한미일 공조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을 성과로 꼽더라. 한일 공조와 한미일 공조는 대통령 친서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 차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나.
“우리는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자는 소리를 안 했고, 그쪽에서도 (합의를) 이행하라거나, 평화의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나는 ‘위안부 합의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까지 한일관계에서 나온 각종 합의, 즉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선언, 간 나오토 선언 등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지혜롭게 극복해나가자’고 얘기했다.”



문 의원은 위안부 합의, 평화의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이 신중하게 반응한 것에 대해 “한일관계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겨두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도 같은 생각이던가.
“내가 만난 일본 측 인사는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문 의원은 ‘조속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부활’, 그리고 ‘한중일 정상회담 조기 개최’와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대북공조’에 대해 아베 총리의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뭐라고 언급하던가.
“몇 가지 준비된 질문을 하더라.”

어떤 질문?
“(문 대통령이) 북한에 먼저 가는지,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하는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지 등을 물어왔다. 내가 (대통령 특사로) 북한에 먼저 가지 않고 일본에 먼저 오지 않았나라고 대답하면서 그 질문들에는 모두 전제와 단서가 있다고 얘기해줬다. 아베 총리는 ‘자주 만나야 오해가 풀린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로 막혔던 한일 외교관계를 일본이 북핵 공조로 풀려는 것은 아닌가.
“북핵과 위안부 합의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북핵 문제는 일본에게도 제일 중요한 안보 현안인 듯했다. 북핵 위협을 우리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 같더라. (북한이) 뭘 쏘면 그에 대비하는 훈련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다. 마치 북핵으로 일본 열도가 다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 북핵에 대응하는 한일 공조와 한미일 공조는 일본 측에서 동의를 구해와 ‘그렇다’고 얘기했다.”



“조만간 한일 정상회담 이뤄진다”

“위안부 합의 문제로  국익 해쳐서는 안 돼”

문희상 의원은 “(협치가 성공하려면) 대통령 스스로 협치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 때 언급한 ‘적폐’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포함되나.
“위안부 합의 자체가 적폐라기보다 한일관계를 고착화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패가 적폐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자체는 적폐가 아니다?
“그것으로 더 큰 국익을 해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안보는 물론, 경제와 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한일관계는 미래지향적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조만간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질까.
“그럴 것으로 본다.”

특사활동을 하면서 정상회담 날짜를 받아온 것은 아닌가.
“그럴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지금쯤 물밑에서 활발히 대화가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7월 초 G20 정상회의 전에라도 가능하면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통령 특사활동에 대한 질문을 마무리하고 문 대통령 시대가 갖는 의미로 화제를 옮겼다. 문 의원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대통령비서실장직을 맡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한 각별한 인연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 갖는 시대적 의미가 뭐라고 보나.
“문 정부는 촛불민심과 함께 태어났다. 숙명적으로 촛불민심이 원하는 개혁과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

대선에서는 승리했지만,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 민주당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소야대 상황이고, 교섭단체만 4개에 이른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기대가 크지만,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국민도 적잖다.
“기대하는 국민이든, 잘할까 걱정하는 국민이든 모두가 ‘문재인 정부가 잘돼야 할 텐데’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아 개혁의 동력에 불을 붙여야 한다.”

문 의원은 “인사가 만사라 하는데, 문 대통령은 과감하게 (보수와 진보) 양쪽 인사를 모두 쓰고, 성별에 관계없이 적임자를 배치했으며, 지역을 철저히 안배하고 있다”며 “첫 단추를 잘 꿴 성공적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잘된 인사를 바탕으로 이제는 흐트러진 공약을 한데 모아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급하게 대선을 치러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면서 차분히 국정운영을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못한 만큼 지금 구성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구실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 나섰던 다섯 후보가 내세운 공약의 공통점을 찾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다. 많이도 필요 없다. 20대 과제, 30대 과제로 압축해 착착 추진해나가야 한다. 100일 안에 조직 개편과 그에 상응하는 인사까지 마쳐야 한다. 사람도 태어나 100일이 지나면 그때부터 사람대접을 하지 않나. 새 정부도 100일이 지나면 국정운영이 본궤도에 올라서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1년 동안 풀스피드로 달려가야 한다.”

문 의원은 역대 정부 가운데 성공한 정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를 꼽았다. 정권 초에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중앙청과 청와대 안가 허물기,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공개 실시, 금융실명제 도입 등 주요 개혁과제를 1년 안에 마쳤다는 점에서다.
문 의원은 대선 직전 ‘우리가 알아야 할 대통령의 모든 것’이란 부제가 달린 책 ‘대통령’을 펴냈다. 이 책에서 문 의원은 신임 정권을 이끌어갈 사람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제발 자신들의 노력과 에너지를 불필요한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쏟지 말아달라. 전임자가 담가놓은 술을 굳이 버리지 않아도 새 부대에 담근 새 술은 얼마든지 맛있게 익을 수가 있다. 청산해야 할 적폐는 당연히 청산하되, 이어받아야 할 제도와 정책까지 무조건 부정하지는 말자.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어리석음은 이제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자.’



4대강 보는 허물자는 게 국민의 요구

문 대통령이 최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4대강 감사를 지시했다. 두 사안은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닌가.
“적폐를 청산하겠다면서 인적청산에 급급하면 정치 보복으로 비쳐 민심을 잃게 된다. 다만 만인이 지지하는, 국민적 합의가 끝난 사안에 대해서는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법률을 고치지 않고서도 정부 지침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사안들이 있지 않나. 국정 역사교과서의 경우 채택한 학교가 한두 곳밖에 없을 정도로 국민적 합의가 이미 끝난 사안이다. 4대강도 전 정권의 문제라기보다 현재 국민적 관심사다. 녹조 때문에 보를 허물어야 한다는 게 국민 다수의 요구 아닌가. 국민적 합의가 끝난 사안의 경우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적폐청산도 좋고 개혁도 좋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노무현 정부 초기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밀어붙였다 개혁 동력을 오히려 상실한 일이 있지 않나.
“당시 몇몇 의원이 무리하게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추진하다 중요한 것을 놓쳤다. 현 정부는 당시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개혁은 국민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여소야대 국면을 극복하려면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협치에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대통령 스스로 협치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국민은 주인이고 대통령은 머슴이라는 생각으로 국정에 임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주인이 국민이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주인으로 여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여당은 정부의 시녀나 거수기가 아니고, 야당은 국정 방해세력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국회를 신뢰하고 존중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협치의 필요조건이라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회의 태도 변화는 협치의 충분조건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과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토론하고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는 정책 사안은 입법화에 협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간동아 2017.05.31 1090호 (p12~14)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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