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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김정은 체제 숨은 뇌관 06

평양에 쿠데타 발생 땐 어디까지 어떻게 개입할까

충무3300, 부흥계획, 작계5029까지 다양한 시나리오… 전시 아닌 상황서 개입 명분이 문제

  •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평양에 쿠데타 발생 땐 어디까지 어떻게 개입할까

평양에 쿠데타 발생 땐 어디까지 어떻게 개입할까

2002년 12월 이준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제3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의 위기인가. 분명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 소식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문턱에서 우리가 북한의 권력 변화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남북관계를 좌우할 것이다. 북한의 불안정한 상황에 과연 한국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 고뇌가 시작된 이유다.

그동안 정부는 한반도 전쟁계획인 작전계획5027의 최종단계로 한국이 북한 지역을 행정적으로 통치하며 통일을 완수하는 것을 기본정책으로 삼아왔다. 또한 전쟁이 아닌 상태에서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관해서는 많은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발전시켜왔다. 이들 북한 급변 관련 계획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작전계획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전략 개념에 우리가 의존하고 동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러한 우발계획은 대부분 북한의 정치권력이 통치력을 상실하고 대량 탈북난민이 발생하거나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고강도의 위기를 전제로 만든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의 개념계획5029나 한국 정부의 ‘부흥계획’은 모두 전쟁을 불사하면서라도 북한에 개입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을 가정하고 작성했다. 비록 김 위원장의 사망이 던진 충격파는 크지만 북한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아가는 현재 상황은 그러한 고강도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 이들 비상계획을 조만간 시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럼에도 김정일 사망 소식 즈음해 기존에 거론되던 비상계획을 다시 검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은 우리에게 위협’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 조금이라도 불안정해지면 전쟁에 버금가는 고강도 위기상황을 먼저 고려하려 하는 인식의 습관이 형성된 탓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권력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든 위기가 증폭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그에 대처하는 비상계획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불사 절박한 상황 가정하고 작성



잘 알려진 대로 개념계획5029는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기인 2002년 부임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이 한국에 강력히 요구해 마련한 것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안정화 작전을 수행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그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준 국방부 장관과 회동한 럼스펠드는 한국이 의외로 미국의 새로운 비상계획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데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당시 백악관은 핵개발에 매진하는 북한의 내부가 불안정해질 경우 반드시 핵물질을 외부로 유출하려 시도할 것이라 확신했고, 이를 통제하는 일이야말로 미국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이익이라고 규정한 상황이었다. 기자회견 당시 흡족해하는 럼스펠드의 미소 속에는 바로 핵물질의 대외 확산을 통제하겠다는 새로운 전략 개념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개념계획5029는 한미연합군을 북한에 투입해 민군·민사작전을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핵물질에 대한 통제권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럼스펠드 이후로도 미국은 북한 내부의 극단적 모험주의 세력에 핵 통제권이 넘어가는 일을 막으려면 미국이 선제적으로 핵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워싱턴이 이후로도 한국 측에 개념계획5029를 발전시키는 작업을 일관되게 요구하면서 양국의 특수전사령부를 주축으로 한 이른바 ‘북한 안정화 4단계 작전’을 계획한 이유다.

‘고당’에서 ‘홍익’ ‘부흥’으로 발전

평양에 쿠데타 발생 땐 어디까지 어떻게 개입할까

2011년 10월 26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부 장관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한미 장병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행 측면에서 몇 가지 결정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첫 번째는 북한에 대한 한미 양국군의 개입이 전쟁 위기를 불사하고서라도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계획에서 한미연합군의 북한 투입은 적이 공격 준비 태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발령되는 데프콘2나, 중요 전략·전술적 적대행위 징후가 있고 전쟁이 임박해 전쟁계획 시행을 위한 준비가 요구되는 최고 준비 태세인 데프콘1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개념계획5029의 시행은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는 계엄을 선포해 전쟁수행 준비를 갖추고 이어 데프콘2에 상응해 전 행정기관에 ‘충무 2종사태’ 진입을 지시한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문제는 북한 내부에서 군부 쿠데타나 내전, 민중봉기 같은 소요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군사적으로 북한에 개입하는 단계에서 한국 정부는 전시정부로 전환되며 총동원령을 선포한다. 아무리 북한이 불안정한 상황이라 해도 국제공조에 의한 북한 안정화 지원 같은 외교적인 해결 방식을 제쳐두고 굳이 개념계획5029를 적용해야 할 명분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도리어 이를 실행하는 데는 지극히 신중한 태도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한계는 국제법적으로 엄연한 주권국가인 북한에 한미 양국이 중국과의 협의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개입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이는 개념계획5029를 작성하면서 불거진 가장 큰 딜레마였다. 지금까지 개념계획5029의 본문에는 중국의 개입을 가정하지 않고 한미가 일방적으로 북한에 개입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어 현실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09년부터 중국 개입 상황을 전제로 한 새로운 우발계획 작성의 필요성을 한국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현재 두 나라는 중국 개입 상황을 가정한 개념계획5029의 별도 부속문서 초안을 작성해놓은 상태다. 이 부속문서는 한미 양국 국방장관의 ‘전략적 지침(SPG)’을 받아야 승인 절차가 완료되지만 아직 이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문제의 부속문서는 본문과 달리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북한을 점령하고 안정화하는 작전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반도 문제가 미·중 두 강대국의 협상 대상으로 전락하는 까닭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발언권이 급격히 약화돼 통일의 기회가 멀어지는 영구분단 시나리오가 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이 개념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이유다.

한미연합사의 개념계획5029가 군사작전 위주라면, 북한 급변에 대비하는 한국 정부의 자체 계획은 사실상 통일을 완수하는 행정계획에 가깝다. ‘응전자유화 계획’으로 명명된 충무계획3300과 충무계획9000이 대표적이다. 충무3300은 북한을 탈출한 대규모 난민이 남하할 경우 군이 10여 곳에 난민수용소를 설치한다는 내용 등 구호작업 위주로 구성됐다. 충무9000은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에 자유화행정본부를 설치한 뒤 통일부 장관이 그 수장을 맡는다는 게 핵심 개념이다. 이들 계획은 북한의 조기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던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발전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계획이 전제하는 ‘응전자유화’란 군사적으로 한미 양국이 휴전선 이북을 넘어 북한 지역을 점령하는 단계를 뜻한다. 이 단계에서 한국 정부는 관공서 공무원을 차출해 북한에 투입하고 주요 지역별로 행정기관을 설치해 운영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원래 전면전을 가정한 작전계획5027의 최종단계로서 통일을 완수하는 시점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었지만, 전면전 상황이 아니라도 평양 정권이 완전히 붕괴해 남측의 행정통치가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 내부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정부가 적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별도로 개념계획5029의 한국 정부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행정계획으로 ‘부흥계획’이 있다. 당초에는 조만식 선생의 호를 따서 ‘고당계획’이라는 보안명칭으로 불렀고,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홍익계획’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판 마셜 플랜’이라는 취지에서 ‘부흥계획’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현 정부에서 이 명칭을 채택한 데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춰 북한 경제 재건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명칭은 계속 바뀌었지만 계획의 기본 얼개는 꾸준히 이어졌다.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경우 한국이 나서서 비상통치하는 데 필요한 행정적 조치와 경제 재건 방안을 담은 것이다. 체제붕괴의 경우를 최고 권력자의 사고나 유고, 군부 쿠데타, 주민봉기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한 다음 각각의 유형별로 대응책을 마련해놓음으로써, 연합사의 개념개획5029를 뒷받침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 계획도 북한 주민의 이동과 임시수용 등을 포함한 급변사태 시 행정조치를 포함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한국과 미국이 어떤 계획을 수립하든 평양은 이미 우리 측 의도를 간파하고 대응해왔다는 점이다. 최근 정보당국의 우려 사항으로 떠오른 쟁점 가운데 하나는 김정일 위원장이 근래 중국을 자주 방문한 이유 가운데 불안정 상황 이후를 대비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냐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평양에서 군사 쿠데타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개입하겠다는 밀약을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다.

북·중 밀약 땐 상황 또 달라져

만약 이러한 밀약이 존재한다면, 유사시 중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장하며 한미 양국의 개입을 적극 차단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이를 명분 삼아 한미연합군의 북한 개입 시도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대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경우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격렬한 갈등과 긴장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물론 반대로 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지와 발언권이 약화되는 만큼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급변을 전제로 하는 다양한 계획이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떻게 적용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이를 꺼내들어야 할 상황이 올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계획의 시행초기 단계에서 최대한 빨리 북한 주민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적 생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미국이 벌여온 안정화 작전은 군사력 차원의 개입만을 앞세우고 진행한 탓에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주민의 정서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불안정 사태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의 판단이다.



주간동아 818호 (p32~34)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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