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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위원장, 공천은요?”

이번에도 ‘시스템 공천’ 원칙 고수 분위기…인재 영입과 물갈이 여건 녹록지 않아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위원장, 공천은요?”

“박근혜 위원장, 공천은요?”

2008년 3월 16일, 18대 총선을 앞두고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왼쪽)과 임해규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 강남벨트 및 기타 지역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론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2011년 12월 중순. “박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줘야 한다”는 한 친박(박근혜)계 의원의 라디오 발언 이후 당내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친박 진영이 일제히 “박 전 대표는 공천권에 관심 없다”고 불끄기에 나섰지만 쇄신파와 재창당파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장의 권한에서 공천권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가 거세게 나왔다.

당장 국민은 공천에 큰 관심이 없지만 공천에 따라 선거 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성공 여부가 공천에 달렸다고 보는 정치권 시각이 많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일례로 영남권 고령 중진의원 얼굴만 보면 ‘이 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공천’뿐이다”고 말했다.

“정치에 들어오고 나서 나를 걱정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욕을 많이 먹기도 처음이었다.”

박근혜 위원장이 2007년 6월 자서전에서 밝힌, 스스로 욕을 먹었다는 이때는 바로 200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포기했을 때다. 박 위원장이 공천 의결을 한 것은 2004년 총선 비례대표, 4번의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2006년 지방선거 등 총 여섯 차례다. 이 기간에 박 위원장은 한 차례도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다.

“공심위원과 밥 한 끼도 안 먹어”



2004년 총선 때는 박세일 공천심사위원장에게 공천 전권을 위임했다. 재보선 때는 당내외 인사로 구성된 공천심사위원회(이하 공심위)에, 지방선거 때는 각 시도당에 공천을 위임했다. 박 위원장이 공심위가 만든 공천안을 뒤집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박 위원장은 공천 때마다 “공천심사위원 외에는 누구도 공천에 관여하지 마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관례상 당연직으로 포함됐던 사무총장을 공심위원에 넣지 않았다. 공심위의 독립성을 지켜주려는 차원이었다. 한 당직자는 “당시 공천심사위원 구성부터 공천 과정에 이르기까지 당 대표와 사무총장에게 지시받은 적이 한 차례도 없다”며 “박 위원장은 심지어 공천심사위원과 밥도 한 끼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예상외의 공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04년 총선 때는 비례대표 후보 전체를 새로운 외부 인사로 채우고, 2004년 경남도지사 재보선 때는 하순봉, 김용균, 이주영 등 쟁쟁한 의원을 탈락시키고 40대 초반의 김태호 거창군수를 후보로 결정했다.

인재 영입에서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6월 인재영입위원회(이하 인재영입위)를 신설하고 당규에 상설기구화하도록 못 박았다. 김형오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을 중심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인재 영입 작업에 들어갔다. 지역에서 평판이 좋은 한영(광주), 박재순(전남), 문용주(전북) 후보를 영입해 불모지인 호남지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벨트를 구축한 것도 인재영입위의 성과였다. 당이 변화를 추구하고 국민에게 인정받으려면 실력 있는 사람을 평소 확보해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의 지론이다.

박 위원장은 여러 차례 “공천을 시스템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주변에서는 전국 단위 선거였던 2006년 지방선거 공천을 보면 향후 공천 시스템을 추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시 공천은 3단계로 진행했다. 여론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후보는 단수 후보로 추천했고, 엇비슷한 후보는 경선을 실시했다. 일부 전략 지역은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이번 19대 총선 공천도 큰 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박 위원장은 특정 권력자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본래 소신인 데다 2008년 총선을 겪으면서 그 강도가 더 세졌다. 18대 총선 공천 당시 박 위원장은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보고받은 뒤 분노가 폭발했다고 한다. 비례대표 공천이 능력 위주가 아니라, 며칠 만에 특정인의 의중에 따라 결정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위원장은 측근에게 “공천과 관련해 절대로 아무런 의견도 내지 마라”고 말하고 곧바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발언을 했다.

박 위원장은 인위적인 물갈이 대신 공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그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현역의원을 자연스레 탈락시키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공천 기준과 관련해 한 측근은 “공천 기준은 사실상 지금도 잘 마련돼 있다. 그 기준만 잘 지켜도 성공적인 공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청렴성 △도덕성 △전문성 △당 기여도 △당선 가능성 등 5개의 기준을 마련해놓았다.

변수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가 남아 있다. 박 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선택을 막으려면 여야가 법 개정을 통해 같은 날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실현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박 위원장 손에 피 묻힐 것”

“박근혜 위원장, 공천은요?”
이번 총선 공천은 시스템 공천 원칙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제반 여건이 녹록지는 않다. 국민 정서는 새 인물을 영입하길 바라지만 실제 당선 가능성은 현역의원이 높은 게 사실이다. 18대 총선처럼 한나라당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을 때는 신진 인사를 대거 포함시킬 수 있지만, 어려움이 예상되는 올해 총선의 경우 한 자리가 아쉬운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한나라당에는 167석의 현역의원이 있어 신진 인사를 영입할 공간도 적다. 한나라당 인기가 바닥이라 좋은 인사가 입당을 꺼릴 공산도 크다.

공심위에 전적으로 공천 심사를 맡기는 데 불안감을 드러내는 당내 인사도 많다. 2004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 심사 결과에 대해 “전문성 있는 인사가 대거 들어왔다”는 의견과 함께 박세일 위원장이 박재완, 윤건영, 이주호, 김영숙 의원 등 ‘박세일 사단’을 꾸릴 만큼 자기 사람을 챙겼다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전체 지역구 공천 경험이 없고 인재 영입을 위해 직접 뛰어본 적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또한 무작정 외부 인사로 공심위를 구성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18대 총선 공심위원회의 수장을 맡았던 안강민 위원장의 경우, 선명성 경쟁을 위해 무리하게 현역 중진의원을 공천 탈락시켜 당내 분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공심위 구성이 공천 성공의 핵심 관건인 셈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현역의원이 자진 불출마를 선언하고 길을 터주는 것이다. 특히 친박 진영에서는 친박 중진의원의 용단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출마 의지가 충만해 이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왜 중진이 박 위원장에게 부담이 된다고만 생각하나. 중진이 많아야 당이 중심을 잡을 수 있다”며 불출마 논리를 반박했다.

한 친박 관계자는 “결국 박 위원장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다. 다만 당과 국민을 살리려는 차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해야 할 뿐”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주간동아 818호 (p40~41)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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