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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AFC 아시아축구연맹변방’으로 전락

10월 난투극 수원 삼성에 일방적 징계…축구 외교력 키우기 위한 노력 급선무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한국축구 ‘AFC 아시아축구연맹변방’으로 전락

11월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0월 19일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벌어졌던 수원 삼성과 알 사드(카타르)의 난투극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징계 내용을 발표했다. 난투극에 가담한 수원 용병 스테보와 고종수 코치에게 6경기 출전 정지를 내리고, 알 사드 골키퍼 코치에게도 6경기 출전 정지를 명했다. 그런데 정작 난투극을 벌인 알 사드 선수는 단 1명도 징계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침대축구’에 관대 함맘의 입김

사건 당일로 돌아가보면 경기 후반 알 사드가 추가골을 넣을 때부터 난투극 조짐이 보였다. 수원과 알 사드 각각 1명씩 세트피스 상황에서 몸싸움을 하다 알 사드 진영에서 쓰러졌다. 0대 1로 지던 수원은 공격을 멈추고 공을 아웃시켰다. 통상적으로 선수가 부상당하면 공을 아웃시키고 치료를 받게 한다. 이럴 경우 수원이 공을 아웃시켰기 때문에 알 사드 선수가 공을 드로잉해서 수원 측에 넘겨주게 마련이다. 실제로 알 사드 선수가 드로잉을 했고, 이를 받은 다른 한 선수는 수원 진영으로 공을 길게 찼다. 그런데 갑자기 알 사드의 공격수 니앙이 빠르게 달려가 이 공을 잡아 골을 넣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알 사드 선수들은 벤치 앞쪽에 모여 골 세리머니를 펼쳤고, 수원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심판의 중재로 경기를 시작할 무렵 일이 커졌다. 관중석에서 한 팬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알 사드 골키퍼와 대치했다. 주변에 있던 알 사드의 케이타가 달려가 이 팬을 가격해 넘어뜨리면서 양 팀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경기는 10여 분간 중단됐고, 난투극이 끝난 뒤 케이타와 스테보는 각각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케이타가 관중을 가격한 것이 난투극의 시발점이 됐음에도 AFC는 케이타에게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수원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형평성에 어긋한 결정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AFC 측은 “난투극이나 관중 난입과 관련한 사항은 따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겠다”는 해명이 전부였다.



그러자 AFC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알 사드의 처지를 고려해 케이타의 징계를 고의로 늦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케이타는 11월 5일 열린 전북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해 골까지 넣었다. 징계를 받았다면 케이타는 결승전 출전이 불가능했다. 알 사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AFC가 일조한 셈이다.

AFC 조직을 겉으로만 살펴보면 알 사드에 왜 유리한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올여름 무함마드 빈 함맘(카타르) AFC 회장이 뇌물 제공 등 비리혐의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아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장지룽(중국) 수석부회장이 임시회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부회장은 요르단의 알리 알 후세인 왕자다. 카타르와 같은 중동국가 임원이지만 함맘과는 노선이 다르다. 알 사드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리 없다. 이번 결정을 내린 상벌위원장은 싱가포르 출신. 굳이 알 사드에 도움을 줄 이유가 없다. 그는 AFC 내부에서도 매우 덕망 높은 위원장 중 한 명이다.

일부에선 AFC가 스폰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AFC 전체 스폰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일본이다. 이런 일본과 한국의 기업을 합치면 AFC 스폰서 비중의 70%에 달한다. 스폰서 눈치를 보느라 AFC가 알 사드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축구 ‘AFC 아시아축구연맹변방’으로 전락

함맘 전 AFC 회장과 정몽준(오른쪽)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결국 함맘 전 AFC 회장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함맘 전 회장은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현 AFC 조직을 구성한 인물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국 클럽인 알 사드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AFC 내부인사에게 도움을 청했을 수 있다. 카타르축구협회가 이번 사안을 놓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은 없다. 중동국가 대부분의 축구협회는 행정력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이는 함맘 전 회장이 직접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번 사안만 놓고 봐도 한국축구가 AFC 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축구를 대변한 사람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AFC 부회장, FIFA 부회장을 지내면서 국제축구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유치 등 많은 공도 세웠다. 하지만 올해 열린 AFC 총회 부회장 선거에서 정 명예회장은 요르단의 후세인 왕자에게 패하며 자리를 내줬다. 당연히 FIFA 부회장직도 반납하게 돼 사실상 국제축구계를 떠났다.

내년 5월 차기 집행부 구성

정 명예회장 이후 FIFA뿐 아니라 AFC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보니 한국축구의 국제 영향력은 급격히 하락했다. AFC EXCO 멤버(부회장이나 집행위원) 중 한국인은 단 1명도 없다. AFC가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한국축구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AFC는 집행위원회 회의 직전에 EXCO 멤버에게 분야별로 어떤 정책을 결정할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이러한 정보를 미리 받아야만 AFC가 정책을 결정할 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일본은 EXCO 멤버에게 전달된 AFC 집행위원회 회의자료를 일본축구협회로 보낸다. 그러면 협회는 이를 취합해 분야별로 분석하고 자국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EXCO 멤버에게 전달한다. 일본 EXCO 멤버는 이러한 의견을 집행위원회 회의 때 전달해 AFC의 정책결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EXCO 멤버가 없어 정보를 얻을 수 없고,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지도 못한다. AFC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 결정된 사항을 전달받거나 회의록을 받는 게 전부다. 이러한 일이 지속되면 이번 AFC 징계처럼 한국축구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AFC는 내년 5월 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 등 집행부를 다시 꾸릴 계획이다. AFC 총회를 통해 한국인이 집행위원이나 부회장 등 EXCO 멤버로 선출된다면 한국축구의 국제 영향력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몇 개월 남지 않은 선거에서 한국인이 뽑힐 가능성은 적다.

현재 상황에서는 특정 인물이 등장하길 기대하기보다 축구협회의 행정력으로 국제 영향력을 만회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AFC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들 가운데는 AFC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부서장을 맡은 사람도 있다. 그들이 AFC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도록 축구협회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축구협회가 축구행정 전문가를 육성해 국제 영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축구협회는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비롯해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뿐, 축구 외교력을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다.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4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한국축구의 국제 영향력은 높아지지 않는다. 이를 위한 축구협회의 정책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주간동아 2011.11.14 812호 (p56~57)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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