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6

2011.10.04

청계천 난간서 추락사 서울시 책임 20%

국가배상법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1-10-04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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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 난간서 추락사 서울시 책임 20%

    법원은 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과거에 비해 좀 더 넓게 인정하고 있다. 사진은 청계천.

    2010년 10월 1일 밤 회사원 A씨(당시 33세)는 직장동료와 술을 마신 후 집에 가려고 서울 종로구 관철동 청계천 근처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그런데 청계천 난간에 몸을 기댔던 A씨가 순간적으로 무게중심을 잃고 청계천 옆 보도로 떨어졌다. 119구급대가 A씨를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다음 날 새벽 다발성 뇌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는 A씨의 유족(부모와 누나)이 “추락 사고를 방지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시는 원고에게 5218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청계천에 설치한 난간은 118cm 높이로, 110cm를 표준으로 하는 국토해양부 기준에 부합하지만 용도에 따라 갖춰야 할 안전성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청계천 주변은 오가는 사람이 많고, 난간에 기대어 하천을 내려다보는 보행자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추락을 경고하는 내용의 안내표지판조차 설치하지 않았다”며 “청계천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가 인명사고를 방지해야 한다는 공익적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난간에 기댔다가 스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서울시 좀 더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올 4월 수원지방법원은 편도 1차로 도로를 주행하다가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저수지로 추락해 익사한 사건에 대해 도로관리상 하자가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50%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도로는 갓길이 전혀 없이 저수지와 맞닿아 있어 차량이 도로를 이탈할 경우 저수지로 추락해 익사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데도, 도로 관리자인 지자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공공시설 등의 하자를 이유로 국가나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을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은 “도로ㆍ하천, 그 밖에 공공 영조물(營造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瑕疵)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라 함은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당해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 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법원은 공공시설 등의 하자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의 책임을 과거보다 좀 더 넓게 인정한다. 8월 말 집중호우로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사건의 피해자가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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