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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그 섬에선 시간도 쉬어간다

바다를 껴안은 섬…섬 선유팔경 내려앉았네

서해 군산 선유도·무녀도·장자도

  • 글·사진 양영훈

바다를 껴안은 섬…섬 선유팔경 내려앉았네

바다를 껴안은 섬…섬 선유팔경 내려앉았네

1 장자도에서 바라본 장자교와 선유봉. 2 대장도의 대장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선유도(왼쪽)와 장자도.

전북 군산(群山) 앞바다에는 고군산(古群山)이 있다. 말 그대로 ‘옛날 군산’이다. 원래 군산은 지금의 군산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아우르는 지명이었다. 바다 위에 올망졸망 솟아오른 섬들이 마치 무리 지은 산봉우리를 닮았다고 해서 ‘군산(群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지금은 고군산 일대에 흩어진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를 통틀어 ‘고군산군도’라 일컫는다. 예나 지금이나 고군산의 중심지는 선유도다. 조선시대에는 군산진(群山鎭)이라는 수군기지가 설치됐던 섬이다. 군산진이 현재의 군산으로 옮겨가면서 지명도 함께 따라갔다고 한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야미도, 신시도,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방축도, 말도, 횡경도를 비롯해 모두 63개 섬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많은 섬들이 좁은 해역(海域)에 흩어져 있으니 바다가 섬을 에워싼 것이 아니라, 섬들이 바다를 껴안은 듯하다. 섬과 섬 사이에 드리워진 바다는 산중 호수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군산항에서 선유도까지의 뱃길은 약 50km에 이른다. 굵직한 산봉우리 같은 군도(群島) 사이에 있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1시간30분쯤 헤쳐 간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뱃길도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길이 33km의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어 야미도와 신시도는 이미 육지가 됐다. 그리고 신시도와 이웃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는 오래전에 3개 연도교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다.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에 연도교가 완공되는 2013년이면 무녀도뿐 아니라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가 모두 육지와 연결된다.

상전벽해의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선유도와 그 이웃 섬들은 외관상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자전거와 전동 카트가 자동차를 대신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주말과 휴일이면 몰려든 관광객으로 장바닥처럼 붐비다가도,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평일에는 절간처럼 고즈넉하다.

선유도와 그 주변의 3개 섬 가운데 가장 한적한 곳은 무녀도(巫女島)다. 무녀도에는 무녀가 없다. 섬 형상이 춤추는 무녀를 닮았대서 붙여진 지명일 뿐이다. 선유2구 선착장을 통해 선유도에 첫발을 내딛었다면, 무녀도부터 둘러보는 것이 순리다. 선착장 부근의 좁은 물목에 가로놓인 선유교를 건너면 곧장 무녀도에 들어선다.



바다를 껴안은 섬…섬 선유팔경 내려앉았네

설핏 기운 햇빛에 붉게 물든 무녀도 앞바다.

무녀도는 선유도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선유도가 다소 번잡한 반면, 무녀도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무녀1구 마을과 좀 떨어진 포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띈다. 무녀도 사람들의 근면성은 유별나다고 한다. 이미 1950년대 초에 약 53만㎡(16만여 평)의 개펄을 메워 농토로 만들었을 정도로 억척스럽다. 섬의 본래 이름조차 서둘러 일손을 놀리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렵다는 뜻의 ‘서들이’라고 한다. 남다른 근면성 덕에 무녀도는 오늘날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산물(産物)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에는 선유팔경이 있다. 큰비가 올 때마다 망주봉 암벽에 형성되는 망주폭포, 선유도해수욕장의 화려한 일몰을 가리키는 선유낙조, 무녀도 주변의 3개 무인도 사이로 고깃배가 귀항하는 풍경을 지칭하는 삼도귀범, 장자도 앞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들의 불빛인 장자어화, 고운 모래가 깔린 선유도해수욕장의 명사십리, 고군산군도의 12개 봉우리가 마치 투구 쓴 병사의 도열 광경 같다는 무산12봉, 신시도 월영봉(해발 199m)의 오색단풍을 가리키는 월영단풍, 선유도 내만(內灣)에 기러기가 내려앉은 듯한 형상을 띤 모래톱 평사낙안이 바로 선유팔경의 절경이다.

선유도의 여러 절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선유도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는 망주봉(104m)이다. 선유도와 그 주변 어느 섬에서나 이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먼 옛날 선유도에 유배된 신하가 이곳에 올라 임금이 계신 북쪽을 바라봤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고군산군도의 섬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유봉(111m)과 대장봉도 망주봉 못지않게 전망이 탁월하다. 그중에서도 정상에 오르기가 가장 수월한 곳은 장자교 근처에 우뚝한 선유봉이다. 이 봉우리에서는 망주봉이나 대장봉에서는 보이지 않는 선유1구 마을 풍경과 옥돌해수욕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대장도에 위치한 대장봉은 해발고도(142m)가 가장 높다. 그래서 상쾌한 조망을 보장한다. 어업전진기지였던 장자도, 선유도의 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물론이고, 멀리 새만금방조제와 변산반도까지 조감도처럼 또렷하다. 대장봉 기슭에는 서울로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할매바위가 있고, 그 아래쪽 바닷가에는 길이 30m의 아담한 몽돌해변도 있다. 해변 근처의 바위틈에서는 한줄기의 시원한 석간수가 흘러내리기도 한다.

대장도와 선유도 사이에 자리 잡은 장자도는 고군산군도 바다가 황금어장이던 시절에 어업전진기지였던 섬이다. 마을 하나가 거의 섬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면적이 좁지만, 옛날에는 수십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풍랑을 피해 몰려든 천혜 피항지이자 보급기지였다고 한다. 멸치가 많이 잡혔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장자도 포구 주변에는 커다란 젓갈통들이 빼곡하게 들어차기도 했다. 오늘날 장자도는 어족자원이 크게 감소했지만, 유일한 마을은 전라북도에 4곳뿐인 어촌체험마을 가운데 하나로 지정돼 있다. 예약한 뒤 장자도어촌체험마을(063-471-7574)에 찾아가면 바다낚시는 물론, 갯벌에서 바지락과 키조개 잡기, 갯바위에서 홍합 채취하기, 후릿그물 당기기 같은 다채로운 어촌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여/행/정/보

●숙박

선유도에는 등대펜션(063-466-0012), 밀파소펜션(063-466-6024), 파란펜션(063-465-6494), 풀하우스펜션(010-2948-0995), 우리파크(010-6644-4687), 망주봉산장(063-465-8017), 한세월파크(063-466-7477), 엘림민박(063-466-0081) 등의 숙박시설이 몰려 있다. 무녀도에는 황제민박(063-465-7054), 금순민박(063-465-7083), 덕진하우스(063-465-2132) 등의 민박집이 있다. 그리고 장자도에는 섬마을풍경(063-468-7300), 화이트하우스(010-4652-4944) 등의 펜션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 아름다운 선유도(www.sunyudo.com)에 들어가면 선유도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맛집

선유도에는 선유팔경횟집(063-465-8667), 고군산횟집(063-465-3239), 바다로횟집(063-468-2506), 으뜸관광횟집(063-465-0432) 등의 식당이 있다. 주로 생선회, 꽃게탕, 매운탕, 백반, 바지락죽을 차려낸다. 대부분의 민박집들도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교/통/정/보

바다를 껴안은 섬…섬 선유팔경 내려앉았네
●군산↔선유도

군산여객선터미널(063-472-2712)에서 월명여객선(063-462-4000, www.wmmarine.com)과 한림해운(063-461-8000, www. hanlimhaewoon.co.kr)의 여객선이 하루 6~7회 왕복 운항하며,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쾌속선은 50분, 일반 여객선은 1시간 20분가량 소요되며, 인터넷으로도 예매 가능하다.

●군산↔장자도

군산여객선터미널에서 에이치엘해운(063-466-7171)의 일반 여객선(장자훼리호)이 하루 2회 운항한다.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며 관리도, 방축도, 명도, 말도를 경유한다.

※여객선의 출항시간과 횟수는 비·성수기, 계절, 요일, 날씨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해당 선사에 전화를 걸어 정확한 출항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는 없다. 자전거, 전동 카트 등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짐이 많을 경우 숙소 주인에게 미리 전화하면 화물차나 승합차를 몰고 부두에 마중 나오기도 한다.



주간동아 2011.06.20 792호 (p6~9)

글·사진 양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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