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2

2011.06.20

이상하다, 입을 만한 옷이 없다

  • 입력2011-06-20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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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다, 입을 만한 옷이 없다
    남자들은 잘 모른다.

    옷장 속에 이렇게 옷이 철철 넘치도록 걸려 있는데

    입고 나갈 옷이 왜 없느냐 핀잔을 준다.

    그렇다. 남자들 말대로 옷장엔 옷이 그득하다.

    남편 앞세워 백화점이나 아웃렛 같은 곳에서 계절마다 빠지지 않고



    몇 벌씩 사서 한두 번 입은 뒤 옷장 속에 쌓아두었다.

    그뿐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괜찮다 하는 옷들을

    보기가 무섭게 주문해 또 옷장 속에 걸어놓았다.

    그래서 옷장은 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할 만치 가득 채워져 있다.

    마치 조그만 옷가게를 연상해도 될 만하다.

    그것도 유행했던 옷들로 말이다.

    나 자신이 봐도 놀랄 정도다.

    그러나 정작 오늘 입고 나갈 옷은 내 눈에 선뜻 들어오질 않는다.

    그것이 이상하다. 왜 그럴까? 나만 그럴까?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친구들 역시 나와 생각이 똑같다.

    그렇게 쫓아다니며 샀는데도 외출 때마다 입고 나갈 옷이 없다는 것이다.

    그 친구도 나도 결코 허영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정말로 여자의 눈에는 입고 나갈 옷이 보이질 않는다.

    오늘 모처럼 동창회에 나가야 한다.

    벌써 한 시간 전부터 옷장을 이리저리 뒤졌다.

    그러나 정말 입고 나갈 만한 옷은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는다.

    정말 속상하다. 그리고 안타깝다.

    남자는 여자의 이런 마음을 절대로 모른다.

    이상하다, 입을 만한 옷이 없다
    * ‘자기는 엄마 편이야? 내 편이야?’의 저자 강춘은 남자와 여자를 그리는 사람이다.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남자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부부의 수만큼 많은 사연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캐내는 이야기꾼이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그림으로 닦아주는 화가다. ‘사랑하면 그리는 거야’ ‘여보야’ 등 그림에세이집 다수 출간. 1994년 한국어린이 도서상 문화부 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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