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7

2017.05.10

월급쟁이 재테크

멀리 보고 위험을 즐겨라!

두려움에 베팅하기

  • 김광주 돈파는가게 대표 www.moneymart.co.kr

    입력2017-05-08 1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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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꽤 이름 있는 사람의 경제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쓴 책이 서점에 진열될 때 맞춰 열린 ‘북토크’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저자는 2015년 위기설을 주장했다.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 미국 금리인상, 치솟는 가계부채,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그의 주장은 2015년이라는 특정 시점만 제외하면 다 맞았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미국은 금리를 올렸으며, 가계부채는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나마 엔화 약세 현상은 많이 개선됐지만, 중국과 무역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4월 위기설이 불거졌다. 그 근거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정책, 한국이나 중국 등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이었지만 ‘위기’가 딱히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채 4월이 마무리됐다.

    지금은 한반도 위기설이 가장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사실 한반도 위기설은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6·25전쟁 이후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상태다. 즉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잠시’ 쉬고 있을 뿐이기에 항상 ‘위기’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 ‘잠시’가 이미 반백 년을 넘어 70년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더 의아한 건 경제변동, 구체적으로는 투자시장에서 ‘위기’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상수(常數)임에도 우리는 마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위기설의 근거로 제시된 내용은 부풀면 터지고 터지면 다시 부푸는 자본주의 진화 과정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면 경기순환을 금리 변동으로 설명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모형이나, 주식시장의 순환 과정에서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한 ‘그랜빌의 법칙’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툭하면 ‘접지’ 말고, 대안 찾아라

    이처럼 투자는 ‘체계적 위험’(시장 전체의 변동위험으로, 경기변동이나 사회·정치적 환경 같은 거시적 변수)과 ‘비체계적 위험’(전체적인 경기동향과 관계없이 경영 실패 같은 기업의 개별적 위험 요소)으로 구성된 총 위험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각종 위기설은 체계적 위험을 근거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투자의 기본은 위기를 ‘당연시’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다만 위기의 내용과 정도를 이해하고 분석해 향후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종류의 위기라도 시점과 환경에 따라 경제 및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사람에 따라 위기에 반응하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투자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사람(펀드 환매 등)이 있는가 하면, 위기설의 영향이 덜한 지역이나 투자상품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 한반도 위기설이 부각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파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완전히 중단하진 있는다.

    투자지역을 미국 등 본국이나 좀 더 안전한 국가로 옮길 뿐이다. 그러나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투자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사람은 결코 투자를 할 수 없다. 대체로 직장인이 그렇다. 적립식 펀드나 변액보험에 가입한 후 언젠가부터 납부를 중단해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면 대체로 두 가지 이유에서다. 납부할 여윳돈이 줄어들었거나 허다한 위기설에 겁먹은 경우다. 그런데도 돈을 완전히 빼지 않은 것은 당시 적립금이 원금 이하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투자를 계속하는 것은 두렵고, 손해난 돈을 빼자니 아깝다는 마음이 투자를 망치는 셈이다. 결국 해답은 간단하다. 돈을 불리기를 원한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이미 투자를 했다면? 위험을 즐겨야 한다. 우리에게는 위험을 즐길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두려워 실행하지 않을 뿐이다.

    첫 번째는 지역이다. 한반도 위기설 때문에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비한반도, 즉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으로 투자지역을 옮기면 된다. 아시아 신흥국 투자도 좋다. 비과세해외주식투자신용펀드(해외비과세펀드)나 변액보험, 퇴직연금 DC(확정기여)형, 개인형퇴직연금(IRP)계좌, 펀드형 연금저축계좌 등 한 바구니(계좌)에 여러 종목의 펀드가 담긴 상품의 경우 전화 한 통화로 펀드 변경이 가능하다.

    물론 해당 상품(계좌)에 원하는 지역의 펀드가 설정돼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DC형 또는 IRP)은 해당 상품 안에 다양한 펀드가 자동 설정돼 편리하지만, 다른 상품들(계좌)은 가입할 때 활용할 만한 펀드를 직접 담아둬야 한다. 이는 금융회사를 방문하거나 인터넷 혹은 모바일로도 가능하다.  



    투자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   

    두 번째는 기업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실제로도 환율조작국 이슈는 4월 위기설의 근거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피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4월과 10월 등 두 번에 걸쳐 이뤄진다. 물론 10월에도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이 적은 종목의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환율조작국 이슈는 한국의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면 그 영향이 클 수밖에 있다. 반대로 금융, 식품, 의류, 서비스 등 내수기업은 환율조작국 이슈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론 경제성장의 주력이 수출인 한국에서 수출기업의 부진은 내수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다만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상품이다. 금융상품은 크게 채권형과 주식형으로 구분하며 그 가운데 혼합형(주식보다 채권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 반대로 주식 비중이 더 높은 주식혼합형)이 있다. 투자시장이 불안해 보일 때는 채권형 상품 쪽으로 이동한다. 반대 경우라면 주식형 상품으로 변경한다.

    이래도 불안하고 저래도 불안하다면 혼합형 상품이 낫다. 앞에서 언급한 투자상품(해외비과세펀드, 변액보험, 퇴직연금 DC형, IRP, 펀드형 연금저축계좌 등)에도 채권형, 주식형, 혼합형 펀드가 기본 설정돼 있거나 혹은 직접 설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본주의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 멈추면 넘어지기 때문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다. 또한 자전거는 멀찍이 앞을 내다보며 페달을 밟아야 나아가듯, 눈앞의 단기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직장인은 특히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 자본주의는 위기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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