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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살 빼려다 탈 날라

PPC 주사제 ‘너도 나도’…지방 외 근육과 혈관 녹이는 부작용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한 방에 살 빼려다 탈 날라

한 방에 살 빼려다 탈 날라
2010년 6월 A씨(31)는 휴가철을 앞두고 강남에 있는 L비만클리닉을 찾았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 등 해외 스타들이 단기간에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됐다고 알려진 PPC 주사를 맞기 위해서였다. 주사를 맞은 뒤 복부가 부풀어 오르고 피멍이 들었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사라진다는 의사의 말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A씨는 현재 대중목욕탕에 가지도 못한다. 비슷한 시기 허벅지에 PPC 주사를 맞은 B씨(27)도 피부에 붉은 자국이 생겼고 가려운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B씨는 시술을 받기 전 병원 측으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살빼기 주사’ ‘연예인 주사’ ‘지방파괴 주사’ 등으로 불리는 PPC 주사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이어트의 정도(正道)는 운동과 식이요법이지만 단기간에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지방흡입술, 지방분해 주사 등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특히 PPC 주사는 수술이 아닌 간편한 시술이면서도, 지방세포의 크기만 줄여주는 지방분해 주사와 달리 지방세포를 제거해 효과가 더 크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PPC 주사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의 한 종류인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 choline)을 포함하는 주사제다. 포스파티딜콜린은 콩에서 추출이 가능해 PPC 주사를 ‘콩 주사’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의약품 허가를 받은 PPC 주사제는 진양제약의 ‘리포빈주’가 유일하다. 허가된 효능·효과는 간 경변에 의한 간성혼수의 보조제로, 쉽게 말해 혈관 내의 지질을 제거해준다. 하지만 PPC 주사제가 지방조직을 녹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클리닉 및 산부인과 등의 인기 시술 품목으로 떠올랐다. 보톡스가 사시와 안검경련(눈꺼풀이 떨리는 현상) 치료제, 안면경련 치료제로 사용되다 주름살 제거제로 쓰이는 것과 비슷하다.

심하면 피부 괴사까지 불러

PPC 주사는 환자의 비만 정도나 비만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비만 부위에 1cm 간격으로 2ml씩 5군데 정도를 주사하며, 월 1회씩 총 2~4회에 걸쳐 시술한다. 가격은 앰플 한 병(5ml)을 쓰는 데 3만~6만 원이다.



문제는 PPC 주사제가 지방조직만 선택적으로 녹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 근육까지 녹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부기, 피멍, 심지어 피부 괴사까지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자 2010년 4월 “우리는 지방을 제거하는 어떤 주사제도 승인하지 않았으며 이런 물질의 지방제거 효과를 입증하는 믿을 만한 과학적 증거도 아는 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L비만클리닉 원장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지방조직이 아닌 근육 등에 주사를 놓는 경우다.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정품으로 시술한다면 큰 부작용이 없다”고 자신했다.

2010년 3월 식약청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에 “PPC 화장품을 비만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일반 화장품으로 수입·제조된 6종의 PPC 제품을 의약품인 PPC 주사제로 둔갑시켜 판매한 13개 업체를 적발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로부터 PPC 주사제를 구입한 병·의원과 비만클리닉은 160여 곳에 이른다. 식약청 관계자는 “불법 유통된 제품의 가격이 정식 의약품보다 20~30% 저렴할 뿐 아니라 거래명세표 없이 거래해 탈세도 가능해 의사들이 구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무균, 불용성 이물 등 시험검사를 하지 않아 주사 부위가 곪거나 피부가 괴사할 수 있으므로 PPC 주사를 맞을 때 반드시 정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편 PPC 주사가 인기를 끌자 전문의가 없는 체형관리실, 에스테틱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PPC 크림, 오일 등의 화장품을 ‘지방분해 화장품’ ‘살빼기 화장품’으로 광고하며 판매하고 있다. PPC는 국제화장품 원료사전에 등재된 화장품의 주요 성분으로, 피부에 바를 경우 큰 부작용이 없다. 하지만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윤미옥 연구관은 “포스파티딜콜린은 지질 성분으로 주요 기능이 지방분해가 아닌 피부 보습, 윤활, 탄력”이라며 “식약청에서는 발라서 살이 빠지는 화장품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0.12.27 768호 (p51~51)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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