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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 막 오른 2012년 19대 총선 공천전쟁

낮엔 친이계, 밤엔 친박계 복잡한 계산에 죽을 맛

한나라당 의원들 당과 지역구 오가며 눈도장 찍기 한창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낮엔 친이계, 밤엔 친박계 복잡한 계산에 죽을 맛

여야 공천전쟁이 시작됐다. 각 정당 내부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합집산(離合集散)’ 조짐이 보인다. 2012년 4월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 4개월. 여야 각 정당은 2011년 연말부터 사실상 공천심사 절차에 돌입한다. 그때까지 지역 밑바닥 표심을 다지고 공천권자에게 확실하게 눈도장 받기가 쉽지 않다. 2011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혈투’에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온몸을 내던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천전쟁 양상은 여야가 조금 다르다. 권력을 잡고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은 ‘공천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나 사실 누가 공천권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차기 권력에 가장 가까운 친박(친박근혜)계는 결집하는 반면, 친이(친이명박)계는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

반면 절대 권력자가 없는 민주당은 각자 도생을 위한 ‘세 불리기’에 나섰다. 누가 얼마만큼의 세를 확보하느냐가 공천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천지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시작과 동시에 불붙은 여야 공천전쟁의 현장을 긴급 취재했다.


낮엔 친이계, 밤엔 친박계 복잡한 계산에 죽을 맛
“나, (19대 국회) 공천받는 거 맞죠?”

12월 9일 국회 예산안 강행처리 당시 부상을 당한 국회의원 A씨가 한 기자에게 내뱉었다는 이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몸을 날렸으니 청와대와 당 지도부로부터 ‘공천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한나라당 의원,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대체로 “오죽했으면…” “그 기분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정중동(靜中動). 2012년 총선을 향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공천경쟁이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수면 아래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처신하며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모양새다.

실세 의원과 스킨십을 강화하거나 조기 전대(전당대회)론에 귀를 기울이고,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친이계, 밤에는 친박계)’을 넘어 ‘월박(越朴)’을 꿈꾸기도 한다.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 22명이 최근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도 따지고 보면 공천 때문이다.

각자도생 이유는 간단하다.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의원들의 지역구 분위기가 심상찮다.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이명박(MB) 대통령 당선 분위기에 편승해 ‘MB 언덕’에 기대거나 박근혜 전 대표라는 대항마에 의탁했지만 현재는 그럴 상황도 아니다. 당 소속 의원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친이(친이명박)계로서는 구심점이 없다. 그렇다고 MB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다. 19대 총선은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치러지므로 그의 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한 초선의원 B씨의 자조 섞인 말에는 이러한 상황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것저것 고려 대상이 많아져 ‘공천으로 가는 길’은 안개 속이다. 이때 잘못 광(光) 팔았다간(그는 정치적 ‘스탠스’라고 설명했다) 패가망신한다. 나도 (예산안 처리 때) 몸을 날려 확실히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눈도장을 찍는 게 나을 뻔했나?”

그는 현재로선 믿을 것은 ‘지역구 관리’밖에 없다며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는 지역구 송년회만 11곳을 뛰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초선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18대 총선 공천 당시에는 (공천을 신청한) 후보들의 경력 서류조차 제대로 안 본 사례도 있었다. 이름만 보고 (지역구를) 나눠먹는 경우다. 서울에 친이계 공천자가 많다면 경기도는 친박계 후보를 끼워 넣는 식이다. 그 쟁쟁했던 김무성, 권철현 의원도 이런 식의(나눠먹기) 공천에 당하지 않았나. 그래도 그땐 이명박이라는 ‘대주주’라도 있었지만 요즘 친이계엔 누가 있나. 지켜볼 뿐이다.”

“MB는 1대 주주, 박근혜는 2대 주주”… 모두 고려해야

낮엔 친이계, 밤엔 친박계 복잡한 계산에 죽을 맛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22명이 2010년 12월 16일 국회에서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이란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성명을 읽는 이는 홍정욱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

그의 말처럼 현재로선 한나라당 1대 주주는 이 대통령, 2대 주주는 박 전 대표다. 이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임기 중 치러지는 19대 총선에서 직접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라는 부담 때문에 대리인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대리인은 누굴까?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언뜻 ‘형님’ 이상득(SD) 의원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미 권력사유화 논란으로 정치 전면에서 물러난 그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B의원의 이어지는 분석이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 아니겠나. 김 지사와 오 시장은 당내 교두보가 약하다. 결국 이 장관이 MB의 권한을 위임받거나 암묵적 동의 아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이 장관 본인이 (대선후보로) 뜨지 않으면 이런 길을 가지 않겠나.”

공천으로 향하려면 ‘2대 주주’인 박 전 대표의 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 차기 대선을 정확히 2년 앞둔 2010년 12월 20일, 박 전 대표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연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는 70명이 넘는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지도부급 인사 10여 명은 차치하더라도 장광근, 원희목, 김기현, 김정훈, 강승규, 고승덕 의원 등 친이계 의원도 대거 참석했다. 친박계 의원 보좌관은 “주위 시선을 의식해 이날 공청회장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을 포함하면 ‘친박계’ 의원은 70명을 훌쩍 넘겼다고 보는 게 맞다. 겸연쩍고 미안해서 참석 못했다는 의원도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참석하지 않은 한 의원은 이를 ‘또 다른 눈도장’으로 분석했다.

“18대 공천에서 경험하지 않았나. 친이계 의원에게 공천을 주려 해도 친박 쪽에서 ‘그 사람만은 절대 불가’라고 낙인찍으면 공천심사위원회와 지도부는 고민된다. 19대 공천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계파가 있으면 ‘주고받기’는 반드시 있다. 이때 친박계에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미리 관계를 좋게 해놓을 필요가 있다. 개헌도 물 건너간 분위기인데, 현재로선 박 전 대표 외 마땅한 대안도 없으니 알음알음 보험 드는 거 아니겠나.”

조기 전대론이 솔솔 피어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조기 전대론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 지도부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어렵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폭탄’ ‘여성 비하성 발언’ 등 잇단 말실수도 조기 전대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각 계파 간 전대를 보는 눈은 동상이몽(同床異夢). 수도권 한 재선의원의 분석이다.

“이재오계 의원들은 당연히 이 장관 당권론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친이의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자신들의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친박계 역시 홍사덕 의원 등을 앞세울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친이계 의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고 상당수 의원이 ‘친박’ 그룹에 발을 담그려 하는 상황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2011년 4월 재보선 결과를 봐야 한다. 여당이 참패한다면 계파를 초월해 조기 전대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낮엔 친이계, 밤엔 친박계 복잡한 계산에 죽을 맛

2008년 3월 18대 국회의원 공천자 필승대회에서 승리 구호를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왼쪽)과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의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모습.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맞닥뜨릴 수도”

낮엔 친이계, 밤엔 친박계 복잡한 계산에 죽을 맛

2008년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기자회견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는 무소속으로 지역구(부산 남을)에 출마해 당선돼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이 의원은 섣부르게 조기 전대론을 꺼냈다가는 원치 않은 사람이 당권을 장악하는,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 맞닥뜨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각 계파 간 셈법이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소장 개혁파도 공천 문제로 고심 중이다.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22명이 2010년 12월 16일 “앞으로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낸 기저에는 공천경쟁과 총선 불안이 깔려 있다.

이들은 “이 짓(몸싸움) 하려고 국회 들어왔는지 하는 자괴감에 따른 반성”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대부분이 수도권 출신 의원임을 감안하면 ‘여권발(發) 악재에 따른 위기감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모임을 주도한 남경필 의원은 다음과 같이 공천 개혁을 주장했다.

“몸싸움 국회 재발방지와 관련해 해답은 ‘공천제도 개혁’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실세 공천자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한’ 몸싸움 경쟁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당이 위기감을 가지고 제때 공천개혁을 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도 대선도 기약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경윤호 객원교수는 “총선, 대선 때 표를 달라고 하려면 공천제도와 국회를 개혁하고 당청 관계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대정신을 선점하려는 개혁 세력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이 대통령과 혹은 친위세력, 박 전 대표의 공천 경쟁 속에 개혁파라는 제3세력도 무시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쯤 되면, 2010년 7월부터 당내 공천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천안을 만들고 있는 나경원 의원에게 시선이 쏠린다. 나 의원이 만드는 공천개혁안이 당헌당규에 반영돼 19대 공천에서 실행된다면, 지금까지 보인 계파 줄서기 같은 ‘복잡한 셈법’은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나 의원은 공청회 등을 통해 여야 동시 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감독 아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미리 뽑기 때문에, 총선 전에 본선 결과를 가늠할 수 있다. 후보들은 윗선보다는 국민을 보게 되고, 선관위가 나서기 때문에 금권선거, 줄서기, 공천비리 등도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2011년 1월 중 최고위원회의에 개혁안을 보고할 것이다. 지금은 현역 단체장의 교체지수 비율 조정 등 미세한 부분만 남았다. 곧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계파 수장이나 ‘실세’들로선 마뜩잖다. 나 의원은 당 지도부가 반대 의사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안을 만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19대 공천 방정식을 풀기 위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셈법에선 누가 웃을까.



주간동아 2010.12.27 768호 (p12~15)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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