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2

2010.11.15

봤노라 손흥민, 믿노라 스트라이커

‘제2 차붐’으로 활약 차세대 킬러 예약…심리적 압박 극복, 체력 보강이 관건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입력2010-11-15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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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축구계에 18세 소년이 화제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에서 뛰는 손흥민이 그 주인공이다. 손흥민은 2010~2011 분데스리가 1부 리그 2경기 출전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손흥민은 시즌 개막에 앞서 열렸던 프리시즌 9경기에서 9골을 뽑았다. 팀 동료인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스트라이커 판 니스텔로이(8골)보다 많은 득점으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가 즐비한 잉글랜드 첼시FC를 상대로 골을 넣어 화제를 모았다. 분데스리가는 시즌 개막 직전 함부르크의 신인 손흥민 소식을 전하며 이번 시즌 최고의 기대주로 꼽기도 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도 급기야 손흥민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독일로 향하는 등 18세의 어린 선수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축구협회가 공인한 유망주

    200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그는 4골을 뽑아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돼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다. 또래 가운데 최고의 선수로 공인받은 셈. 그는 유학기간이 끝난 직후 함부르크와 계약을 맺고 동북고를 자퇴한 뒤 해외파 대열에 합류했다.

    손흥민이 한국 팬들에게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대회는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이다. 그는 3골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전반 40분 상대 미드필드 중앙에서 오른발 강한 슛으로 넣은 골은 FIFA ‘오늘의 골’에 선정되기도 했다.



    183cm의 큰 키에도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진 그는 전천후 공격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부터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모두 소화하는 능력을 갖췄다. 축구인 출신인 아버지 손웅정 씨한테서 어린 시절 기본기를 충실히 배운 덕분에 볼 컨트롤과 드리블, 패스 등 축구선수의 기본 능력을 매우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득점력이다. 골대 앞에서 움직임이 좋고 슈팅력이 뛰어나 많은 골을 만들어낸다. 중거리 슈팅 능력도 좋아 위치를 가리지 않고 득점하는 능력을 겸비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도 문전에서 침착하다는 것이 그를 지도했던 국내 지도자들의 평가다.

    그는 함부르크 입단 이후 꾸준히 성장해 1년 만에 정식 계약을 맺었다. 함부르크는 손흥민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 그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축구 감각이 뛰어난 손흥민은 성실히 훈련에 임해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단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그에게 1군 승격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함부르크에서 손흥민이 가장 발전한 부분은 파워다. 몸싸움이 치열한 분데스리가에서 살아남으려면 파워를 갖춰야 한다. 190cm가 넘는 장신 수비수들과의 싸움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국가대표 승선 가능성 솔솔

    FIFA U-17 월드컵 당시 손흥민을 직접 지도했던 이광종 감독은 “득점력을 워낙 타고난 선수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지켜보면 파워가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2009년보다 확실히 한 단계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한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슬기롭게 이겨냈다. 그는 시즌 개막 직전에 피로골절 부상을 당해 3개월 진단을 받고 결국 수술했다. 손흥민은 1군 데뷔를 앞두고 부상으로 쓰러졌다는 좌절감에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는 부상을 이겨내고 10월 28일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확실한 부활을 알렸다. 그 덕분에 손흥민은 구단으로부터 4년 재계약을 끌어냈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가 1년도 되지 않아 계약을 갱신하는 특별대우를 받은 것이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국가대표 발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자질을 갖췄다”고 공언하며 조만간 그를 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감독은 직접 독일로 날아가 손흥민의 기량을 지켜볼 계획이다. 현재 대표팀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원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박주영(AS모나코) 외에 마땅한 선수를 선발하지 못했다. 조 감독은 8월 부임 이후 많은 선수를 불러들여 테스트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뛰는 석현준도 한 차례 테스트를 받았지만 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당장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에 손흥민을 불러들일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51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아직 A매치 경험이 없는 손흥민을 데려간다는 것은 자칫 모험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 감독도 손흥민의 발탁 여부를 심사숙고하고 있다. 만약 조 감독이 아시안컵에 손흥민을 불러들이지 않는다면 2월이나 3월로 예정된 평가전에서 그를 대표팀에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아시안컵을 마친 뒤 월드컵 체제로 간다. 대표팀은 내년 하반기부터 월드컵 예선전을 치러야 한다.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승부에 부담이 없는 평가전에서 손흥민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 무대에서는 수많은 유망주가 등장하고 사라진다. 스타덤에 올랐던 선수가 엄청난 팬들의 관심을 이기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하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그는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만개하기 위해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력을 더 많이 펼쳐내야 한다.

    얼마 전 함부르크의 한 동료가 손흥민을 두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좋은 자질을 갖췄지만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정확한 분석이다. 함부르크 경기를 보면 손흥민은 팀과 하나가 돼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려면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체력도 보강해야 한다. 그는 아직 유럽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경험하지 못했다. 주 2회 경기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능력을 갖춰야 지금보다 좋은 팀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손흥민에겐 든든한 후원자인 아버지 손웅정 씨가 있다. 손흥민이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직후 손씨는 아들의 노트북을 압수했다. 한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면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부분까지 잘 조절해주는 아버지 덕분에 손흥민은 착실히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선수로 주목받았던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의 대를 잇고 있다. 차 감독을 비롯해 박지성(맨유), 이영표(알 힐랄), 박주영, 이청용(볼턴) 등 유럽에서 성공한 선배들의 뒤를 이으려면 지금보다 갑절의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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