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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돈 뿌린 데 法 난다 06

로비 합법화 터놓고 논의해볼 때

사회 분화될수록 다양한 이익집단 출현 … 로비 인정 범위 논의 시작해야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rfolg61@gmail.com

로비 합법화 터놓고 논의해볼 때

머리가 어지럽다. 요새 신문을 비롯한 언론을 보면 온통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관련 이야기인데, 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검찰이 죄도 없는 의원들 잡으려고 날뛴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국회 말살 기도’ ‘야당 탄압’과 같은 단어가 난무하기 때문에 언론 보도만 보면 검찰이 정말 나쁜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치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말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너무 많다. 우선 자신들이 잘못을 했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가 불분명하다. 잘못했으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억울하다는 걸 보면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권은 수사 의도까지 나름대로 해석하려 한다. 이들은 검찰이 소액 기부자 문제를 조사하는 것처럼 주장하나 의도가 불순하다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검찰은 전반적인 소액 기부자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로비 의혹이 있는 부분만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로비=불법’ 인식과 제도적 맹점에서 시작

또 한 가지, 국회의원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것, 그것도 대정부 질의 시기에 압수수색했다는 것이 국회 말살 기도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검찰이 어느 정도의 의혹과 그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자신들이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하면 안 된다는 건지도 불분명하다. 차라리 “우리가 비록 잘못했지만, 수사 방법이 잘못됐다”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러면 검찰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건가. 차제에 국회에서 국회의원 조사 매뉴얼이라도 검찰에 하달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들의 범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탄하는 데는 여야의 구분도 없다. 국회라는 곳은, 그리고 의원 집단이라는 존재는 분명 이익집단이 아님에도 자신들의 이익 공유가 침해받으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다.

정치권이 진짜 이런 일을 수습하려면 차근히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 일을 수습하고, 이런 일의 재발을 방지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사건을 합리적으로 수습하려면,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사건이 터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잘못해놓고 “이제 소액 기부도 못하느냐”고 떠들어대면 문제의 근본을 외면하고 면피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필자는 이번 사건이 로비를 불법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제도의 맹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 다수는 로비를 불법적 부당거래의 하나로 바라본다. 사실 로비를 합법화하자고 말하면, 우리나라의 분위기에서는 미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모든 후원금을 관리하고 의원들에게 분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에 따르면 이는 정치인 후원금이 아니라 ‘정치발전 기금’이 되는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런 돈을 기부할지 모르겠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도지만, 부패한 집단으로 통하는 정치인들의 입에서는 이 정도의 주장밖에 나올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러므로 로비의 합법화 문제는 학계나 시민사회가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로비의 합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의 정서와 사회적 분화가 일정 부분 괴리를 보이기 때문이다.

로비는 그 사회의 분화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가 분화되면 다양한 이익집단이 출현하게 되고,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만일 이익집단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 집단을 이익집단이라 부를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이익집단이 등장했다. 노조가 가장 대표적이다.

노조의 활동은 당연히 노동자의 이익 증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청원경찰의 모임인 청목회가 이번에 로비 활동을 벌인 이유도 바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거나 증대하려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개정된 청원경찰에 관한 법률은 그 내용이 지나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들이 그동안 불이익을 받고 살아왔다는 점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정치자금 세금으로 메워주는 모순 수정해야

문제는 이들이 자신들의 정상적 이익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현행법으로는 불법인 로비, 그것도 자신들의 회원을 동원해 소액 기부를 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들이 로비를 위해 한 소액 기부는 연말정산 때 공제 대상이라 결국 기부금만큼 돌려받는다. 바로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제도는 곧 정치인에 대한 소액 후원을 활성화하려고 도입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들의 로비자금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대주고,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로비가 합법화되면 이런 모순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즉, 소액 기부를 가장하지 않고 제도적 차원의 청원 혹은 개선을 합법이라는 틀에서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법적 로비는 세금 공제 대상이 돼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익집단의 존재는 인정하되,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익집단이 불법을 감행하면서까지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1791년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청원권(The Right of Petition)을 기본으로 로비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워낙 다양한 이익이 엇갈리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이익 추구의 방식으로 로비를 인정해 자칫 음성적 자금이 될 수 있는 돈을 양지로 끌어낸다는 점이다. 이번 청목회 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도 엄연히 로비와 로비자금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로비를 양성화해서 이를 감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 로비를 인정하느냐는 사회적 합의로 도출해야 한다. 사회적 통념과 그 사회에 존재하는 상식을 벗어나는 범위는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비를 합법화할 것인지, 합법화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상주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위성에 치우치면 현실이라는 이름의 ‘문제 덩어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현실을 똑똑히 보지 못하면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질병 예방을 위해 ‘백신’이라는 소수의 병원균을 몸에 집어넣은 뒤 면역력을 키워 큰 병을 막듯, 로비를 어느 정도 인정해서 지금과 같은 부정을 막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하다.



주간동아 2010.11.15 762호 (p32~33)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rfolg6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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