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2

2010.11.15

유력정치인 고액 후원자는 누구?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정세균은 기업인 …김무성은 동문, 박지원은 학계 인사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0-11-15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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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수장학회,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친척,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기업인이 주요 고액 후원금 기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동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학계 인사들의 고액 후원금이 많았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김재록 게이트’로 유명한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에게서 2008년 4월에 후원금 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주간동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2008~2009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현황자료’와 ‘연간 300만 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김재록 씨에게서 500만 원 받은 박지원 원내대표

    현행 정치자금법은 후원금의 액수가 30만 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총액이 300만 원을 넘을 경우 후원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자료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간동아’는 현직 국회의원 중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정세균 최고위원,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여야 원내대표인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의원 등 유력정치인 6명의 기부자를 집중 분석했다. 이 중 이회창 대표는 2009년에만 고남종 충남도의회 의원, 김영도 전 국회의원에게서 각각 400여만 원과 500만 원을 받았다. 나머지 5명의 고액 후원금 기부자 수와 후원금은 그림과 같다.



    5명의 정치인 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의 고액 후원금 기부자로는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인맥이 눈에 띈다. 박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최필립(82)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100만 원과 400만 원을 박 전 대표에게 후원했다. 직업란에 ‘경영인’ ‘장학재단이사장’이라고 기재했고, 정수장학회는 언급하지 않았다. 직업이 ‘주부’인 이모 씨와 ‘회사원’ ‘의사’ ‘주부’인 3명의 최모 씨 역시 최필립 이사장의 부인과 자녀들로 확인됐다. 최씨 가족은 각 500만 원씩 총 2500만 원을 박 전 대표에게 후원했다. 직업란에 ‘회사원’이라고 기재한 이창원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정수장학회 이사를 지낸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후원자 중에는 1920~1940년대에 태어난 고령자가 유난히 많았다. 이들은 박정희 시대 고위 관료로 포스코 명예회장인 박태준(83) 전 국무총리, 김성진(2009년 9월 별세) 전 문화공보부 장관, 선우종원(92)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다.

    친인척 관계에 있는 이들도 박 전 대표를 후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누나인 박귀희 여사의 아들 은희만(74) 씨, 고(故) 육영수 여사의 문중인 육만수(62) (주)청학산업 회장도 고액 후원자 명단에 포함됐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15, 16대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신영균(82) 전 국회의원, 친박계 허태열 의원과 김재원 전 의원이 명단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정세균 최고위원의 고액 후원자 중에는 중견 기업체 대표가 많았다. 윤윤수(65) 휠라코리아 회장, 해운업체인 장금상선의 정태순(62) 회장,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주)PSK의 박경수(58) 대표이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정 최고위원이 참여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인연도 있어 보인다.

    정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을 주소지로 하는 후원자 중에는 2008년에 500만 원을 후원한 전북 임실의 김인기(60) 시흥택시 대표가 고액 기부자로 유일하다. 2009년 정 최고위원에게 고액 후원을 한 사람은 2명으로, 16대 국회의원인 고진부(64) 씨가 눈에 띈다.

    정몽준 전 대표는 후원자 수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08년, 2009년 각각 2명의 후원자에게서 고액 후원금을 받았는데, 2008년에는 사촌동생인 정몽규(48) 현대산업개발 회장, 2009년에는 조카인 정지선(38)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정 전 대표를 후원했다. 최창근(63) 고려아연 회장도 고액 후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유력정치인 고액 후원자는 누구?
    2008년 1인당 2억1000만 원 … 1위는 박근혜 전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는 고액 후원자 중 주소지가 부산인 사람이 많았다. 김 원내대표는 부산 경남중과 서울 중동고를 졸업했다. 2008년에는 6명, 2009년에는 3명의 고액 후원자 주소지가 부산이었다. 차남규(56) 대한생명 부사장과 안재용(44) 대선조선 전무 등도 부산 출신이다. 그리고 2008년에 후원금을 건넨 손연호(59) 경동나비엔 회장, 이상진(2009년 7월 별세)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이가형(52) 전 어필텔레콤 대표 등은 중동고 동문이다. 이 중 차남규 부사장과 이가형 전 대표는 2년 연속 후원했다. 김 원내대표의 고액 후원자들은 직업란에 구체적인 회사명이나 직책을 적지 않고 ‘자영업’이나 ‘회사원’으로 표기했고, 모든 후원자가 한 번에 500만 원씩 지급한 게 특징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인맥 중에는 고기채(70) 전 경희대 교수, 문익수(57) 고려대 교수 등 학계 인사가 많았다. 또 광주와 지역구(전남 목포)에 주소지를 둔 후원자가 많았는데, 권이담(81) 전북과학대학장, 윤대중(54) 전 경원산업 사장 등이 눈에 띈다. 기업인 중에는 이건수(68) 동아일렉콤 대표이사, 나영돈(33) 서현개발 사장, 임건우(63) 보해양조 대표이사 등이 있다. 직업란에 ‘무직’이라고 기재한 김방림(70)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는 2008년 3월에 500만 원을, 2006년 정국을 뒤흔들었던 ‘김재록 게이트’의 주인공인 김재록(50) 씨는 2008년 4월에 500만 원을 후원했다. 김재록 씨는 구속 중인 C·그룹 창업주 임병석 회장과 동향(전남 영광)이고, 임 회장이 김씨와 호남지역 의원들에게 ‘선을 댔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에서 김씨의 고액 후원금에 눈길이 쏠린다.

    한편 2008년 국회의원 후원금 총 모금액은 역대 최대인 634억429만 원을 기록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액은 400여억 원으로 전년도 208억 원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의 후원금은 174억여 원으로 전년도 대비 3%가량 줄어들었다. 한나라당 정권 교체와 총선 압승이 모금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랭킹 1위는 3억6183만 원을 모은 박근혜 전 대표.

    2009년에는 후원금 모금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 총 후원금 모금액은 1999년 이래 최저치인 411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35.1% 감소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240여억 원, 민주당은 120여억 원이었다. 2009년에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었던 데다 경기 침체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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