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2

2010.11.15

경주 이렇게 가깝고 좋을 수가!

KTX 개통 서울서 2시간 2분 만에 도착…관광객 유치 총력 ‘문화 경주’로 거듭나는 계기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0-11-1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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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이렇게 가깝고 좋을 수가!
    992년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말 그대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는 불국사와 석굴암, 동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 지난 8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양동마을 등 경주시는 국가 지정 문화재만 220여 개를 보유한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경주시의 인구는 현재 27만 명 정도로 숙박업, 여행업, 유원시설업 등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인구가 265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경주시를 찾은 관광객은 약 828만 명. 적지 않은 수지만 1980년대부터 해마다 관광객이 늘어오다 2000년을 기점으로 정체 상태여서 경주시는 이를 타개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런 와중에 11월 1일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동대구-신경주-울산-부산, 130.7km)이 개통돼 경주시는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역에서 신경주역까지 2시간 2분, 부산역에서 신경주역까지는 31분이면 갈 수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KTX 신경주역이 생기면서 경주시가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됐다.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경주를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 관광·여행·운수·식당 등은 환영

    11월 8일 오전 10시 30분, 기자는 서울역에서 신경주역으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을 스쳐지나가는 가을 경치를 감상하며 지난해 5월에 들렀던 경주의 봄 경치를 떠올려보았다. 열차 안에 신경주역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울렸다. 도착 시각은 12시 30분. 서울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경주까지 갔을 때 4시간 40분 정도 걸렸으니 시간이 반 이상 단축됐다. 이쯤 되면 당일치기 여행도 시도해볼 만하다.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에 자리한 신경주역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1만9103㎡ 규모로 한옥 형태의 지붕이 이곳이 천년고도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여행을 왔다는 취업준비생 임한나(29) 씨는 “호기심에 KTX를 탔는데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놀랐다. 앞으로 경주에 자주 놀러 올 생각”이라고 전했다. 역내 관광안내소에서는 부산으로 여행 왔다가 경주에 잠깐 들른 일본인 관광객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둘러본 뒤 저녁에 부산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신경주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11월 1~7일 서울, 부산 등에서 KTX를 타고 신경주역에 하차한 승객은 총 1만6271명, 신경주역에서 KTX에 승차한 승객은 총 1만6571명이다. 신경주역 박계실 역무과장은 “연말은 돼야 하루 이용객이 6000명에 이를 것이라 예상했는데 개통 일주일도 안 돼 이 수치를 넘겼다”며 “KTX 신경주역 개통으로 경주시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식당업체, 여행업체, 운수업체 등은 이런 변화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경주시 인왕동에 자리한 첨성대 부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안모 씨는 “개통한 지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났기 때문에 아직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성수기인 내년 3~4월부터는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관광·운수업체로 경주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는 천마관광 역시 내년 상반기부터 수학여행객과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에 맞는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택시업체 ‘천년마중’은 KTX 개통을 앞두고 10주 동안 30명의 택시운전사를 선발해 손님에게 경주 문화재를 안내하는 법을 교육했다. 해당 교육을 받은 천년마중 백광흠(47) 기사는 “하루 일정으로 경주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라 보고 오전 시간대부터 신경주역 앞에서 대기하는 택시가 많다”며 “수도권, 해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을 대비해 신용카드 단말기를 갖추는 기사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동마을에는 최근 신경주역에서 양동마을 가는 교통편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많이 걸려온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후 관광객이 20배 정도 늘었는데 KTX 개통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숙박·위락 시설이 모인 보문관광단지를 담당하는 경북관광개발공사 김정찬 홍보과장은 “올해부터 보문관광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KTX와 연계해 할인을 해주는 숙박시설 패키지 상품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경주시 역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월 전국 1만2000여 개 초·중·고등학교에 수학여행단을 유치하기 위해 경주시장 명의의 서한문을 발송했고, 내년 1월 본격적인 수학여행철을 앞두고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교장단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주시 문화관광과 김대길 계장은 “경주시를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교육여행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수도권과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주 이렇게 가깝고 좋을 수가!

    (왼쪽) 신경주역사 내 관광안내소. (오른쪽) 역사 앞 광장에 있는 삼국시대 고분 유적인 경주 방내리 고분군 1호 돌방무덤.

    교통 불편, 인근 상점 미비 등을 해결해야

    “코레일 측과 KTX와 경주 관광지를 연계한 여행상품을 논의 중이며, 부산을 찾는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에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한옥체험 같은 테마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KTX 개통을 경주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KTX 개통을 앞둔 10월 30~31일 이틀간 경주에서 ‘경주 관광 르네상스’ 행사를 개최했다. 경주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각오로 마련한 행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경주시에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는 경주관광서포터스 86명을 선발하고 경주시내 특급호텔 디스카운트 이벤트 등을 열어 비수기 타개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한편 개통 이후 신경주역과 관련해 보완할 점도 제기됐다.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경주 주요 관광지와 신경주역 사이가 지나치게 멀다는 것. 실제 신경주역은 경주 도심에서 15km 정도 떨어져 관광지와 접근성이 좋지 않다. 택시를 이용하면 시내 중심까지 가는 데 20여 분이 걸리지만 택시요금이 신경주역에서 보문관광단지까지 약 2만6000원, 불국사까지 약 3만 원, 양동마을까지 약 4만 원 나와 부담스럽다. 현재 신경주역에서 정차하는 버스는 모두 30대로 하루 255회 운행한다. 김대길 계장은 “개통 초기라 다소 교통 불편이 예상된다. 앞으로 대중교통을 확대할 방침이며 택시업계와는 요금인하 등을 두고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주역사 안에 편의점만 있을 뿐 인근에 식당, 슈퍼마켓 등이 없어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경주시는 역사 주변을 신도시로 개발하는 역세권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2015년까지 첨단산업단지와 컨벤션 센터, 호텔, 주거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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