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2

2010.11.15

청와대 K기획관 아들 태양광 발전사업 ‘미스터리’

‘페이퍼컴퍼니’에 대기업서 지분 참여…공기업 남부발전서 일부 지원 ‘특혜 의혹’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11-15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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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K기획관 아들 태양광 발전사업 ‘미스터리’
    태양광 관련 기술과 경험이 전무한 청와대 K기획관 아들 K씨(37)가 공기업의 일부 지원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로 태양광 발전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문제의 회사는 지난 9월 대기업 D사의 경남 양산 건물 옥상에 1M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H태양광발전’(이하 H발전)이다. H발전은 특수목적회사(SPC)로 K씨의 회사인 S사가 최대지분인 40%를 소유하고 건설업체인 Y사가 31%, D사가 29%를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H발전이 설립한 양산 태양광발전소는 올해 6월 2011년도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대상에 선정됐고, 경기도 군포에 추가 설립 예정인 1MW 태양광발전소도 11월 초 FIT 대상에 포함됐다. FIT 제도는 발전량을 전량 국가에서 매입해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그 대상 업체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선정한다. 이에 따라 H발전은 내년부터 생산하는 발전량 2MW 전부를 국가에 팔아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최대지분을 보유한 S사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씨 회사가 발전회사 40% 지분 소유

    문제는 H발전에 K씨의 회사가 최대주주로 참여하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K씨가 태양광 관련 기술이나 경험이 전무할 뿐 아니라 그의 회사가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나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K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국내 한 금융기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K씨는 경영 컨설팅업체를 거쳐 오일샌드 개발업체로 이직했다. 코스피 상장업체였던 이 업체는 한때 오일샌드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쳤지만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경영난에 빠졌고 급기야 올해 초 상장 폐지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K씨는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쳐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K씨가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해 S사를 설립한 것은 2009년 5월 20일이다. 자본금은 5000만 원. K씨의 아버지인 K기획관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높다. 이 회사에는 K씨의 부인이 이사로, K씨 어머니이자 K기획관의 부인이 감사로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인 K씨를 제외한 등기이사와 감사는 이들 가족 두 사람뿐으로 사실상 K씨 1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S사의 주소지는 충북 진천군 초평면 오갑리에 자리한 K공업과 같다. 현지 확인취재 결과 K공업에는 S사 사무실이나 관련된 집기시설이 아무것도 없었다. K공업 한 관계자는 K씨에 대해 “지난해 언젠가부터 가끔 들렀다가 올해 초부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별도의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쓰는 책상 한쪽에서 노트북으로 뭔가를 작업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K씨의 고등학교 친구라는 K공업 대표는 “태양광 사업에 참여하려던 K씨에게 모회사가 필요했는데, 서울보다는 지방에 주소지를 두면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어서 내 소유의 공장 주소지를 사용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S사는 ‘1인 페이퍼컴퍼니’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이 어떻게 국내 굴지의 물류회사인 D사와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K씨는 이에 대해 “D사가 창고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태양광 발전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사업을 같이 시작하게 됐다”고 했고, D사 측도 “K씨가 먼저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우리가 몰랐던 분야인 데다 영업이익이 연 20%를 넘고 기업이미지 개선효과까지 예상돼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측의 설명은 이 사업에 관여했던 다른 관계자들의 설명과 차이가 크다. D사가 지난해 9월 태양광 발전사업 공동개발 추진을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힌 곳은 다름 아닌 한국남부발전(이하 남부발전)이다. 남부발전 신재생에너지팀 관계자들에 따르면 D사와 남부발전이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09년 1~2월이다. 시기적으로 S사가 만들어지기 전이다. D사는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 창고를 소유하고 있고, 남부발전은 태양광발전소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기술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두 업체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S사 설립 이후 정부 지원 집중

    태양광 발전사업 논의 초기단계에 참여했던 남부발전 한 간부는 “처음에 사업을 제안했던 곳은 S사가 아니고 태백 풍력발전 SPC에 참여하던 S건설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이어 “당시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관련 법안이 검토되던 시기다. 신재생에너지 의무부과 용량을 채우지 못하면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남부발전은 마음이 급했다. D사가 주도적으로 사업 논의를 진행했는데, 그때 S사나 다른 업체 이름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부발전에서 태양광 발전사업 실무책임을 맡았던 한 관계자도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창고를 갖고 있는 소유주가 중요했기 때문에 D사와만 논의를 진행했다. 다른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고,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부발전은 이 발전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쯤 정부에서 공기업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SPC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구두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라는 게 남부발전 간부의 이야기다. 남부발전은 결국 D사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위한 기술 및 운영지원을 해주고 6월부터 실질적인 사업 논의에서 빠졌다. 공교롭게도 S사가 설립된 시기가 그즈음인 5월이다. 그 후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집중됐고, 공기업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SPC 참여제한도 없던 일이 됐다.

    청와대 K기획관 아들 태양광 발전사업 ‘미스터리’

    K씨가 설립한 S사가 주소지를 두고 있는 충북 진천 K공업. 그 어디에서도 S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S사가 H발전의 대주주가 된 것도 미스터리다. H발전의 자본금은 4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H발전이 양산에 준공한 1MW급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최소 40억 원 이상. 양산 발전소 공사는 현대중공업 쏠라에너지사업팀이 일괄 수주했는데, 자본금 4억5000만 원 이외에 나머지 공사비 35억 원은 모두 D사에서 지급 보증했다.

    D사 측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S사와 Y사도 연대 보증했다”고 주장했지만, Y사 측은 “공사비에 대한 지급보증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 측은 “S사가 페이퍼컴퍼니고 Y사는 조그만 업체여서 D사의 지급보증 외에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업가의 우연한 횡재?

    Y사가 지분을 투자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Y사의 지분 31%에 해당하는 투자액은 1억3950만 원. Y사 대표 A씨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지만 태양광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금액도 얼마 되지 않고 윗선(회장)에서 투자하라고 해서 그냥 투자만 했을 뿐”이라며 “조만간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사 측은 이 지분을 회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D사의 지분이 30%를 넘어가게 되면 관계사가 되기 때문에 이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이면에는 대기업인 D사의 관계사가 될 경우 금융감독원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기업 공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Y사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매입할 곳은 S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S사의 H발전 지분율은 71%까지 높아진다.

    K씨가 H발전에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1억8000만 원에 그친다. 여기에 대기업 D사의 투자와 지급보증, 공기업 남부발전의 기술 및 운영노하우 지원, 건설업체 Y사의 지분투자가 없었으면 K씨가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K씨가 평범한 사업가였다면 이런 ‘우연한 횡재’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태양광사업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청와대 고위층 자제가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특혜를 누리고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K기획관 아들 K씨 일문일답

    “난 사업제안자일 뿐, 아버지 도움 받은 적 없다”


    D사와 어떻게 태양광 발전사업을 같이 하게 됐나.

    “나는 사업제안자일 뿐이다. 직접 연락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D사는 물류회사다. 창고가 많다. 그것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Y사가 참여하게 된 배경은.

    “나는 잘 모른다. 건설업체인데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다며 D사에서 소개했다. Y사는 설비와 관리감독을 맡았다.”

    Y사는 그냥 투자만 했다고 하던데.

    “자세한 것은 그쪽에 물어봐라.”

    자본금 40%(1억8000만 원)는 어디서 구했나.

    “지인들에게서 빌렸다.”

    경기 군포 태양광발전소를 추가로 지으려면 자본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11월에 2억5000만 원 정도 증자해 자본금을 7억 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과 대출협상도 진행 중이다.”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적은 없나.

    “없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4월 2011년도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대상이 모두 결정됐다고 한다. H발전에서 신청한 발전소 두 곳 모두 그 후에 선정됐는데, 그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FIT 대상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선착순으로 선정한다. 앞서 선정됐던 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대기 순번을 받고 기다리던 우리가 추가로 선정된 것이다. 모든 절차가 온라인으로 공개되면서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선정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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