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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3代 세습에 민노당의 침묵, 차갑고 계산적”

휴먼라이츠워치 북한담당 케이 석 연구원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3代 세습에 민노당의 침묵, 차갑고 계산적”

“3代 세습에 민노당의 침묵, 차갑고 계산적”
북한의 3대 세습이 공식화됐다. 북한은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생중계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모습을 나타낸 김정은을 화면에 담았다. CNN도 이를 생중계했다. 같은 날, 북한의 권력 세습을 비판하며 1997년 74세에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세상을 떠났다. 김정은 세습과 황장엽 죽음 이후 북한의 세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북한 세습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쪽에서는 북의 세습을 어떻게 바라볼까?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북한담당 케이 석 연구원은 “민노당의 침묵은 차갑고 계산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당은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 민노당이 북한 3대 세습을 두고 침묵함에 따라 진보진영 내에서 대북논쟁이 뜨겁다. 북한 인권 문제 전문가로서 생각은?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생각을 말할 자유, 말 안 할 자유가 있다. 당신의 이념을 밝히라고 윽박지를 수 없다. 하지만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시민의 대표로 일하는 정당의 자유는 다르다.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대표하는 정당, 국회위원이 어떤 정책을 추구하는지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민노당 대표가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말을 않겠다고 하는데, 북한 인권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차갑고 계산적인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북한 주민이 어떻게 사는지 상관없이 북한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당은 무엇을 지지하는지, 비판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진작 이런 논의가 있어야 했는데 3대 세습을 계기로 시작돼 도리어 늦었다고 본다.”

▼ “3대 세습을 북한만의 특수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며 내재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 ‘특수성’은 휴먼라이츠워치가 전 세계 90여 개국 인권문제를 연구하면서 자주 듣는 변명이다. 북한의 ‘특수한’ 점은 내부에서 세습 문제를 두고 비판할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아로 수십만 명의 주민이 죽었지만 권력을 교체할 힘이 북한 내부에서는 안 나온다. 미얀마, 북한 등 닫힌사회를 담당하는 기타 지역 연구원들과 대화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가 북한만 따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심각하다. 미얀마에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있고 그 밖에도 민주화 운동, 인권운동을 하는 시민사회가 있다. 하지만 북한에는 전혀 없다. 이런 부분을 지적해줘야 한다.

유엔인권이사회도 2009년 12월 ‘북한 인권 보편적 정례검토(UPR)’ 회의에서 대북 권고안 167개를 채택했다. 하지만 북한은 50개 권고안을 거부했고 나머지 117개 권고안은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3월 제13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은 117개 권고안에 대해서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권고안에는 별 노력 없이 이행할 수 있는 안도 있었다. 해결 의지가 없는 북한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남한과 북한의 인권 비교도 이해 못할 일

▼ 민노당의 새세상연구소가 “우리에게 불편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문제를 제기했다. 북한 세습에 대한 비판이 한국의 모순을 눈감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왜 북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 인권을 나란히 놓고 이야기하느냐고 되묻고 싶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 한국에도 인권 문제가 있다, 남북이 똑같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진보진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는 불필요하다. 한국의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끝없이 북한에는 더 심각한 인권문제가 있다라고 제지하는 것이 옳은가? 인권 문제를 두고 우선순위를 세울 수 없지만, 한반도 전체를 봤을 때 북한의 인권침해, 특히 공개처형, 수용소, 어린아이를 포함한 연좌제 등이 가장 심각하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한국에 인권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아직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것과 북한에서 여전히 공개처형을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탈북자와 인터뷰를 하면 공개처형을 목격한 경험이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증언한다. 힘없고 권력 없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잔혹한 처사가 벌어지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 밖의 인권침해 문제를 논하는 것이 내정간섭이라면 아프가니스탄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 탄압 문제 등에 대해서도 침묵해야 한다. 이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 외국정부와 인권단체가 군사정부의 민주인사들에 대한 납치, 고문, 사형 등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비판하지도 개입하려 하지도 말았어야 한다는 논리다.”

▼ 김정은의 세습이 북한 인권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김정은은 아직 미스터리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추측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김일성의 젊은 시절과 닮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잇고 선군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군대에만 집중하고 북한 주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면 결국 전망은 우울하다. 북한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선군정치가 아닌, 선민정치이다.”

▼ 국내 북한인권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인권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다. 둘 다 우위를 가릴 수 없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두고 보수단체와 진보단체는 북한 체제가 먼저 변해야 한다, 북한 주민이 먼저 먹어야 한다 등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 콘퍼런스가 열려도 양측이 함께 자리를 하지 않을 정도다. 모든 인권단체는 북한이 민주사회가 되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모여서 이야기하고 생각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케이 석 연구원은 외신기자로 5년 동안 활동하다 2001년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들어갔다. HWR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연구하며 북한 관련 보고서를 꾸준히 써왔으며 해외 언론에도 기고했다. HWR의 유일한 한국인이다. 북한 관련 연구를 위해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다.



주간동아 2010.10.18 758호 (p40~41)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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