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9

2009.11.03

무선인터넷 대중화 시대 개막

이통 3사 무선데이터 요금 잇따라 인하 … 모바일 인터넷전화, 전자책이 현실로

  • 김태진 경제투데이 기자 tjkim@eto.co.kr

    입력2009-10-28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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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선인터넷 대중화 시대 개막

    휴대전화 보급률이 정점에 다다르고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는 점 등이 ‘무선인터넷 대중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 통신요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쓴다. 그러나 전화 걸 때마다 컴퓨터를 켜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해결책을 찾아보니 무선인터넷 공유기와 전용폰을 구매하면 된단다. 집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늘 들고 다녀야 하고, 착신을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 후배가 인기 모바일 게임이라며 휴대전화로 야구게임을 선물로 보내왔다. 이 게임의 데이터 용량은 1.7MB. 원래 4000원짜리지만 지금은 공짜라는 말에 재빨리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그런데 데이터 통화료가 6000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저학년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을 만큼 이동통신 서비스가 대중화한 ‘IT 강국’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단말기로 접속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낮다. 우리와 휴대전화 보급률이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런 기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휴대전화 보급률은 일본 85.7%, 미국 88.9%, 한국 93.9%, 호주 109.9%, 영국 125.5% 순이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이통사)의 무선데이터 매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일본이 41%로 가장 높고 호주 32.4%, 영국 27.8%, 미국 25.5% 순이다. 한국은 17%로 5개 국가 중 최하위다.

    단말기 1대로 이동전화, 인터넷전화 사용



    이는 무선인터넷 요금이 소비자가 거부감을 가질 정도로 비싼 데다, 이통사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휴대전화에서의 무선랜(Wi-Fi·와이파이) 이용을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또 해외 이통사들이 아이폰에서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앱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과 달리, 국내 이통사들은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초기화면을 통제하면서 콘텐츠 접근경로를 불편하게 만든 것도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저해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요금 인하와 무선데이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내놓고 이통사를 대상으로 행정지도에 나서면서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통사 역시 휴대전화 보급률이 93.9%에 이르러 더 이상 가입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음성서비스 매출로는 성장에 한계가 왔다고 판단하고, 무선데이터 요금인하와 함께 서비스 활성화에 나설 태세여서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특히 KT와 KTF의 합병을 계기로 유무선 서비스 통합 바람이 거세지고,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것도 무선인터넷 서비스 대중화의 촉매 노릇을 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란 음성과 데이터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그중 이통사가 가장 꺼리는 것은 휴대전화에서 무선랜 사용을 개방하고 음성통화를 허용하는 일이다. 이통사의 표준요금이 10초당 18원인 데 반해, 휴대전화에서 무선랜으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면 유선에 걸 때는 3분당 39원, 이동전화에 걸 때는 10초당 13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월14일 KT가 하나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집 밖에서는 이동전화로, 집에서는 인터넷전화로 사용할 수 있게 홈FMC(Fixed Mobile Convergence·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내놓았다. 월평균 170분 통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홈FMC로 음성통화료를 매달 6522원 아낄 수 있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이 서비스는 KT-KTF 합병 이전에는 각사의 매출 감소를 우려해 감히 내놓지 못할 서비스였지만, 통합 KT로서는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을 이겨보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무선인터넷 대중화 시대 개막

    삼성전자가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12월 말부터 교보문고와 함께 전자책 서비스가 개시될 예정이다.

    이에 뒤질세라 SK텔레콤도 10월21일 FMS (Fixed Mobile Substitution·유무선 대체) 상품을 내놓으면서 KT의 유무선 통합서비스에 맞불을 놓았다.

    FMS는 휴대전화에서 무선랜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유사하게 이용자가 특정 지역을 설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인터넷전화 요금을 적용하는 상품이다. SK텔레콤은 월 200분 통화를 하는 사람이 FMS 상품에 가입할 경우 월평균 약 8610원의 통화료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집전화를 FMS로 전환할 경우 3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30만원의 기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T와 SK텔레콤의 이 같은 서비스는 모두 모바일 인터넷전화의 전 단계 서비스이지만, 앞서 스카이프의 사례처럼 휴대전화와 인터넷전화 단말기를 따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없고, 인터넷전화 착신을 위해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이다.

    한편 KT의 홈FMC 서비스는 데이터 통화료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선랜 접속이 가능한 지역에서 데이터 통화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 이동통신망에서 1MB당 약 3500원씩 받던 무선데이터 종량요금이 1MB당 500원으로 저렴해졌다. 앞서 사례에서처럼 1.7MB 모바일 게임을 다운로드하면 앞으로는 약 800원만 내면 되는 것이다. 특히 KT는 최근 스마트폰이 휴대전화의 새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데이터 이용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스마트폰 정액형 요금에 가입할 경우 1MB당 50원까지 데이터 요금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 데이터 통화료의 70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요금제들은 11월부터 본격 출시된다. SK텔레콤도 현재 정액요금제로 무료 데이터 이용량을 1.8~11.9배 확대한 안심데이터 요금제 3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월정액 1만원으로 28MB를 사용할 수 있던 데이터 사용량을 50MB로 늘리고, 월정액 1만9000원 요금제는 1GB에서 1.5GB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위해 음성·문자·데이터·정보이용료를 통합한 4만~9만원대의 요금제 5종도 선보일 계획이다. LG텔레콤 역시 11월부터 기존 2만원의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를 1만원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확산이 촉매제로 작용

    이처럼 무선데이터 통화료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모바일 콘텐츠 이용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유선에서처럼 다양한 부가서비스 출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것이 KT와 교보문고가 준비 중인, 아마존의 ‘킨들(Kindle)’ 같은 전자책 서비스다. 12월 말 출시될 이 상품은 이동통신망(WCDMA)과 무선랜(Wi-Fi)을 이용해 삼성전자에서 출시할 전용단말기에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교보문고는 KT가 데이터 통화료를 크게 낮추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별도의 통신료 지불 없이 언제나 자유롭게 이동통신망이나 무선랜으로 접속해 책을 구매할 수 있게 하거나 관련 서적 정보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교보문고 성대훈 디지털사업팀장은 “무선데이터 통화료가 시간대에 따라 새벽·심야에는 훨씬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고 전반적으로 크게 낮아졌다”며 “덕분에 별도의 통화료 청구 없이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향후 전자책 단말기에서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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