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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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위해 준비했어” 싱글족 구애작전

1인가구 겨냥한 제품 잇따라 출시 패스트 퍼니처에 세대 분리형 아파트까지 등장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9-10-28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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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위해 준비했어” 싱글족 구애작전

    ㈜한샘의 모듈형 수납가구 ‘샘’(좌측작은사진). 블루밍홈의 소파 겸용 침대인 ‘플로라 소파베드’(큰사진). 한양건설의 ‘두 세대 분리형 평면’ 구조도(우측 작은사진). 폭탄알람시계 저금통(우측 맨 아래).

    # 혼자 사는 직장인에게 엄마보다 확실하게 깨워주는 알람시계는 필수품이다. 이런 싱글족 사이에서 요즘 인기를 끄는 제품은 ‘폭탄알람시계 저금통’. 맞춰놓은 시각에 동전을 넣어야 알람소리가 멈추고, 동전을 넣지 않으면 폭탄소리가 나면서 저금통 안에 든 동전이 쏟아진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 관계자는 “뛰어난 성능에 재미까지 갖춰 20, 30대 싱글족에게 인기”라며 “10월 들어 20여 일 만에 5400여 개가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 국내 1위 가구업체인 ㈜한샘은 지난 5월 온라인 판매 전용인 모듈형 수납가구 ‘샘’(SAM)을 출시했다. 필요성과 여유 공간에 따라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는 이 가구는 출시되자마자 오피스텔 같은 좁은 공간에서 사는 싱글족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첫 달 6000만원이던 매출이 10월엔 3억원으로 5배가량 뛰었다.

    # 한양건설은 영종도 하늘도시에 59㎡ 규모의 1300여 세대를 공급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임대수익형’ 미니 아파트를 선보였다. 이는 실내 현관에서부터 좌우세대가 분리되는 주거상품으로, 이 가운데 임대공간은 주방과 화장실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한양건설 김세진 대리는 “독신자나 신혼부부 같은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임대공간을 싱글족에게 빌려주다가 훗날 자녀가 생기면 적은 공사비용을 들여 좌우세대를 합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30년엔 2인 이하 가구가 45%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1세대’ 싱글족 제품이 용량을 절반으로 줄인 단순한 수준이라면, 최근에는 이들의 니즈(needs)와 라이프스타일을 꿰뚫는 신개념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품 영역도 식·음료품에서 통신서비스, 가구·생활용품, 주거상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싱글족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두터운 소비자층을 형성해나가고 있기 때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것과 달리, 전체 가구수는 1인 가구의 증가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008년 현재 전체 가구의 20%(336만 가구)에 이르는 1인 가구는 2030년 25%(471만 가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까지 합하면 세대원이 2명 이하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5%(882만 가구), 즉 ‘한 집 건너 한 집’꼴이 된다.

    “널 위해 준비했어” 싱글족 구애작전

    책상·식탁·의자로 활용 가능한 멀티테이블, 이마트의 미니 용량 ‘엔젤우유’(100ml)와 ‘미니라면’, 신일산업의 무선 전기 라면포트, 4인용 전기밥솥(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2006년 CJ제일제당이 기존 210g 용량의 햇반을 130g짜리 2개로 나눠 포장한 ‘작은 두 공기 햇반’을 내놓은 이후, 싱글족을 겨냥한 식·음료품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55ml짜리 참기름, 50g짜리 마요네즈, 65g짜리 케첩, 200g짜리 쌈장 등 미니 양념류뿐 아니라, 250ml짜리 하이트 미니맥주, 120ml짜리 처음처럼 미니어처, 128ml짜리 국순당 백세주 등 미니 주류도 출시됐다.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라면 1인분은 120g, 우유 한 잔은 200ml’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81g짜리 ‘미니라면’과 100ml짜리 ‘엔젤우유’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와인업계에서도 ‘반병 와인’이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의 와인을 선호하는 실속형 싱글족을 겨냥한 틈새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대유와인 김영심 부장은 “375ml짜리 반병 와인은 둘이 한 잔 반씩, 혹은 혼자 서너 잔 마시기에 딱 좋은 용량”이라며 “최근 들어 할인점뿐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반병 와인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피자도 더 이상 여럿이 나눠먹는 음식이 아니다. 피자헛은 매장에서만 팔던 1인용 미니피자를 집으로도 배달하는 서비스를 올여름부터 시작했다. 집에서도 혼자 피자를 즐기고 싶다는 싱글 고객들의 요청이 많았던 것이 새로운 서비스 도입의 배경. 한국피자헛 측은 “미니피자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밝혔다.

    한편 가전·생활용품, 통신업체는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성패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원하는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멀티 기능 △비용과 공간 절약 △세련된 디자인이 꼽힌다. G마켓 마케팅실 김재돈 실장은 “싱글족 시장의 트렌드는 3S, 즉 Smart, Save, Style로 요약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모니터업계에서는 HDTV 수신 기능을 갖춘 20인치 이상 대형 LCD 모니터의 신장세가 두드러지는데, 이 제품의 주요 고객층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TV를 놓을 공간이 없는 오피스텔, 원룸 거주자다. 이런 ‘TV 겸용 모니터’를 아예 빌트인 가구로 갖추는 것도 일반화하는 추세.

    KT는 지난해 7월 싱글족을 겨냥한 ‘쿡 집전화영화요금제’를 내놨다. 월 1만원의 정액요금만 내면 저녁 9시부터 아침 8시, 주말 내내 집전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달 영화관람권 1장을 제공한다. KT 측은 “주로 야간 시간대와 주말에 집에 머무는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며 “영화를 좋아하는 20, 30대 싱글족이 주로 가입한다”고 말했다.

    니즈 세분화한 마케팅 전략 필요

    G마켓은 싱글족에게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스탠드형 스팀다리미, 무선 전기 라면포트, 미니밥솥, 로봇청소기를 꼽았다. 이들 제품 모두 집안 살림을 간단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갖췄다.

    최근 가구업계에는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유행에 따라 빨리 바꿔 출시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처럼 간단히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가구를 일컫는 말. 연간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온라인 가구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군이 패스트 퍼니처인데, 이런 가구를 찾는 주요 고객층이 바로 싱글족이다.

    패스트 퍼니처는 활용도가 높고 공간을 덜 차지할수록 사랑받게 마련이다. 간단한 등받이 조절로 침대와 소파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파베드, 사이즈는 작지만 수납공간이 넉넉한 데다 거울을 닫으면 일반 수납장으로 보이는 좌식화장대, 책상·식탁·티테이블·의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멀티테이블이 그래서 인기가 좋다.

    ㈜한샘의 모듈형 수납가구 ‘샘’도 패스트 퍼니처로, 가격 또한 기존 자사 제품의 3분의 1로 저렴하다. ㈜한샘 김동성 대리는 “1970년대 자취생들이 즐겨 쓰던 ‘비키니 옷장’과 달리, 최근의 패스트 퍼니처는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도 우수하다는 특성을 갖는다”고 전했다. 지방 중·대형 아파트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고전하는 건설업체들도 최근 싱글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만큼 이들의 여건에 맞는 주거상품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롯데건설은 이미 30㎡(10평형) 규모의 미니 아파트 전용 브랜드 ‘캐슬 루미니’를 출시하고, 올해 안에 모델하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금호건설도 내년 중에 발코니를 갖춘 30㎡ 이하 미니 아파트 건설 사업에 착수할 계획.

    금호건설 주택전략팀 박유라 과장은 “정부의 도심형 소형주택 정책과 맞물려 건설업계에는 미니 아파트가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싱글족이 또 하나의 ‘주류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것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소비트렌드 전문가인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이들을 하나의 균질한 집단으로 이해한다면 실패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조언했다.

    개인마다 연령, 경제력,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변미리 연구위원도 서울의 1인 가구를 ‘4인4색’으로 분류한다(SDI 정책리포트 ‘1인 가구 서울을 변화시킨다’/2009년 1월).

    고소득층인 골드미스·미스터 그룹 외에도 청년실업에 직면한 산업예비군 그룹, 가족해체의 결과로 등장한 30~50대 독신자 그룹, 그리고 실버세대 그룹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여건이 각기 다른 싱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세분화한 마케팅 전략만이 주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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