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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天·高·野·飛 08

“경기력·관중 수준 앞서가는데 야구장만 제자리걸음”

이상일 KBO 사무총장 “국민 에너지 발산 욕구 충족 고민거리”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경기력·관중 수준 앞서가는데 야구장만 제자리걸음”

“경기력·관중 수준 앞서가는데 야구장만 제자리걸음”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51)은 요즘 신이 났다. 9월26일 끝난 2009 프로야구 정규리그의 관중이 당초 목표인 556만명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KBO가 포스트시즌을 제외한 정규리그 관중 수를 집계한 최종 결과는 592만5285명. 역대 최다이던 1995년 541만명보다 50만명이나 많았다. 40만명 정도로 예상되는 포스트시즌 관중까지 합하면 600만명을 넘어설 전망.

지난 7월 사무총장에 부임한 이 총장을 10월6일 오전 KBO 사무총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흥분된 어조로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야구장에서 한 해에 치르는 532게임이 전부 만원을 기록할 경우 총 관중수는 1200만명으로 추산된다. 600만명이라면 전 게임의 절반이 만원이었다는 얘기다. 게임당 평균 관중수는 1만1138명이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수용 인원 1만명 규모인 대구경기장이나 1만500명인 대전경기장보다 많다. 하지만 야구장 규모나 시설이 개선되지 않는 한 더 이상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총장은 KBO의 산증인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2월 공채로 KBO에 입사해 홍보실장, 운영부장, 사무차장, 총괄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올해로 26년째 몸을 담고 있다. 그런 자신이 사무총장 자리에 올라 프로야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니 기쁨이 남다를 수밖에. 그는 야구가 이처럼 제2의 부흥기를 맞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야구에 대한 국민의 감정변화가 가장 큰 요인인 듯하다. 그것을 만들어내기까지 각 구단의 노력,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수들의 활약, 국민 여가생활 패턴의 변화, 전 게임의 케이블TV 중계, 해외파 선수들의 국내 유턴으로 한국 야구의 경기력 향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야구에 대한 국민감정이 어떻게 변화했다는 것인가.

“야구를 보는 패턴이 변했다. 예전에는 야구를 단순히 승패를 중요시하는 게임으로만 봤다. 하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선수나 팀을 보고 응원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각 구단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도 무척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방송에 있는 것 같다. 야구장에 가면 방송을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의상이나 소품들이 화려해졌다. 또 그래야 방송을 탄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 스포츠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경향이 있다. 최근의 야구 인기가 실업난이나 경제침체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1980년대에 해태가 한국시리즈를 4연패하면서 호남사람들은 야구를 정치적 한풀이의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해태그룹이 어려워지고 성적도 급락하면서 그런 경향이 사라졌다. 권력이나 정치적 이유로, 또는 사회적 이유로 스포츠가 인기를 끌던 시대는 해태의 몰락으로 사실상 끝난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의 야구 인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야구장 시설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WBC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의 위상이 높아져서인지, 한국 야구를 보고자 하는 외국 사람이 많아졌다. 미국 LA의 한국 관광상품 중에 부산사직구장을 다녀가는 코스도 생겨났을 정도다. 그런데 우리의 야구장 시설은 정말 열악하다 못해 부끄러울 지경이다. 당장 10월15일부터 한국시리즈가 광주에서 열리는데 구장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광주가 연고인 KIA 타이거즈는 아홉 번이나 우승한 팀 아닌가. 그런데도 홈구장의 수용인원이 1만2000명에 불과하다. 규모는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된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입장 때부터 퇴장 때까지 관중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화장실이다. 여성 관객이 많이 늘었는데도 여자화장실의 수는 그대로다. 여성들은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 마음 놓고 음료수조차 사먹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건 홈구장에 투자하지 않는 구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기업은 어차피 이윤을 목표로 하지 않나. 야구장에 투자해 이윤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엄밀하게 따지면 KBO에도 문제가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때 경기장 등 인프라를 갖추는 데 왜 전력을 다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1988년 일본이 도쿄돔을 완공했을 때 먼 나라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열악한 지방 야구장의 현대화라도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원은 전무(全無)한가.

“그동안 선거철만 되면 야구장 신축을 공약으로 내거는 지방자치단체장(이하 지자체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그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지자체장들은 선거를 의식해 시구나 야구장 나들이만 좋아한다. 참 답답한 것이 올 한 해 광주구장을 찾은 관중이 60만명에 이른다. 140여 만명인 광주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그 정도의 광주시민이 즐기는 시설이라면 지자체는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짓는 대부분의 문화시설이나 놀이시설은 1년에 10만명 정도가 이용할까 말까다. 그런 시설이 야구장처럼 에너지를 발산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으로서의 구실을 해낼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도 반성해야 한다.”

총장에 부임한 지 3개월 남짓 됐다. 현안이 적지 않을 텐데 개인구단인 히어로즈 문제는 어떻게 정리할 생각인가.

“히어로즈가 자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며 프로야구에 참여했고, 가입금 120억원 중 84억원을 내고 현재 운영 중이다. 일부의 우려에도 히어로즈는 KBO 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히어로즈는 올해 6위를 했다. 굴지의 대기업인 LG와 한화보다 성적이 좋았다.”

그래도 적자 아닌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기존 구단들이 지금처럼 관중을 동원해도 적자인데, KBO 가입금은 물론 야구장 개보수 비용 등 다른 구단들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초기비용이 많이 생긴 상황에서 히어로즈의 적자는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히어로즈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제9구단이나 제10구단 등 후속 구단의 창단 움직임은.

“일부 논의가 있긴 하지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그보다 기존 구단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신생 구단이 생긴다면 연고지와 야구장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선수노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언젠가는 만들어지고, KBO나 구단들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도 시기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말이 프로지, 실제 프로가 아니다. 각 구단마다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 이상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단들이 선수노조를 인정하기 어렵다. 최소한 한두 개 구단 이상이 흑자를 내는 구조가 될 때 선수노조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프로야구가 국민에게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나.

“진정한 프로야구라면 국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기능을 충실히 다하지 못한 것 같다. 많이 미흡했다. 내 고민도 바로 거기에 있다.”



주간동아 2009.10.20 707호 (p42~4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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