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7

2009.10.20

“첫 키스보다 더 짜릿, 내가 미쳐”

야구 홍보대사 연예인들이 말하는 야구의 매력

  • 입력2009-10-16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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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홍보대사] 개그맨 남희석 “우럭 잡으러 갔다 큰 농어 잡는 기분 아세요?”

    “첫 키스보다 더 짜릿, 내가 미쳐”
    열한 살 때 충남 보령에서 서울 암사동 이모댁으로 머나먼 유학을 왔다. 콧물은 질질, 말투는 자니 윤보다 더 느리고, 게다가 충청도 사투리까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멍 때리기’와 손으로 학교 담벼락 비비며 걷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던 나는 5학년 때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연히 야구게임에 끼어들게 됐다.

    그런데 OB 베어스의 신경식 선수처럼 키도 크고 다리까지 찢으면서 공을 받아내자 아이들이 서로 나를 자기 편에 넣으려고 난리였다. 어렸을 때 보령 웅천의 농협은 야구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곡물창고가 3면에 자리하고 있어 공을 잃어버리거나 유리창을 깨뜨릴 위험도 없었다. 게다가 박철순의 OB가 원년 우승까지 차지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농협 곡물창고 야구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경기력’을 키워나갔다.



    그 덕에 서울 유학생활은 인기리에 쫘악 열릴 수 있었다. 당시 암사동 토끼굴 같은 곳을 지나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한강의 넓은 터가 있었기에 야구장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때 서울 아이들은 90%가 MBC 청룡의 팬이었다. 내심 딱해 보였다. 난 원년 우승에 빛나는 OB 팬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월이 오래 흐르지도 않아 1985년 중학교 2학년 때 내 꿈의 팀이 연고지를 서울로 옮겼다. 정말 실망했다. 선수 지명할 고교 팀이 적어서 갔는지, 서울이 좋아서 갔는지 몰라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지어다! 히어로즈를 보라. 연고지 버리고 가서 잘 되고 있나. 인천 사람 중에는 현대 유니콘스(지금의 히어로즈)가 서울로 떠났을 때 야구를 버린 이들이 많다.

    하지만 떠난 님은 떠난 님. 결국 나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 됐다. 야구, 참 매력적인 스포츠다. 낚시와 비슷하다. 고기가 안 잡힐 때는 한없이 답답하다가도 갑자기 1m짜리 잉어를 낚듯이 짠~ 하고 찾아오는 만루 홈런의 맛이랄까. 믿었던 선수가 죽을 쑤고 있어 답답하던 차에 부상 선수 대신 나온 선수가 난데없이 펄펄 날면 ‘우럭 잡으러 갔다가 겁나게 큰 농어를 잡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올해는 이기는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갔지만 지는 날이 많았다. 한화 팬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승은 우주로 날아간 나로호만큼 멀어졌는데도, 내가 야구장을 찾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유는 ‘그냥’이다. 그냥 좋아서다. 나는 야구가 좋다. 한화가 좋고, 롯데의 뜨거운 팬들이 좋고, 고영민의 얌생이처럼 빼어난 실력도 좋다. 두산이 싫고, 김성근 감독의 잦은 투수교체가 싫고, 자꾸 지는 한화가 더 싫지만, 미운 짓 좀 한다고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여러분, ㅎㅎㅎ 아무튼 내년에도 목동과 잠실 인천 문학 대전 구장의 한구석에서 무지 흥분하고 있는 저를 보신다면 제발 경기 중에는 잠시 내비두셔요.^^;

    [삼성 라이온즈 홍보대사] 개그맨 김홍식 “룰을 알면 알수록 더 큰 재미 느껴”

    “첫 키스보다 더 짜릿, 내가 미쳐”
    중학생 때 대구 야구장에서 대붕기 고교야구를 하루에 두 경기씩 보고 1시간 넘게 집까지 걸어오곤 했으니, 어릴 적부터 야구가 좋긴 좋았나 보다. 지금도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스포츠채널에서 야구 경기를 보는 게 큰 즐거움이다

    집에 TV가 한 대밖에 없어서 채널을 다른 가족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네 살짜리 막내아이에게 일찍부터 주입식 야구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나 대신 막내아이가 다른 가족이 드라마 보려는 걸 결사적으로 막아준다. 얼마 전에는 평생소원이던 야구중계 객원해설까지 두 번이나 해봤으니 이젠 원도, 한도 없다.

    이렇게 야구가 좋은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단 떠오르는 답은 ‘그냥’이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일주일에 하루를 빼고는 거의 매일 중계를 해주고, 다른 종목에 비해 시즌도 길다. 그러다 보니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이른바 ‘접근성’이 좋다고나 할까.

    또 하나, 야구는 룰도 복잡하지만 아는 만큼 재미있는 경기다.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가 그랬다. “야구는 공이 가장 많이 날아가는 위치에 수비수들을 세워놓고, 거기에 손이 아플까봐 글러브까지 끼고 공을 잡으니 야구만큼 쉬운 운동이 세상에 또 어디 있냐”고. 그래서 나는 답했다. “그렇게 공이 잘 날아가는 위치에 수비수들이 글러브까지 낀 채 버티고 있고, 투수가 어디로 어떤 구질의 공을 어떤 스피드로 던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타자가 안타를 친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냐”고.

    야구는 만점이 30점인 운동이다. 왜냐하면 열 번 타석에 나와 세 번 이상 안타를 치는 게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적이 좋은 타자라도 자기가 약한 투수에게는 꼼짝하지 못하는 게 야구 아닌가. 아시아 홈런왕인 이승엽도 이혜천만 만나면 꼼짝도 못하지 않나. 그래서 말인데, 야구를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만큼 야구를 모르는 것이다(나 혼자 생각인가?).

    야구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축구는 후반전 1분을 남겨놓고 5대 0의 스코어면 다 끝난 거라고 할 수 있지만, 야구는 9회 말 투아웃에 5대 0으로 지고 있어도 완전히 졌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흔히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고 말하지 않는가. 인생과 비교해보자. 도저히 역전할 희망이 없다면 남은 인생을 살아갈 맛이 나겠는가.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역전할 수 있는 게 야구 경기인 만큼, 인생에서도 역전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야구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좋은 게 아니라, 야구 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에 나는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KIA 타이거즈 홍보대사] 개그맨 박준형 “라디오 중계 들으며 응원, 끝내줘요”

    “첫 키스보다 더 짜릿, 내가 미쳐”
    어릴 적 테니스공 하나만 쥐어줘도 하루 종일 야구를 하면서 놀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그때부터니까, 야구를 좋아한 지 30년은 된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서울 청파동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 옆에 살았는데, 그때 선린상고에 김건우 박노준 등 내가 좋아하는 야구선수들이 무척 많았다. 그 덕에 프로야구 원년부터 야구에 빠져 살았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전라도에는 연고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KIA 타이거즈 팬이냐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겠나. 야구를 잘하니까 좋은 거지.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좋아했다.

    야구는 참 공정한 경기다. 타자들이 모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치지 않나. 축구 같으면 못하는 아이들은 공에 발 한 번 못 대본다. 또 야구장에 가면 탁 트인 시야에 재미있는 것도, 먹을 것도 많다. 야구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라디오를 갖고 가서 중계를 들으며 보는 것, 그리고 응원에 푹 빠져 목청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노는 것.

    [SK 와이번스 와이번스 걸] 탤런트 이채영 “관중 환호성과 탄성 속으로 빠져드는 그 느낌!”

    “첫 키스보다 더 짜릿, 내가 미쳐”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LG 트윈스 이상훈 선수를 좋아했다. 그래서 야구도 덩달아 좋아하게 됐는데, 이 선수가 일본으로 가면서 조금 시들해졌던 것 같다. 야구라는 경기는 참 신기하다. 10대 1로 지고 있다가도 갑자기 역전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야구방망이의 둔탁한 소리 또한 들을 때마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타구음이 들리면 그게 안타인지, 홈런인지 나도 모르게 눈이 공을 쫓아가게 된다.

    솔직히 SK 와이번스 홈경기 때 내가 시구를 하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마침 그때 SK는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포수 박경완 선수도 내가 평소 좋아하는 선수다.

    시구를 마치고 박경완 선수와 가볍게 포옹했을 때 정말 영광스러웠다. 얼마 후 ‘와이번스 걸’로 선정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다. 억세게 운이 좋았다. 공식 행사가 아니더라도 인천문학경기장에는 가족과 함께 한 달에 두세 번은 간다. 을왕리 조개구이도 먹을 겸, 바람도 쐴 겸, 야구도 볼 겸해서. TV로 보는 야구와 현장에서 보는 야구는 차이가 크다. 관중의 환호성과 탄성을 들으면서 어느 순간 그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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