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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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전동자전거 열풍

구입 시 보조금 지급 등 장려 정책 확산 …기업들 비용 절감 위해 업무용으로 선호

  • 도쿄=김동운 여행작가 www.dogguli.net

    입력2009-07-29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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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열도 전동자전거 열풍
    도쿄에서 일본인 아내와 사는 나는 간단한 쇼핑은 집 앞의 슈퍼마켓 체인인 이이다(イイダ)에서 한다. 실생활에 필요한 잡화와 식료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집과 가까워 자주 이용한다.

    얼마 전 일이다. 평소처럼 이이다에서 식료품을 사고 집으로 가려는데 조금 색다른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안장 하단에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네모난 물체가 달린 자전거! 생김새로 미뤄보건대 최근 TV나 신문에서 자주 본 전동자전거(電動自轉車)임이 분명했다.

    우리 가족이 사는 맨션 주차장에도 요즘 전동자전거가 세워진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동자전거 한 대 가격은 일반 자전거의 4~5배나 될 만큼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에서는 전동자전거 열풍이 거세다.

    법 개정으로 전동자전거 범위 확대

    전동자전거는 한자 그대로 전기의 힘을 이용해 구동되는 자전거를 말한다. 하지만 전기를 쓴다고 모두 전동자전거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인력(人力)을 보충하기 위해 전기를 쓸 때만 전동자전거란 명칭을 사용한다.



    발로 페달을 밟지 않고 전기의 힘으로만 주행하는 자전거는 소형 오토바이로 분류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소형 오토바이와 구분하기 위해 전동자전거보다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란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즉 전동자전거는 오토바이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면허를 딸 필요도, 헬멧을 쓸 의무도 없다. 일반 자전거보다 주행 시 피로감이 덜해 장년층이나 주부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자전거 판매 대수는 31만5000여 대. 소형 오토바이 판매는 29만5000여 대에 그쳤다. 전동자전거가 소형 오토바이의 판매량을 뛰어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으로, 일본 사회는 이를 ‘에코 붐’의 결과로 본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전동자전거의 모태는 1993년 야마하에서 처음 출시한 전동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이 모델은 1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성장을 했다. 초기에는 50, 60대 장년층과 아이가 있는 주부에게 인기 있던 것이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가파른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고 먼 거리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전거 출퇴근족도 선호한다.

    전동자전거의 인기 비결에는 일본 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한몫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저공해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최고 25만 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배기가스량과 연비에 따라 취득세 등의 세금을 50~100% 감면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또 전기소비량이 낮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에코포인트를 지급해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 보조금이나 에코포인트 모두 친환경 정책이면서 경기부양책이기도 하다.

    일본 열도 전동자전거 열풍

    자전거 프랜차이즈 ‘아사히’에 진열된 전동자전거들. 안장 밑에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자전거의 경우 지난해 12월의 ‘인력과 동력의 힘 비율 완화’를 골자로 한 관련 법 개정 덕분에 크게 고무된 상황. 전동자전거는 전기모터와 인력으로 움직이는데, 개정된 법령은 전동자전거의 모터 비중을 높여줬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개정 전에는 시속 15km까지 모터와 인력의 비율이 1:1로 운행돼야 소형 오토바이가 아닌 전동자전거로 인정받았는데 개정된 법령은 시속 10km까지 모터와 인력의 비율이 2:1로 운행되면 된다.

    즉 언덕을 오르거나 장거리를 이동할 때 예전보다 모터의 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어 좀더 편하게 주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법령 개정 이후에도 시속 24km 이상에서는 100% 인력의 힘으로만 운행돼야 전동자전거로 인정받는다.

    전동자전거 범위의 확대는 ‘전동자전거 대중화’를 가져왔다. 우선 택시업계가 반색하고 나섰다. 유람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전거 택시’들이 전동자전거를 대거 도입하자, TV와 신문 등을 타고 ‘전동자전거가 예전보다 훨씬 편리해졌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여기에 자전거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신형 전동자전거를 발 빠르게 선보이면서 일반인의 구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소형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의 전동자전거 구매도 급증했다. 기름값과 주차비 등 업무용 차량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끼고, 협소한 공간에 주차할 수 있으며,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는 등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사카의 한 은행은 올해 9월까지 업무용 차량과 오토바이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전동자전거를 220대 사들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은행은 연간 4700만 엔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290만t이나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발 빠른 대응을 가져왔다. 후쿠이현(福井縣)은 ‘환경이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통근용 전동자전거 구매 시 3만 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가고시마(鹿兒島)는 4월부터 출퇴근용뿐 아니라 쇼핑 등 개인 용도로 전동자전거를 구매할 때도 구매 가격의 3분의 1, 최대 3만 엔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비싼 가격 짧은 배터리 수명 약점

    일본 정부의 친환경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 여기에 지방정부의 보조금 등 지원까지 더해진 전동자전거의 장래는 밝은 편이다. 그러나 ‘장기간 흥행’의 반열에 오르려면 몇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우선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문제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전동자전거 가격은 10만 엔 정도. 보통 1~2만 엔인 일반 자전거와의 가격 차가 너무 크다. 보조금 정책이 있긴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지방정부가 많은 것도 아니고 있다 해도 최고 3만 엔까지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아직까지 일반인보다 기업의 구매가 많다.

    충전지의 수명도 숙제다. 모터를 움직이려면 충전지가 필요한데, 주로 니켈 수소 전지나 리튬 이온 전지가 이용된다. 이들 충전지는 300~400회 사용한 뒤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때 추가로 2~4만 엔이 든다. 이 때문에 전동자전거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가 상당수다. 충전지 효율을 높이든가 단가를 낮춰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마지막으로 제품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걸림돌.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접이식 전동자전거도 나왔지만, 일반 자전거보다 디자인이나 제품 수가 적다. 일본의 자전거 전문 프랜차이즈인 아사히(ASAHI) 매장에 가보면 전동자전거 종류가 일반 자전거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CO2 배출량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시키며, 좀더 편안한 생활을 가져다주는 전동자전거 붐이 벌써 시작됐다는 점은 이웃나라 한국으로서는 부러운 일이다. 한국에서도 전동자전거 사용을 장려하는 친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사회 인식이 바뀌어 전동자전거 열풍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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