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6

2009.07.28

‘명품 개코’ 너희들을 믿는다

세계 첫 복제 마약탐지견 6마리 인천공항 등 실전배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7-20 1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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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개코’ 너희들을 믿는다
    복제 마약탐지견 ‘투피(Toppy)’ 6마리가 7월17일 관세청 마약탐지견으로 정식 인증을 받고 마약단속 현장에 투입됐다. 탐지 능력이 뛰어난 마약견을 복제해 단속 현장에 투입한 것은 세계 최초다.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팀이 2007년 10월부터 3회에 걸쳐 복제해 태어난 마약견 ‘투피 6형제’는 그동안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에서 유견(乳犬·생후 3개월 미만), 자견(子犬·생후 1년 미만) 훈련을 거치며 환경 적응 및 대인친화 훈련과 지능 및 집중력 개발, 탐지능력 개발 훈련을 받았다.

    1년간 기초 훈련을 마친 뒤 3~6월 16주 집중훈련 기간에는 대마, 해시시, 코카인, 필로폰, 헤로인, 아편, 엑스터시(MDMA) 등 7종의 마약 인지능력을 길러 완벽한 ‘명품 개코’로 탈바꿈했다. 기존 훈련은 ‘쉬운 냄새’(향이 많은 마약)부터 시작해 ‘어려운 냄새’(향이 거의 없는 마약)로 인지해가는 방식이지만 복제견들은 처음부터 ‘어려운 냄새’로 인지 훈련을 받는 ‘하드 트레이닝’을 거쳤다.

    “보통 교육과정을 이수한 탐지견들은 33~38%가 테스트에 합격해 마약탐지견으로 활동하지만 복제탐지견은 6마리 모두 합격해 혈통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체크리스트를 종합해 80점 이상이면 합격인데 복제견은 80~99점까지 고루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 세관서 33마리 활동 중



    ‘명품 개코’ 너희들을 믿는다

    ‘투피’에게 세포를 제공한 탐지견 ‘체이스’(앞) 뒤로 ‘투피 형제’들이 훈련요원과 훈련장으로 향하고 있다.

    관세청 탐지견훈련센터 정영주 과장의 말이다. 마약탐지견은 보통 2세 때 탐지견이 돼 5~6년간 활동하며 8세가 되면 ‘은퇴’한다.

    6형제도 ‘정년퇴직’하는 선배 탐지견 자리를 대신해 인천공항 3마리, 인천·김포·대구세관 각 1마리씩 배치됐다. 앞으로 5~6년간 마약탐지요원(핸들러)과 ‘1인1견’ 1조가 돼 은퇴할 때까지 마약감시 활동을 벌이게 된다.

    생후 1년간 탐지견 한 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200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몸값’만큼 대접도 융숭하리라 짐작되지만 실제 생활은 정반대다.

    포만감이 있으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매일 저녁 한 끼(사료)만 먹으면서 ‘배고프게’ 살아야 하고, 1년에 한 번 치르는 수행평가에 낙제하면 3주간 ‘보충수업’도 받아야 한다.

    국내 세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약탐지견은 복제견을 포함해 모두 33마리. 대부분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캐나다산(産) 래브라도 레트리버종(種)인데 복제견도 마찬가지다.

    투피는 ‘Tomorrow Puppy’의 줄임말로 첨단 과학·훈련기술로 태어난 미래의 강아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 7형제였지만 한 마리는 훈련 도중 앞발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훈련을 이수하지 못했다. 요원들은 투피 형제에게 ‘투피먼(데이)’ ‘투피투(스데이)’ 등 요일별 영어 이름을 붙였다.

    한편 한국의 복제마약견 소식은 세계관세기구(WCO) 홈페이지를 통해 모범사례로 알려졌고, 호주 러시아 등에서는 세관 직원이 직접 방문해 훈련과정을 배우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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