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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Who is she?”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Who is she?”

요즘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서른이 넘어 배운 언어는 모두 쓸모없다고,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공부를 더 하라고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스페인어에 큰 매력을 느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사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는 겁니다. 이유인즉 20여 년 배워온 영어와 많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학은 영어로 ‘university’이고, 스페인어로는 ‘universidad’입니다. ‘real’은 단어 자체가 같습니다.

발음만 영어로는 ‘리얼’, 스페인어로는 ‘레알’로 다를 뿐. 이 얘기를 파라과이에서 살다 온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영어는 그나마 이질적인 편에 속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같은 경우는 그 나라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라말로 얘기해도 85% 이상 알아들을 만큼 비슷해.” 생각해보니 고등학교에서 배운 프랑스어 역시 스페인어와 매우 유사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인들이 4개 국어를 구사하고, 국제회의 등에서 여러 언어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것이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닐 듯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어는 안타깝게도(?) 독창적인 언어입니다. 우리말과 영어를 ‘이중 언어’로 완벽하게 구사하기란 언어학자가 아닌 처지에서 봐도 무척 어렵습니다. 하물며 아직 언어체계가 잡히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이질적인 두 언어로 자극을 가한다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습니다. 지금 같아선 아이를 낳아도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지는 않을 것 같아요.

“Who is she?”
하지만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Who is she?”라고 말하던 아이에게 제대로 대답조차 못해 우물쭈물하던 제 모습, 초등학교 6학년 때 알파벳을 처음 접하고 지금까지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상황을 생각하면 아기 엄마가 된 뒤 제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조기 영어교육, 참 어려운 일입니다.



주간동아 2009.06.16 690호 (p70~70)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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