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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프로그램에 야한 장면 싫어요”

9살 시청자 항의 편지에 BBC 당황 “앞으로 주의”

  • 런던=전원경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어린이 프로그램에 야한 장면 싫어요”

아홉 살 시청자의 깜찍한, 그러나 진지한 항변을 담은 편지가 영국에서 화제다. ‘데일리메일’지 주말판 보도에 따르면, 런던 인근의 소도시 레딩에 사는 윌리엄 바클레이 클락 군은 최근 BBC TV에 항의성 편지를 보냈다. 편지 내용은 윌리엄이 즐겨 보는 주말 어린이 프로그램 ‘로빈 후드’(BBC1, 토요일 오후 6시35분 방송)에서 키스와 애무 장면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해 보기가 거북하다는 것이다.

레딩에서 가톨릭계 초등학교에 다니는 윌리엄 군은 주말마다 한 살 아래 남동생 매튜와 ‘로빈 후드’를 시청한다. 그런데 주인공 로빈(조나스 암스트롱 분)과 이사벨라(라라 펄버 분)의 키스신이 점점 많이 나온다는 것. 윌리엄 군은 “이런 장면을 거의 매주 보는 것 같아요. 지난주에 로빈의 연인 마리안이 죽었는데, 이번 주에 로빈은 다른 예쁜 여자들을 만나서 좋아하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진짜 이해가 안 돼요”라고 썼다.

윌리엄 군의 편지를 받은 곳은 BBC 방송만이 아니다. 상업방송인 ITV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윌리엄이 불만을 토로한 ITV의 프로그램은 ‘로빈 후드’가 끝난 뒤, 동생과 즐겨 보는 ‘원시시대’(Primeval, 토요일 오후 7시25분 방송)다. 이 프로그램에도 원시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한다. 윌리엄은 “‘원시시대’는 공룡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에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주로 보는 사람은 저 같은 어린이들이고요. 저는 밤 9시면 자러 가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만 TV를 볼 수 있어요. 어른들의 뽀뽀 장면은 9시 이후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편지에서 반문했다.

키스가 당황스러운 어린이 시청자

윌리엄의 어머니인 줄리는 아들이 이런 편지를 방송국에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아들의 생각이 옳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편지 보내는 일을 말리지 않았을뿐더러 “네 뜻대로 하라”고 격려해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제가 보기도 요즘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어른들의 사랑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아홉 살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린 나이입니다. TV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주인공이 키스하거나 애무하는 장면이 나오면 아이들은 굉장히 당황하고 뜻 모를 분노를 느끼게 돼요. 또 아홉 살 소년들은 예상외로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이 왜 굳이 상대방 여성에게 키스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이 깜찍한 항의편지에 BBC와 ITV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BBC 홍보실은 “윌리엄 군이 우리 방송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로빈 후드’를 비롯한 모든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서 적절치 못한 장면이 없도록 주의 깊게 검토한다. 윌리엄 군의 항의를 프로그램 제작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영국의 모든 시청자에게서 가구당 매년 139파운드(약 28만원)의 높은 시청료를 받는 BBC로서는 시청자의 반응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업방송인 ITV는 “‘원시시대’에서는 단 한 번의 짧은 키스 장면만 나왔을 뿐이다”며 윌리엄의 편지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 시청자협회의 존 베이어는 “윌리엄의 편지는 지극히 타당한 의사표현”이라며 “영국 텔레비전 방송들은 시청자들이 나이보다 조숙해지기를 바라는 모양”이라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주간동아 2009.06.16 690호 (p68~68)

런던=전원경 객원기자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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