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0

2009.06.16

韓食, 신성장동력으로 뜬다

녹색성장과 맞물려 가능성 확인 … 고부가·세계화·미래식품 선보여

  • 김지영 동아일보 출판국 문화기획팀 기자 kjy@donga.com

    입력2009-06-11 1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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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食, 신성장동력으로 뜬다

    5월26일부터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성장동력박람회 2009’에서는 세계시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전통식품과 한식이 큰 사랑을 받았다.

    ‘신성장동력’. 글자 그대로 한국 경제를 발전시킬 새로운 성장엔진을 말한다. 언뜻 들으면 기계적이고 딱딱한 어감 때문에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무엇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매일 습관처럼 먹는 음식도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세계화한 한식’은 가까운 장래에 우리 국가를 먹여 살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는다.

    5월26일부터 사흘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성장동력박람회 2009’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무총리실과 11개 부처가 공동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3대(녹색기술, 첨단융합, 고부가 서비스) 분야의 17개 핵심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키고자 마련됐다.

    인기 만발 고부가식품산업관

    5월26일 개막식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산업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신성장동력이다. 신성장동력의 육성을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 재정 투자, 인력 양성, 제도 개선에 200개의 실천과제를 정하고 총 24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에는 단기 상용화와 대형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추경예산으로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어려운 재정 사정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규모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막식에서 ‘오늘보다 내일, 하나보다 모두가 더 행복한 세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최태원 SK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금까지의 수출주도형 성장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제 성장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내수 기반을 확충하고 서비스업,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함께 기조강연자로 나선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 박사는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신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할 때도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내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만의 최고 분야를 만들기 위해선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어떤 대기업도 중소기업 없이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조언했다.



    韓食, 신성장동력으로 뜬다

    고부가식품 존에서는 한성식품의 동결건조김치(맨 위)와 한스바이오의 홍국쌀이 화제를 모았다. 맨 아래는 순창군 장류연구소에서 선보인 검정쌀 청국장환과 청국장 쿠키.

    총 575개 부스로 구성된 전시장에는 신성장동력 3대 분야의 17개 전시관과 녹색생활체험관 외에 신성장동력 직업홍보관·펀드상담관·중소기업관 등 3개의 특별관이 들어섰다.

    그중에서도 일반 관람객이 많이 몰린 전시관은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마련한 고부가식품산업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박미란(33) 씨는 “아이들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식품에 가장 관심이 갔다”며 “청국장으로 만든 과자도 맛있고, 끓는 물을 부으면 김치찌개가 되는 동결건조김치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용하(37) 씨도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왔는데, 전시관을 둘러보고 시식용 음식을 맛보면서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본 부스와 독립 부스, 게이트 등을 포함해 모두 55부스를 사용한 고부가식품산업관의 슬로건은 ‘식품 그 이상의 가치(Beyond Food)’. 전통과 기술, 음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창의적 가치를 창조하는 한국 식품산업의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의미한다. 고부가식품산업관은 주제별로 구역을 나눠 식품의 현재와 미래를 표현했다. 현재 개발 중인 고부가 식품과 기술은 ‘고부가식품 존’에서, 미래 식품산업과 식생활의 변화는 ‘미래체험 존’에서, 우수 전통식품과 해외 한식당 모델은 ‘한식세계화 존’에서 선보였다.

    냄새 없는 동결건조김치, 1kg 9만원 홍국쌀

    전시관의 왼쪽과 안쪽 라인을 차지한 고부가식품 존에는 ㈜한스바이오, ㈜한성식품, ㈜다손, ㈜바이오그랜드 4개 업체와 농촌진흥청에서 각기 개발한 고부가 제품과 기술이 전시됐다. 그중 식품업계 바이어와 관람객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제품은 김치제조업체인 ㈜한성식품의 동결건조김치다.

    동결건조김치는 최적의 상태에서 발효 숙성된 김치를 유산균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점에 급속 동결시킴과 동시에 진공 건조시켜 저장성이 뛰어나고 휴대가 간편하다. 또한 냉수를 부으면 3분 뒤 김치의 원래 형태가 복원되고, 끓는 물을 부으면 김치찌개가 된다. 영양소와 김치의 독특한 질감도 그대로 살아난다.

    그냥 먹으면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고 김치 특유의 냄새가 없어 와인 등의 술안주로도 손색없다.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제품의 종류도 매운맛이 나는 배추김치와 순한 맛의 백김치 두 가지로 돼 있다. 동결건조김치의 다양한 변신을 눈과 입으로 확인한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신기해했다.

    동결건조김치와 조미료 대용인 분말김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은 한성식품은 조만간 국내 시판과 해외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결건조김치와 분말김치는 그동안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냄새와 국물 걱정을 말끔히 해소하는 한편, 유통기간도 1년으로 비교적 길다. 한성식품 김순자 대표는 “김치 냄새를 싫어하는 외국인과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식품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입주업체인 ㈜한스바이오는 ‘홍국(紅麴)쌀’과 이를 이용한 쌀가루, 선식, 청국장 등을 출품해 관심을 모았다. 붉은 색소를 생산하는 홍국균을 쌀에 배양해 발효시킨 홍국쌀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의 생합성을 억제하는 모나콜린 K와 뇌세포 대사를 활성화하는 감마아미노낙산(GABA) 등을 함유해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고시돼 있다.

    또한 혈당과 혈압 강하, 항산화, 항생, 항혈전, 착색, 방부 작용을 하는 홍국색소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유일한 식용색소로 식품첨가물공전에 등재돼 있다. 붉은 누룩으로 불리는 홍국의 효능은 ‘본초강목’에도 기록돼 있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홍국은 소화불량, 타박상, 이질 등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홍국쌀은 이 같은 효험에 힘입어 1kg에 2500원 정도인 쌀의 가치를 무려 9만원으로 끌어올리는 고부가 식품으로 거듭났다.

    친환경식품과 유기농원료 연구개발에 앞장서온 ㈜다손은 새로운 식품가공 기술인 초고압가공기술(HPP)로 눈길을 끌었다. HPP는 식품안전을 위한 기존의 열처리 방식과 달리 초고압을 이용해 식품 본래의 특성을 유지하고 보존기간을 연장시키는 혁신적인 기술. 식품의 질과 향미, 영양까지 보존하는 HPP는 신선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제품을 원하는 식품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적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오그랜드는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이는 천연물질인 피브로인 추출물 ‘BF-7’을 선보였다. 농촌진흥청과 함께 지난 10년간 수차례 임상연구와 실험으로 개발한 BF-7은 임상연구에서 정보 습득력, 기억의 정확도, 기억 지속능력 등 각 영역에서 20∼40%의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경도 인지장애를 앓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도 뛰어난 인지기능 회복효과가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의 국책과제 중 대표성과로 꼽히는 BF-7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처음으로 ‘기억력 개선’ 효과를 인정해 개별인증을 부여한 제품.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바이오그랜드는 BF-7을 기능성 식·의약품으로 제품화한 데 이어 내수 및 수출을 진행해 향후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국익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관은 지난해 농촌자원개발연구소를 한식세계화연구단으로 개편하고 한식과 전통식품의 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한우 신선도 센서에서 우주인 음식까지

    韓食, 신성장동력으로 뜬다

    한우품질확인 바이오센서는 신선할 때는 초록색을 띠다가 상하기 시작하면 점점 빨간색으로 변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식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래체험 존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관 중앙에 널찍하게 자리한 이곳에서는 동국대의 한우품질확인 바이오센서와 전북도청의 국가식품클러스터, 한국식품연구원의 식생활 미래체험, 농식품부의 수입쇠고기 유통경로 추적시스템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각광받은 전시품은 한우품질확인 바이오센서. 이 센서는 한우의 신선도를 색깔로 나타내는데, 가장 신선할 때는 밝은 초록색을 띠다가 상하기 시작하면 점점 빨간색으로 변한다. 상지대의 후원과 횡성한우의 협력으로 센서 개발에 성공한 동국대 식품공학과 이승주 교수는 “바이오센서 안에는 한우의 상태를 감지하는 효소가 들어 있다”며 “한우의 성분과 반응하는 여러 효소를 이용해 한우의 신선도를 일반인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정확도가 생명”이라며 “한우뿐 아니라 다른 식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인지 한우 시식코너에는 연일 인파가 몰렸다. 협력업체인 횡성한우는 자신들이 생산한 고기에 바이오센서를 붙여 일반인이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시식코너를 에워싼 관람객들은 밝은 초록색을 띤 바이오센서를 확인하면서 청정한우의 담백한 맛을 즐겼다. 서울 강남에서 온 주부 이경아(37) 씨는 “고기가 신선해서인지 감칠맛이 난다.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모든 한우에 바이오센서를 부착하면 좋겠다”고 했다.

    농식품부가 모형으로 선보인 수입쇠고기 유통경로 추적시스템 가상체험관도 주부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시스템은 쇠고기 수입부터 판매까지 단계별로 거래내역을 전자로 기록하고 관리해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시스템.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투명한 유통경로 추적으로 수입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을 상당 부분 해소할 뿐 아니라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첨단 식품과학기술을 이용해 국가농수산업과 식품산업 발전에 힘써온 한국식품연구원은 미래의 식생활을 재미있는 영상으로 소개하는 한편, 국내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비행 중에 섭취한 식품을 선보였다. 전북도청은 동북아시아 식품시장의 허브를 꿈꾸는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모형을 전시했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원에 조성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는 2012년까지 준공이 완료될 예정이다. 아울러 2013년에는 식품기업 100개, 연구소 10개가 이곳에 들어설 계획이다.

    외국인 입맛 겨냥한 한식세계화 존

    韓食, 신성장동력으로 뜬다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비행 중에 섭취한 식품, CJ푸드빌의 비빔밥 전문점 카페소반, 놀부NBG의 한정식 전문점 수라온, 농식품부가 전시한 수입쇠고기 유통경로 추적시스템 모형(왼쪽부터).

    전시관 입구부터 오른쪽 라인에 마련된 한식세계화 존은 전통식품과 한식을 이용한 다양한 먹을거리로 관람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청수식품㈜은 국산 천일염을 가공한 식용·미용 소금을, 순창군 장류연구소는 장류를 이용한 청국장 쿠키, 검정쌀 청국장환, 쌀된장, 포크커틀릿용 된장소스 등의 기능성 제품을 내놓았다. 계명대는 청국장 발효물질을 이용한 청국장 과자와 청국장 장수환, 미나리를 숙성시켜 만든 음료, 김치 젖산균을 이용해 마늘을 발효시킨 마늘요구르트를 진열했다.

    해외 프랜차이즈를 겨냥한 한식당 모델로는 종합외식기업인 놀부NBG의 수라온과 CJ푸드빌의 카페소반이 실제 매장과 같은 형태로 전시됐다. 놀부NBG는 1987년 놀부보쌈으로 출발해 놀부부대찌개와 철판구이, 놀부항아리갈비와 김치찜, 놀부설렁탕과 냉면, 놀부유황오리진흙구이, 한정식 수라온, 차룽이라는 중식당까지 7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메뉴를 내놓는 수라온은 전통문화 공연을 함께 선보이는 고품격 한식 코스요리 브랜드. 1만8000∼5만5000원의 다양한 가격으로 구성된 코스요리 메뉴는 물김치, 건강죽, 과일백김치, 계절샐러드, 우거지조림, 무화과쌈, 메밀김치쌈, 오색잡채, 활어모둠회, 숯불갈비구이, 명태양념구이, 매생이신선로, 전유화, 양념오리불고기, 연잎밥, 계절국, 오미자차 등 10가지가 넘는다. 수라온 음식들의 고운 빛깔에 매료됐다는 주부 오미연 씨는 “다양한 고급 메뉴에 비하면 가격경쟁력이 있어 보인다”며 “시식을 해보니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비빔밥 전문 음식점인 카페소반은 박람회 기간에 매일 3차례 시식행사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오 12시와 오후 2, 4시에 전시장을 찾은 선착순 100명에게 카페소반의 오리지널 비빔밥을 제공한 것. ‘카페소반’은 카페를 연상시키는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에서 10여 종류의 비빔밥과 일품요리, 전통차 등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또한 매장 안에는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된 새싹채소 재배실을 설치해 음식에 대한 신뢰감을 높였다. CJ푸드빌 김천일 대표이사는 “카페소반은 글로벌 브랜드를 추구한다.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는 모습을 알리고자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다. 박람회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서 한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유리 깜짝 이벤트

    “제가 만든 비빔밥 드세요”


    韓食, 신성장동력으로 뜬다

    소녀시대 유리가 카페소반에서 비빔밥 만들기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신성장동력박람회 2009’의 개막 이튿날인 5월27일, 인기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유리가 고부가식품산업관 한식세계화 존에 설치된 CJ푸드빌의 카페소반 전시장에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유리는 이곳에서 대형 뚝배기에 온갖 새싹채소와 양념을 넣고 비빔밥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내용물이 워낙 많아 가냘픈 손으로 커다란 나무주걱을 휘젓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지만 유리는 포기하지 않고 비빔밥을 완성했다. 유리의 정성이 담긴 빛깔 고운 비빔밥은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열띤 경쟁을 뚫고 비빔밥 시식에 성공한 한 관람객은 “좋아하는 스타가 만든 비빔밥을 먹게 돼 영광이다. 생각보다 짜거나 맵지 않다. 카페소반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다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 홍보대사인 유리는 이에 앞서 녹색생활체험관에 들러 자전거로 에너지를 만드는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로봇응용관에선 로봇과 함께 춤추는 댄스타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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