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0

2009.06.16

능력+도덕성 갖춘 ‘IT특보’ 어디 없소?

후보들 고사, 실세 개입 잡음에 ‘인선 난항’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6-11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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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에게 IT(정보통신기술) 업무를 자문하고자 야심차게 신설된 ‘IT특별보좌관’(이하 IT특보)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청와대는 원래 5월15일까지 3명의 최종 후보를 가려 인사비서관실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후보 대부분이 고사하거나 낮은 평가를 받아 인선 작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후보로 추천된 사람은 대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한 전·현직 IT업계 최고경영자(CEO)들. 이들 가운데 고사한 후보들은 ‘무보수’ ‘무(無)스태프’ ‘청와대에 파견된 IT 관련 비서관들과의 업무 중복’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IT특보는 비상근으로 겸직이 가능하지만 대통령을 수시로 만나야 할 뿐 아니라 정부 및 각종 IT 행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청와대는 능력과 덕망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후보를 선별했다. 하지만 고사한 인물 외 후보군에서 재산 등 특정 조건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인선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니 민간 후보군이 대통령 특보로서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을지, 재산 형성 과정이나 도덕성이 문제 되지 않을지 판단이 잘 안 선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미 인선 전에 IT업계나 학계의 유수 전문가들이 미래기획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의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점도 인선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 요인 가운데 하나다.

    IT 정책 컨트롤 중책



    능력 외에 재산 및 도덕성 검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에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청와대 내 평가가 나오면서 최근에는 전직 관료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후순위였던 전직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 관료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IT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고 대통령에게 수시로 직보하는 업무를 하기에는 정통부 관료 출신이 낫다는 견해와 전직 관료의 임명은 IT특보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선다. 그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인선 과정에 특정 실세가 개입했다는 후문도 흘러나왔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IT특보 인선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실과 방송통신비서관실이 인선 작업을 맡고 있지만, 실제로는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이 직접 대통령에게 ‘오더’를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그 ‘오더’에는 ‘특정 실세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으로 선택하라’는 주문도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빠른 시간 안에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당 쇄신특위의 활동이 매듭지어지는 시점에 맞춰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과연 원래 취지에 맞게 5개 부처로 분산된 IT 정책과 산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전문가가 특보로 임명될지, 아니면 ‘생색내기용’ 자리 늘리기의 사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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