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5

2009.05.12

늘어나는 이 죽일 아토피 질환, 진화하는 아토피 제품

5000억대 ‘아토피 시장’ 관련업체 선점 경쟁 치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입력2009-05-08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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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이 죽일 아토피 질환, 진화하는 아토피 제품
    “정답은 없다. 다만 피부를 촉촉이 유지하고 알레르겐을 피하라.”
    아토피 피부염 증상을 잘 ‘관리’하는 방법으로 의사의 약물 처방과 함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피부보습과 환경개선이다. 보습제 구입이나 옷과 침구류 세탁, 청소 등은 ‘아토피 맘’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전문의들도 특정 제품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보습제를 사용하거나 면 소재 옷을 입으라고 권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80% 이상이 면역글로불린E(혈액 내에서 생성되는 항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이물질에 대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서 높은 농도로 나타난다)가 증가한다. 원인은 영유아기에는 우유나 계란 같은 음식물 항원이, 소아기에는 집먼지진드기 같은 흡입 항원이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엄마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아토피 스킨케어

    아토피 질환이 늘어나면서 ‘아토피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아토피 시장은 연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 중 아토피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15%씩 성장하면서 2010년에는 1000억원대에 이를 전망.

    현재 아토피 스킨케어 시장은 애경그룹 계열사인 네오팜의 ‘아토팜’과 보령메디앙스㈜의 ‘닥터아토’가 양강 체제를 형성한다. 이 가운데 ‘아토팜’은 30% 이상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보령메디앙스㈜가 최근 석면 베이비파우더 파동을 겪으며 주춤한 사이 그 간격을 벌리고 있다. 그러나 보령메디앙스㈜의 ‘닥터아토’도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외국계 아토피 케어 제품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아토피코사의 ‘아토피코 스킨헬스케어’ 제품은 20% 가까운 점유율로 양강 구도인 국내 시장을 ‘빅3’ 구도로 개편하려 한다.

    독일 스티펠사의 ‘피지오겔’ 제품이나 캐나다 갈더마사의 ‘세타필’은 병의원 전용 시장을 공략하며 경쟁력을 높인다. 프랑스 바이오더마사의 ‘아토덤’, 익스펑시엉스사의 ‘무스텔라’, 미국 존슨앤드존슨사의 ‘아비노’ 등도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중. 시장성이 좋은 만큼 최근에는 국내 유명 제약회사와 화장품회사도 새로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해양심층수로 만든 ㈜녹십자의 ‘아토후레쉬’. 지표수보다 미네랄은 1000배, 유기 영양분은 30배 많은 해양심층수를 사용해 뛰어난 보습효과를 지녔다. 여기에 민감성 피부를 악화하는 피부건조, 스트레스, 가려움증을 완화하기 위해 유기농 허브와 아르간 오일, 제주산 감귤 오일, 우엉 추출물을 배합했다. 녹십자 측은 끈적이지 않으면서도 피부 깊숙이 흡수될 수 있도록 다중층 리포솜 공법(Multiple Emulsion)과 나노기술 등 첨단 공법을 이용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아모레퍼시픽과 태평양제약이 공동 개발한 ‘아토베리어’, 대웅제약의 ‘이지듀아토’ 등 후발주자도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의류, 침구류, 청소제품

    늘어나는 이 죽일 아토피 질환, 진화하는 아토피 제품
    옷이나 이불은 매일 피부가 닿을 수밖에 없어 ‘아토피 맘’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집먼지진드기 박멸도 만만찮다. 최근에는 ‘오가닉 코튼(Organic Cotton)’ 제품이 떠오르고 있다. 글자 그대로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재배한 유기농 목화를 원료로 한 의류제품. 피부자극이 거의 없어 화학섬유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잦았던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주로 찾는다. 여기에 최근 석면파동으로 유기농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류원단 안전문제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면서 더욱 주목을 끈다. 문제는 원단 자체가 비싼 데다 대부분 외국산 제품이어서 값이 비싸다는 것.

    써스데이아일랜드가 4월 초부터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오가닉 셔츠는 큰 호응을 얻으며 준비했던 2500장 대부분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바이스의 유기농 소재 청바지는 4월 세일기간 중 팔려나간 물량이 전년 세일기간 판매량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구류 또한 아토피 환자를 위한 친환경 소재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오롱 미오셀까사’는 초극세사 항균처리 기능성 이불과 베개 등을 선보이면서 민감한 아토피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지난해 영국 알레르기협회(BAF)로부터 국내에서 처음 항알레르기, 항진드기 제품 인증을 받았다. 건강침구류 업체인 ‘네오세이프’는 극세사와 은나노 항균 처리된 마이크로 솜을 사용한 이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진드기, 먼지 등 유해 요소를 없애주는 청소기기 업체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최근 아토피 예방기능을 갖춘 유아 전용 건강 스팀청소기 ‘아기사랑 아토스팀’을 출시했다. 집 안의 건축자재 등에서 분출돼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들의 피부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화학성분과 집먼지진드기 제거 기능을 갖췄다. ‘살균 트레이’ 기능을 첨가해 침구류나 소파 등의 살균 청소를 가능하게 한 것도 장점. 이 밖에 ‘닥스리빙클럽’ ‘에코후레쉬’ ‘클린헌터’ 등 생활환경 전문 기업들도 해충 방제와 알레르기 클리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료제

    늘어나는 이 죽일 아토피 질환, 진화하는 아토피 제품
    아토피 질환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보습제품 및 보조제를 통한 간접 치료에 의존해온 게 사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제약업계가 직접 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바이오 벤처업체인 ‘바이오피드’는 동물의 폐에 존재하는 천연물질을 추출해 만드는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11개국 특허 출원 중이다. KT·G도 이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해 2006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얼마 전 개발된 신약에 ‘KT·G 101’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

    동아제약은 ‘DA-9701’이란 이름의 아토피 신약을 임상 진행 중이며, 한올제약은 ‘HL-009’라는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해 추가 임상시험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팜 역시 항체의약품을 통한 아토피 치료제 개발에 나섰는데, 신약 관련 벤처회사인 ‘아리사이언스’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친환경 프리미엄 과자

    ‘아토피 맘’이 아니더라도 제품의 성분 표기를 확인하는 구매자가 부쩍 늘었다. 화학첨가물과 인공색소에 대한 염려 때문. 이에 발맞춰 오리온은 인공색소, MSG 같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은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 ‘닥터 유(Dr.You)’를 지난해 1월 출시해 연매출 400억원을 올렸다.

    강진산 시금치와 해남산 단호박 등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만든 ‘닥터 유 골든키즈’는 아토피를 걱정하는 주부들을 겨냥해 만들었는데,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월 매출 10억원을 웃돌며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경쟁업체들도 프리미엄 과자 시장에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최근 국내산 쌀을 주원료로 한 제품 ‘마더스 핑거’를 선보였다. 합성첨가물을 빼고 나트륨 함량도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 제조법으로 ‘닥터유’의 독주를 막겠다는 태세. 해태제과는 콩·귀리·호박 등을 주원료로 한 ‘뷰티 스타일’을 출시했는데, 역시 친환경 제조법을 표방한다.

    각 지자체, 아토피 치료 마을 잇따라 조성

    ‘암반수, 수세미 효능’ 입소문 전국서 환자 발길 북적


    늘어나는 이 죽일 아토피 질환, 진화하는 아토피 제품
    암반수나 수세미, 아토피 펜션 등 다양한 아토피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2007년 충북 영동군 범화리의 한 폐교 터에서는 지하수를 개발하던 중 아토피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라이트층 암반수’가 올라왔다. 범화리에 거주하는 아토피 질환 어린이들이 이 물을 마시고 상태가 호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서울 대전 청주 등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밸런스워터’로 불리는 이 암반수는 지하 212m에서 나는 알칼리성 생수. 일라이트층 광맥을 통과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몸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암반수는 최근 수출계약에 따라 일본의 낫도(일본식 청국장) 생산업체에 공급된다. 영동군은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암반수가 분출되는 해당 지역에 아토피 환자 및 건강을 위한 체험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전남 장성군은 아토피 치료를 위한 펜션을 건립할 예정이다. 지난 3월 군내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촌생태마을 조성을 위한 기본 설계용역 보고회를 마쳤다. ‘에코힐링 빌리지(Ecohealing Village)’라는 이름의 이 생태마을은 편백나무길과 삼나무 집, 전통 황토방 등을 갖춘 숲 속 펜션 형태로 건립되며 다양한 치료 코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최근에는 수세미의 갈락탄 성분이 피부미백과 보습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세미 수액을 찾는 아토피 환자도 늘고 있다. 수세미 수액은 원액 그대로를 먹기 때문에 화학비료가 섞일 염려가 없고, 수세미 자체가 독성이 없어 아토피 환자에게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경험자들의 평가. 수세미 체험농장으로는 경북 경주의 ‘이슬수세미농원’, 경북 의성군의 ‘햇살수세미농원’ 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알려진 보조치료제라도 환자 개인의 특성과 체질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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