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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삼겹살=금겹살, 그래도 잘 팔린다

공급량 감소, 수요 증가 … 불황에 쇠고기 대체재로 인기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삼겹살=금겹살, 그래도 잘 팔린다

삼겹살=금겹살, 그래도 잘 팔린다

돼지 사육두수 감소와 수입 감소, 경기 불황 등으로 돼지고기 가격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 한 마트의 돼지고기 판매장.

고교생 아들 둘을 둔 주부 김모(42) 씨는 지난 주말 ‘큰맘 먹고’ 삼겹살을 밥상에 올렸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두 아들 때문에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삼겹살 파티’를 했지만 최근 삼겹살 가격이 30% 넘게 치솟으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씨는 “가족 4명이 삼겹살을 구워먹으려면 곁들여 먹을 채소를 포함해 최소 3만원은 든다”며 “자주 먹던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이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00g 2000원대 고공행진

돼지 값이 금값이다. 3월25일 서울 송파구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에선 1kg당 5079원(비육돈)에 경락됐다. 3월 가격으로는 도매시장 개설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다.

소매가도 마찬가지. 신세계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삼겹살은 100g에 2050원으로 한 달 새 15.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0% 올랐다. 롯데마트에서는 전월 대비 15.1%, 전년 동기 대비 35.7% 오른 2280원에 팔린다. 통계청이 2월 발표한 전년 동월 대비 전국 평균 물가인상률(4.1%)의 9배에 이른다. 지난해 이맘때 ‘가족만찬’을 위해 삼겹살 2근(1200g)을 살 경우 1만7000원 정도면 거뜬했지만 요즘은 2만5000원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얘기.

대표적인 서민 음식 삼겹살이 이처럼 ‘금겹살’이 된 데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체적으로는 돼지고기 공급량이 줄었다.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지난 한 해 51만9000마리(960만6000마리 → 908만7000마리) 감소했다. 지난해 수입사료 가격이 50% 가까이 급등했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전망 등으로 양돈 농가 9600곳 가운데 2100곳이 폐업했다. 농가에서 6개월 정도의 비육기간을 거쳐 출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육두수 감소가 최근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경기불황도 ‘비싸지만 잘나가는’ 삼겹살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쇠고기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체재를 찾으면서 수요 증가를 불러온 것. 가격이 올라도 돼지고기 가격은 쇠고기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불경기에 소비자들의 선택이 계속되고 있다. 1, 2월 이마트의 돼지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반면, 쇠고기는 4.9%에 그쳤다. GS마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돼지고기 매출이 21% 증가했다.

수입량도 확 줄었다.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 대비 13.4% 줄어든 21만4000t. 올해 1월 수입량도 지난해 1월(2만3772t)보다 36.1%(1만5180t) 줄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부담스런 시대

“‘오일 머니’가 유입되면서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돼지고기 수요가 늘고, 중국에서도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수요가 늘어 한국 시장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다. 여기에 환율도 오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으로 국내 수입업자들이 마진이 큰 쇠고기 수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돼지고기 가격은 오름세다.”

농협 양돈팀 박종갑 차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황사와 야유회가 많은 계절적 이유, 원산지표시제 강화 등도 판매 신장에 한몫했다.

그렇다고 삼겹살 가격이 꼭짓점을 친 것도 아니다. 농축산물의 특성상 가격 탄력성(상품의 가격이 달라질 때 그 수요량이나 공급량이 변화하는 정도)이 비탄력적인 점을 감안한다면 당분간 오름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 차장은 “사육두수 감소로 3~5월 국산 돼지고기 공급량이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하리라 전망돼 삼겹살 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로는 ‘참이슬’ 출고가를 지난해 말 5.9% 인상했고, 롯데의 ‘처음처럼’은 지난 1월 6.05% 인상됐다. 이제 ‘삼겹살에 소주 한 잔’도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

삼겹살이란?

6~14번 갈비뼈에서 떼어낸 고기 한 마리당 10kg … ‘쌈 음식’에 제격


삼겹살=금겹살, 그래도 잘 팔린다
지난해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19.6kg.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9kg이 삼겹살이었다. 200g을 1인분으로 치면 1년에 삼겹살 45인분을 먹은 셈이다.

살과 지방 부분이 세 번 겹쳐졌다는 데서 이름 붙은 삼겹살은 돼지의 14개 갈비뼈 중 6~14번까지의 갈비뼈에서 떼어낸 고기다. 돼지 한 마리당 약 10kg밖에 나오지 않는다. 1~5번 갈비뼈에서 떼어낸 고기는 돼지갈비로 한 마리당 2~3kg이 나온다고 한다.

맛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고기의 수분 양인데, 수입산은 대부분 냉동 삼겹살이기 때문에 해동과정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맛이 떨어진다.

한국인은 비계와 살코기가 어우러지는 맛 때문에 삼겹살을 즐겨 찾는다. 고기를 구워 채소에 싸먹는 식문화가 정착된 한국에서 안심이나 등심은 퍽퍽해 ‘쌈 음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유럽 호주 등 양돈 선진국 사람들은 살코기를 주로 먹기 때문에 자신들이 안 먹고 남기는 삼겹살을 ‘세계 최대 삼겹살 시장’인 한국으로 수출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월 타결 예정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최대 쟁점이 된 것도 삼겹살이다. EU 측은 한국이 EU산 냉동 돼지고기에 부과한 관세를 2014년경 철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시기는 한미 FTA 실무자 협의에서 논의한,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가 철폐되는 시점이다. 미국과 똑같은 대접을 해달라는 뜻인데, 미국산 돼지고기가 한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냉동 삼겹살의 1kg당 연평균 가격은 국산의 86.6% 수준. 관세가 철폐되면 국산의 72.1%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삼겹살 주요 수입국은 오스트리아(1만5845t), 프랑스(1만5611t), 벨기에(1만4082t), 칠레(1만3171t) 순이었다.




주간동아 2009.04.07 680호 (p58~59)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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