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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 ‘시골의사’의 책장

논어 ‘학이(學而)’편 ‘시습(時習)’의 진실

논어 ‘학이(學而)’편 ‘시습(時習)’의 진실

논어 ‘학이(學而)’편 ‘시습(時習)’의 진실
본문의 해설 또한 상식을 벗어난 도올만의 독창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이를테면 맨 앞 단원인 학이(學而)편 도입부터 도올은 일반적 해석과 달리 접근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란 뜻으로 해석돼왔다. 하지만 도올은 딴죽을 건다. “‘배워서 예습, 복습 잘하니 기쁘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위대한가”라고 말하면서 “여기서 습(習·익힌다)은 실천의 세계를 의미한다. 실천은 반드시 때(時)를 갖는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한다. 즉 “때때로(occasionally)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가 아니라 “배워 때에 맞춰(timely)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란 뜻이다. 이를테면 학문에 대한 실천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도올만의 독창적인 해석은 책 면면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 세 권으로 완간된 도올 김용옥의 ‘논어 한글역주’에 대한 언론사의 서평이다. 좀 실망스럽다. 논어에 대한 도올의 이러한 해석은 ‘독창적 소개’일지언정 독창적 해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논어의 첫 대목 한 구절만 해도 하버드대 두웨이밍(杜維明) 교수가 취한 일관된 해석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다른 부분도 두웨이밍의 해석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그렇다고 도올의 논어를 단순히 ‘표절의 흔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연한 해석의 일치일 수도 있다. 논어에 대한 다양한 논의, 특히 논어를 비롯한 동양철학의 ‘아시아적 가치’를 말하는 대학자의 견해를, 역시 하버드에서 공부한 도올이 ‘지지’ ‘수용’하거나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논어 읽기에 대한 국내의 빛나는 저작들이 넘쳐남에도 필자가 이 책을 가장 윗자리에 올려놓는 까닭이다.

논어 ‘학이(學而)’편 ‘시습(時習)’의 진실
동양고전 읽기의 핵심은 어떤 해석을 ‘정통(正統)’으로 취하느냐가 아니라 독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많은 학자가 ‘논어의 해석’이라는 부질없는(해석자 중의 어느 누구도 공자에게 직접 그 뜻을 물어본 바 없다) 논쟁에 몰두해 있지만, 사실 독자로서는 첫 구절인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한 문장만으로도 불가(佛家)의 ‘이 뭣고’와 같은 일생의 화두로 삼을 수 있다. 이를테면 도올의 해석대로(혹은 두웨이밍의 해석대로) ‘배운 것을 제때 익히는 것’만 생각해봐도 ‘습(習)’자를 파자(破字)하면 몸체가 두 날개를 달고 나는 형국이 된다. ‘익힘’, 즉 ‘습’이란 배운 것을 체화(體化)하고 그것이 나와 관계하는 외물(外物)에 대해 영향을 주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해나가는 것을 뜻하고, 그 경지에 이른 사람을 가리켜 학자(學者)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논어의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우리의 교육에는 ‘학습(學習)’이 없다. 선행학습으로 중무장한 아이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서 ‘천재’ 소리를 들어도 막상 그런 아이들이 노벨상을 받거나 세계적 학자로 대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고로 배움이란 개념상의 지식만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 관념상의 지식에만 머물러버린다면 더 이상 새로움은 없다. 지식은 앞선 사람의 것을 배우고 익히며 그것의 바탕 위에 새로운 지식을 창조함으로써 사회 조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논어 ‘학이(學而)’편 ‘시습(時習)’의 진실

박경철 의사

스티븐 호킹 박사는 그런 지식을 가리켜 ‘거인의 어깨에 서는 것’이라고 했다. 장자도 같은 견해였다. ‘목수가 연장은 나눠줄 수 있지만 기술을 전할 수는 없다’는 통렬한 지적은 동양철학 전반에 흐르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책 ‘논어’에서 읽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점 역시 ‘말씀’이 아니며, 이게 바로 유교가 종교가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공자는 논어의 첫머리 ‘학이시습지’를 통해 할 말을 모두 해버린 것이다. 다시 공자의 한마디.



‘앞으로 내 말을 제아무리 공부하더라도 그것이 지식이 되어 아는 체를 하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새기고 익혀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짝에도 필요치 않느니라.’

http:blog.naver.com/donodonsu



주간동아 2009.03.17 677호 (p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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