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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특파원의 도쿄 프리뷰

불로장생 紅해파리가 부러워

  •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불로장생 紅해파리가 부러워

불로장생 紅해파리가 부러워

최근 일본에서는 홍해파리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홍(紅)해파리는 갓의 높이와 지름이 1cm에도 못 미치는 작은 생명체다. 갓 내부에 있는 입 모양의 생식선과, 빛의 명암을 감지하는 기관의 안점(眼點)이 홍색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즘 일본에서 홍해파리가 때 아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나가와(神奈川) 현 후지사와(藤澤) 시에 있는 신에노시마 수족관은 9월 6일부터, 야마구치(山口) 현 시모노세키(下關) 시에 있는 가이쿄칸은 이달 초순부터 홍해파리 전시회를 하고 있다. 명문 교토(京都)대의 구보타 신(久保田信·무척추동물학) 교수는 홍해파리를 주제로 한 음악 CD를 내놓기도 했다.

홍해파리의 투명한 갓과 홍색 기관이 빚어내는 조화는 아름답다. 하지만 홍해파리보다 크고 아름다운 해파리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렇다고 해서 홍해파리가 화제를 모을 만한 맹독을 갖고 있거나 변신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이 홍해파리에 탐닉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구보타 교수의 노래 속에 정답이 들어 있다.

‘내 이름은 홍해파리/ 작디작은 해파리랍니다/ 그래도 내게는 사람에게 없는/ 특별한 비밀이 있답니다/ 나는 나는 다시 젊어질 수 있답니다. (후략)’

전설상의 삼황오제(三皇五帝)보다도 자신이 위대하다고 해서 스스로를 황제라 칭했던 중국의 진시황조차 이루지 못했던 불로장생(不老長生) 능력을 갖춘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홍해파리다. 일반적으로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은 수명이 다하면 죽는 게 자연의 섭리다. 하지만 홍해파리는 늙은 조직을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상세한 과정을 신에노시마 수족관 측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늙은 조직을 태어나기 이전 상태로 복원 … 전시회장에 관람객 북적

“외적에게 습격당하거나 환경이 악화돼 생존하기 어려워졌을 때, 홍해파리는 몸 전체가 공 모양의 덩어리가 돼서 바다 밑에 가라앉는다. 키틴질의 막으로 뒤덮인 덩어리는 딱딱한 물체에 달라붙는다. 그런 다음 줄기 하나를 위로 뻗어내고 끝 부분을 꽃과 같은 구조로 만든다. 여기에서 젊어진 폴립이 태어난다. 폴립은 먹이를 먹으면서 영양분을 몸 전체로 보낸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줄기에 무늬가 생기고 해파리의 ‘싹’이 하나 나온다. 이윽고 줄기에서 떨어진 홍해파리가 헤엄치기 시작한다.”

아사히신문은 홍해파리의 불로장생 능력은 염색체의 길이와 관련 있다고 전한다. 보통 생물은 세포분열을 할 때 염색체가 약간씩 짧아지지만 홍해파리는 염색체의 길이를 원상 회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홍해파리의 존재가 광범위하게 알려진 이상, 어딘가에서는 홍해파리의 비밀을 캐내 인간의 불로장생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일 것이다.

과연 이런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홍해파리가 불로장생 능력을 갖게 된 것에 대한 설명 중 유력한 것은 홍해파리가 더할 나위 없이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로장생과 왕성한 번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 것만이 종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가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홍해파리의 불로장생 능력을 흉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신이 하나의 생명체에게만 온갖 ‘특권’을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8.11.11 660호 (p69~69)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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