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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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계절 … 진짜 ‘실력’ 드러낼까

  • 유재동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입력2008-10-08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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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우(59·사진) 금융위원장이 ‘광폭(廣幅)’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굵직한 정책들을 쏟아내는가 하면, 기회가 될 때마다 금융시장에 대한 견해를 주저 없이 밝히고 있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에서 누구보다도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잇단 미국발(發) 악재로 국내 증시가 계속 침체되자 금융위원회는 9월 말 공(空)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긴급대책을 내놨다. 또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수 있도록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한도를 대폭 높였고,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로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책의 입안도 주도했다.

    전 위원장은 최근 국회 차원에서 제기된 민유성 산업은행장 해임 요구나 신자유주의 종말론 등의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밝혔다.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한 산업은행이 하마터면 국가적 손실을 끼쳤을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이 제기한 민유성 행장 해임론에 대해 그는 “이 문제로 산업은행이 국익에 손해를 끼쳤거나 산업은행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 것도 아닌 만큼 민 행장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나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논평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해석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월가(街) 위기’를 계기로 공기업 민영화나 규제완화 등 정부의 기존 스탠스가 흔들릴 조짐이 보이자 “금융산업의 경쟁과 자율을 위해 규제개혁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올 3월 취임 당시만 해도 금융당국의 민간 출신 수장으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금융센터 소장, 딜로이트컨설팅 회장 등 화려한 국제금융계 경력을 바탕으로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을 세계화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은 것. 당시 그는 취임식을 생략하고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간부들과의 첫 회의에서는 “와이셔츠만 입고 회의하자” “서류 보고는 한두 쪽으로 요약해달라”고 주문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반 년 남짓 임기를 소화한 현재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정권과의 뚜렷한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데다 업무 추진에서도 우물쭈물하다 타이밍을 놓치곤 한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예가 외환은행 매각 건이다. 전 위원장은 처음에는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거세지자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관련 부처 간 잡음도 많았다.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심각한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으며, 금융감독원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올해 초엔 물가보다 경기가 더 중요하다며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한국은행의 권한을 침범했다는 논란도 빚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이제 그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비록 외부 출신이긴 해도 ‘적을 만들지 않는 특유의 부드러운 스타일’로 조직 장악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형 금융위기가 닥친 지금이야말로 진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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