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7

2017.03.01

이지현 약사의 ‘똑똑한 약 이야기’

갑작스러운 통증 발생하면 혈전 의심해야

피임약 복용 시 주의할 점

  • 동국대 약대 외래교수 pharmdschool@gmail.com

    입력2017-02-27 14: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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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무렵이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마법’이 여행 중 일어나지 않도록 생리를 미루는 피임약을 챙기기도 한다. 그러나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경구용 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적잖다. 피임약을 먹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도가 수차례 있었고, 피임약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피임약을 약국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요즘 논란이 한창인 ‘화상 투약기’까지 도입되면 자판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다. 신중히 복용하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둔 것이다. 반면 임신을 막고자 급히 복용해야 하는 ‘사후 피임약’의 경우 우리나라는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미국 등은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다.

    평소 꾸준히 복용해야 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사전 피임약은 의사와 약사의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구용 피임약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볍게는 두통, 우울감에서부터 부정 출혈, 혈전 생성으로 인한 색전증, 폐동맥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피임약 부작용으로 유방암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심혈관계 관련 부작용이다. 따라서 유방암 혹은 자궁내막암이 있거나 의심되는 경우뿐 아니라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혈관 장애가 있는 당뇨, 혈전 정맥염 혹은 혈전 색전증 병력이 있는 경우, 심장 부정맥 등 심혈관계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또 35세 이상 흡연자, 간 기능이 저하된 간질환자는 피임약 복용을 삼가야 한다.

    피임약은 기본적으로 여성 호르몬제를 함유하며, 제품마다 성분과 함량이 각기 다르다. 그에 따라 부작용 또한 다르게 발생한다.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은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메스꺼움, 유방 팽만감, 혈전증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유방통, 두통 등을 일으킨다. 프로게스테론 가운데 남성호르몬 작용이 강한 성분은 여드름이나 다모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자 최근 새로운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함유한 피임약들이 출시됐지만, 혈전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의 발생 위험이 높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3개월가량 복용한 한 여성이 갑작스레 사망한 것이다. 이 여성은 피임약 때문에 만들어진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을 유발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영국에서도 17세의 발레 유망주가 돌연사했는데, 피임약 부작용에 따른 혈전이 원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면 피임약 부작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혈전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통증이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통증이 나타난다. 피임약 복용 중 두통 등 몸의 특정 부위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생기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혈전 생성을 막기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금연이다. 또 피임약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B를 빼앗아가 쉽게 피로를 느끼게 하고 우울감, 불면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피임약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 비타민B군 보충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피임약은 복용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중단할 때까지 의사, 약사와 지속적으로 상담이 필요한 약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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