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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이왕이면 일타쌍피 ‘쌍둥이’가 좋아요

시험관 아기 등 확산으로 다태아 출산 증가 … 만혼 여성들 연령 고려해 선호하기도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왕이면 일타쌍피 ‘쌍둥이’가 좋아요

이왕이면 일타쌍피 ‘쌍둥이’가 좋아요

지난해 11월 태어난 남녀 이란성 쌍둥이 조서윤(왼쪽), 재윤. 엄마 최숙희 씨는 쌍둥이 남매 임신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7월 쌍둥이 남매를 얻은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33)와 브래드 피트(45) 커플이 자연임신이 아닌 시험관 시술(In Vitro Fertilization)을 통해 출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졸리가 이미 딸 샤일로(2)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데다 젊고 건강해 시험관 시술을 택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졸리 부부가 이 시술을 감행한 것을 두고 ‘US 위클리’ 등 미국 언론은 임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지름길’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졸리 부부는 출산과 입양을 합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12명의 자녀를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 쌍둥이는 일종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팝스타 제니퍼 로페즈(38)는 올해 2월 남녀 쌍둥이를 낳았고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마샤 크로스(46)도 지난해 쌍둥이 자매를 얻었다. 줄리아 로버츠(41)도 쌍둥이 남매 엄마다.

제일병원 정진훈 교수에 따르면 자연임신을 통해 쌍둥이로 태어날 확률은 미국인 흑인종이 1.58%(인구 1000명당 15.8명 출생), 백인종이 1.13%, 황인종(일본인)이 0.43%에 그친다. 따라서 할리우드에 번진 쌍둥이 출산 붐은 이례적인 일로 비춰진다. 미국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이것이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 등 보조 생식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체외수정을 시도할 경우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기 때문에 쌍둥이 출산 확률이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불임센터엔 “남녀 쌍둥이 가질 수 있나” 문의 적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쌍둥이를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고 결혼을 늦게 한 30대 이상 여성 가운데 출산 연령을 고려해 ‘일타쌍피’를 노리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사례가 목격된다. 심지어 이왕이면 남매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표현하는 ‘모던 맘’들도 있다.



다음은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 오른 여성들의 글.

“제가 늦게 결혼해서요. 꼭 남녀 쌍둥이를 낳고 싶어요. 방법이 없나요?”(digital***)

“쌍둥이를 원해요. 난자가 두 개 만들어지는 식이요법은 없나요? ”(fig***11)

“집안에 쌍둥이 유전인자는 없어요. 쌍둥이 잘 낳는 운동이나 주사 같은 건 없나요? 배란유도제를 먹으면 확률이 높아진다던데….”(lmh***)

배란유도제를 처방받고 임신에 성공해 지난해 11월 건강한 쌍둥이 남매를 낳은 최숙희(31·하나은행 대리) 씨는 출산 후 동료, 친구는 물론 ‘한 다리 건너 친구들’에게서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정말 부럽다면서 어떻게 하면 쌍둥이 남매를 가질 수 있는지, 그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어요.”(최씨)

미혼 여성 중에도 막연히 쌍둥이 엄마를 동경하는 사례가 있다. 김수인(28·듀오 홍보팀) 씨는 “둘째를 낳은 뒤 직장을 떠나는 선배들을 많이 봤던 만큼 한 번에 두 명을 낳으면 경력 단절 등 출산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 불임센터 원형재 교수 역시 ‘체외수정을 통해 남녀 쌍둥이를 가질 수 있냐’고 묻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전한다. 특히 부부 모두 전문직이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을 경우, 또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쌍둥이를 원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체외수정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 조건 역시 까다로운 만큼 자연임신이 가능한데도 극단적인 처방책을 택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또 쌍둥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경제력, 양육 환경 등의 이유로 난처해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쌍둥이를 반기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일병원 송인옥 교수는 “불임 기간이 길거나 결혼을 늦게 하는 여성이 많아지다 보니 쌍둥이를 더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외수정을 통해 쌍둥이의 성별을 선별적으로 임신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전문가들은 의학적으로는 가능하나 국내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원형재 교수는 “수정란이 8세포기 상태에 이르면 성별을 맞춰 임신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도시나 주에서 상류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수요에 맞춘 서비스가 발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쌍둥이 출산율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981년 국내에서 한 번에 다태아(2명 이상)가 태어난 확률은 1000명당 10명으로 전체 출산 건수의 1.0%를 차지했던 데 비해 2006년에는 이 수치가 2.4%로 2배 이상 늘었다(표 참조). 분만 건수 전국 1위인 제일병원의 경우 2006~2007년 다태아 출산 건수가 2.8%에서 4.0%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폭 감소 → 소폭 증가세를 보여온 전국 합계 출산율 변화 추이와 대비되는 양상이다.

대한산부인과협회는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국내 쌍둥이 출산율이 시험관 아기 등 보조 생식술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또 보건복지가족부가 2006년부터 불임부부에게 시험관 아기 시술비를 지원하면서 이를 통해 6540명이 태어난 것도 이 트렌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쌍둥이가 대세” vs “장려할 수 없는 트렌드”

그러나 쌍둥이 임신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을 드러내는 전문의들은 여전히 많다. 정진훈 교수는 “다태아의 조산율은 단태아(1명 임신) 임신의 4배에 이르는 데다, 태아와 신생아의 사망률도 5배 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유비여성클리닉 정환욱 원장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 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수정란을 주입하는 관행을 자제하고 한 개만 이식하도록 규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한 쌍둥이 출산율은 미국이 32%에 달하는 데 반해 유럽은 5%대에 그친다”며 체외수정을 통한 쌍둥이 출산과 관련된 각종 윤리적, 의학적 문제들을 꼬집었다.

쌍둥이 출산율 증가는 여러 맥락에서 여성의 만혼(晩婚)과 이에 따라 불임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린다. 2006년부터 30~34세 출산율은 25~29세 출산율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출산으로 분류되는 만 35~39세 이상 출산 건수 역시 점차 늘고 있다. 20대 여성의 출산율이 매년 떨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 카페 ‘쌍둥이 나라’의 운영자 이상미(42) 씨는 “쌍둥이를 기르는 것이 비용, 노력 측면에서 배 이상 힘든 게 사실이지만 자라는 동안 서로 돕고 의지하는 등 장점도 많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쌍둥이 출산이 증가세를 이어가게 될까. 복잡한 이슈들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 추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내 쌍둥이 출산 추이
연도
쌍둥이 출생 비율
2000
1.68
2001
1.79
2002
1.96
2003
2.0
2004
2.09
2005
2.17
2006
2.40


*이 기사 취재에는 대학생 인턴기자 남효주(고려대 노어노문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주간동아 2008.08.12 648호 (p26~27)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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