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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가 만난 따뜻한 세상 ⑬

학교 밖 방황 청소년에 따뜻하게 내미는 손

1318 해피존 모람아지트 사랑으로 언 마음 녹여 희망 심기

  •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학교 밖 방황 청소년에 따뜻하게 내미는 손

학교 밖 방황 청소년에 따뜻하게 내미는 손

모람아지트 교사들과 학생들이 공부방에 모여 밝게 웃고 있다.

17살 선영(가명)이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어느 날 보충수업을 빼먹고 도망가다 학교 선생님한테 걸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두들겨 맞은 이후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영이는 아버지에게 “얻어맞기도 싫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싫다”며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안 된다고 하자 아예 집을 나왔다.

어머니는 선영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집을 나간 뒤 소식이 없다. 아버지는 직장도 없이 술로 세월을 보낸다. 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는 한 살 아래 동생은 진작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을 밥 먹듯 하고 있다. 선영이는 “동생 찾으러 다니느라 자꾸 학교수업에 빠지다 보니 점점 더 가기 싫어졌다”고 말했다.

가출한 이후 선영이는 빈집에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려 보기도 하고, 아는 오빠 자취방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런 선영이와 남동생은 우연히 ‘1318 해피존’에 대해 들었다. 검정고시 준비 공부도 시켜주고 밥도 줄 뿐 아니라, 선영이 남매처럼 학교 안 다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선영이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동생을 데리고 1318 해피존을 찾았다.



“밖에 있으면 할 일도 없고, 나쁜 짓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여기 오면 다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2007년 1월부터 경기 성남시 태평동에 자리한 1318 해피존 ‘모람아지트’에 다니고 있는 남매는 검정고시에 합격해 올해 나란히 성남정보산업고에 입학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생활에 길들여지기는 금방이지만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법. 오랜만에 학교에 가게 되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나 하루 종일 수업 듣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매는 나름 적응해가는 데 성공했다. 남매는 빗나가지 않고 다시 보통 아이들처럼 살게 된 것을 다행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선영이는 요새 해피존 선생님들처럼 사회복지사가 되어 불우 청소년을 돕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한다.

모람아지트에는 이들 남매를 포함해, 검정고시를 통과해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5명 있다.

남천우 시설장은 “다섯 명 모두 잘 적응하고 있다고는 못한다”면서도 “여러 날 결석해서 담임선생님에게 맞아죽을 것 같다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교복 챙겨 입고 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며 웃었다.

1318 해피존은 이름 그대로 만 13세부터 18세까지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다. 주로 초등학생 위주로 운영되는 기존 아동센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1318 해피존은 중·고등학생들에게 교육, 복지,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SK텔레콤 등이 2006년 말 전국에 30개 센터를 열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모람아지트는 그중 한 곳이다.

모람아지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정규 프로그램을,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학교 안 아이들’의 방과후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을 진행한다. 현재 30여 명의 청소년이 모람아지트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모두 가정형편이 열악해 부모들에게서 기본적인 보살핌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복지·문화 프로그램 통합적으로 제공

“초등학생 때부터 방치돼 있다 중학교 올라가서 문제학생으로 낙인찍히고, 그러다 한두 건의 사고가 생기면 학교를 그만두는 겁니다. 특별한 사고가 없어도 하루 이틀 학교를 빠지다 결석일수 70일을 채우면 자연 유급되는데, 다시 같은 학년을 다니기는 싫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죠.”

모람아지트 상근교사인 박사랑 사회복지사는 2년 전 센터 문을 열고 처음 받은 불우 청소년들에 대해 “학생이 아닌 노숙자 같았다”고 기억한다. 빈집에 열댓 명씩 우글거리며 살거나 길거리에서 자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는 것.

아이들은 퉁명스러웠고 어른을 믿지 못했다. 또 말끝마다 욕을 섞지 않고는 성이 차지 않는 듯했다. 불쑥 찾아와 배고프다며 밥만 먹고 가는 아이들을 달래 해피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했다. 박 복지사의 이야기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없다고 해요. ‘노가다’가 장래 희망이라는 아이도 있었지요. 다들 자신감이 없었어요.”

학교 밖 방황 청소년에 따뜻하게 내미는 손

학생들의 키를 적은 메모판. 누가 누가 더 클까? 자라는 키만큼 희망도 커간다.

좀처럼 속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들이었지만,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면은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모람아지트 교사와 아이들은 대화를 통해 조금씩 합의와 조율을 이뤄가기 시작했다. 물론 선생님들의 끈기와 노력이 요구됐다.

박 복지사는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 맘대로 하세요’라고 끝내는 법이 없다”며 “한두 시간이 걸려도 타협할 때까지 계속 대화를 했다”고 회상했다.

모람아지트에는 상근교사 5명 외에도 매주 2~4시간씩 활동하는 자원봉사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대학생들로 학습팀, IT(정보기술)팀, 예체능팀으로 나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매주 수요일 수학을 가르치는 정두일(광운대 3년) 씨는 “수학문제 푸는 법보다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학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지 등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놀이공원이나 미술관 등을 찾아가는 야외활동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문화적, 정서적 경험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몰라요. 아이들의 예체능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모람아지트를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람아지트 교사들의 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물론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다시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공든 탑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이 찾아왔다. 그래도 교사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렇게 무너지고 다시 시작할 때는 적어도 지난번보다 한 걸음 앞서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 교사의 이야기다.

“언젠가 손님들이 해피존이 어떤 곳이냐고 물었을 때 한 아이가 ‘가족’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좁은 공간에서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숨 돌릴 틈 없이 지내면서 참 힘들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오히려 힘이 나더라고요.”

부모에게서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과 애정을 누리지 못한 채, 학교로부터 버림받고 거친 세상으로 내몰렸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이들. 이들의 언 마음을 녹여주는 모닥불이 되고자 노력하는 교사들. 그들 속에서 1318 해피존은 존재 이유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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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8.06.03 638호 (p62~63)

오진영 자유기고가 ohn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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