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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가 만난 따뜻한 세상 ⑫

차별 아닌 차이 향한 20년 행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권리 표현 월간 ‘함께걸음’

  • 김은지 자유기고가 eunji8104@naver.com

차별 아닌 차이 향한 20년 행보

  • (인터뷰이들이 ‘장애우’라는 단어를 사용해 따옴표 안의 말들은 ‘장애우’ 로, 서술기사에는 중립적 단어인 ‘장애인’을 썼습니다.)
다음은 월간 ‘함께걸음’ 2007년 7월호 ‘편집장 칼럼’ 중 한 부분이다.

감히 무례를 무릅쓰고, 밑바닥 삶을 사는 장애우들의 성향을 거칠게 분류해보면 대략 다음 두 부류로 구분지을 수 있다.

한 부류는 말 그대로 운명에 순응해서 체념하며 사는 장애우들이다. (중략)

또 다른 장애우들의 유형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비록 소수지만 장애로 인한 무거움에서 비롯된 가슴속 분노를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애우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차별 아닌 차이 향한 20년 행보

신용호 편집주간과이태곤 편집장을 비롯한 ‘함께걸음’을 만드는 사람들(맨 오른쪽부터).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장애인의 삶을 바라보기 위해 그는 이렇게 ‘무례를 무릅썼다’. 좋은 소리만 듣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겠지만 ‘함께걸음’이 맡은 임무는 쓴소리일 때가 더 많다.

“아직도 영구임대 아파트엔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장애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그저 눈을 감아버렸죠.”(이태곤 편집장)

그렇기에 오늘도 5명의 정예기자는 날카로운 펜을 든다. 때로는 무례를 무릅쓰며, 때로는 자금난을 무릅쓰며, 때로는 산고와도 같은 창작의 고통을 무릅쓰며…. ‘힘들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딘다’는 뜻의 ‘무릅쓰다’란 말은 어쩌면 ‘함께걸음’ 기자들에겐 너무나 일상적인 단어가 아닐까.

‘함께걸음’이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월간 ‘함께걸음’은 1988년 3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장애우권익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창간됐다. 장애인 운동이 막 시작된 시기였지만 아직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은 없었다. 그나마 있던 회원지는 미담만 다루거나 후원자들의 이름을 실어주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장애인에겐 미담집이 아닌 제대로 된 언론매체가 절실했다.

“우리의 역할을 못하면 장렬한 최후를 맞자!(웃음) 제대로 못하면 문 닫을 각오로 시작했죠.”(신용호 편집주간)

그렇게 장애인 운동의 역사가 ‘함께걸음’에 담기기 시작했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은 기본. ‘함께걸음’은 수차례 좌담회를 열고, 해외 장애인운동의 고전들을 번역 연재하면서 한국 장애인운동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용소에서 지내던 장애인들과 지역에서 함께 살자는 ‘탈시설화’ 운동이 진행됐다. 또 빈곤, 차별과 싸우기 위해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어려운 점이요?(웃음) 글쎄, 저희 기자들의 집을 한 채 두 채씩 팔았죠.”(신용호 편집주간)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잡지는 광고주들에게 인기가 없다. ‘함께걸음’도 여느 작은 잡지사들처럼 잦은 자금난을 겪었다. 중소기업의 후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때는 표지 찍을 돈이 없어 백표지로 책을 낸 적도 있었다. 책 표지는 백표지로 찍을지언정 발행을 쉰 적이 없는 ‘함께걸음’. 거기다 필요한 장애인에겐 무료배포까지 하고 있다. 그래도 전북 김제 남원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구입하고, 소외계층 구독지원사업의 도움을 받거나 기자들의 사비를 들여 지난 20년을 버텨왔다.

흔히 기자라 하면 충혈된 눈에 구겨진 양복을 떠올릴 것이다. 잠이 부족할 만큼 과로에 시달려도 열정을 불태우는 냉철한 지성. 하지만 ‘함께걸음’의 기자들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 장애인 운동에 대한 흐름을 알고 정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자칫 편견을 해소하려다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별 아닌 차이 향한 20년 행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결과 2003년에는 문화관광부가 뽑은 우수전문잡지로 선정되고, 2005년에는 한국잡지협회가 뽑은 우수전문잡지에 선정됐다. 이어서 2007년에는 민주시민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언제 보람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인터뷰에 응하던 신용호 편집주간과 이태곤 편집장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올해 8명의 장애인 국회의원이 선출됐는데 이들이 ‘함께걸음’을 애독하고 여기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인사하면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또 언론상을 받았을 때처럼 ‘함께걸음’이 정론지로서 인정받을 때도 기뻤다며 머뭇거리듯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보람은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때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는 것을 확인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이태곤 편집장)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 정부는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며 복지비용을 삭감했다. 장애인들의 ‘일을 통한 복지’를 실현하고자 노력하지만 70%의 장애인들은 아직 직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거의 모두 가지고 있는 장애연금 정책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편집장은 “한 사람의 장애인이라도 차별받는 곳에는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20년을 맞은 ‘함께걸음’의 각오다.

언론상을 수상한 2007년은 ‘함께걸음’에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해였다. 월간 ‘함께걸음’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고 인터넷매체 ‘함께걸음’(cowalknews.co.kr)도 문을 연 것이다. 지난해에 만들어졌지만 지난 20년간의 기사들을 모두 검색해볼 수 있다. 월간 ‘함께걸음’에서는 호흡이 길고 깊이 있는 분석기사를 다루고, 인터넷매체에서는 속보를 다뤄 5명의 기자는 더욱 바빠졌다.

“비(非)장애우분들도 자주 들러 클릭해주세요. 여긴 돈도 안 받으니까요.(웃음)”(이태곤 편집장)

이 편집장의 말대로 ‘함께걸음’을 찾는 비장애인들도 많다. 장애인 문제는 곧 장애인 가족의 문제이고 장애인 이웃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 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임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매체 ‘함께걸음’에 실린 (함께걸음 편집실로) ‘오시는 길’ 안내는 다른 사이트의 길안내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사람을 위한 정보도 포함된 것.

‘함께걸음’ 오시는 길 - [교통편] 지하철 - 2호선 당산역 5번 출구(4번 출구-엘리베이터 있음)

“같은 곳에 오를 때 계단을 이용하면 장애우가 비장애우보다는 늦겠지요.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누구나 같이 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애는 사라지는 거지요.”(신용호 편집주간)

한 푼의 비용도 들지 않는 작은 배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안내 한 줄을 덧붙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돈’이 아닌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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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2008.05.20 636호 (p62~63)

김은지 자유기고가 eunji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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