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2

2008.04.22

천일염, 햇볕이 빚은 생명의 꽃

국산 소금 미네랄 풍부한 건강식품… 웰빙 포장 저나트륨 소금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 현혹

  • 함경식 목포대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장·‘소금, 이야기’ 저자

    입력2008-04-14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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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일염, 햇볕이 빚은 생명의 꽃
    음식은 안 먹어도 한동안 견딜 수 있지만 소금은 그렇지 않다. 소금을 먹지 않고는 며칠을 못 견딘다. 이렇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대체재가 없는 필수영양소이면서도 소금은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무시돼왔다.

    소금을 무조건 많이 먹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어떤 식품보다도 중요한 만큼 관심을 기울여 제대로 섭취하고, 이왕 먹을 것 좋은 소금을 먹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금에는 미네랄이 많다. 사실 미네랄은 20~3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큰 의미를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현대인의 미네랄 결핍이 급격히 증가하고 마땅한 미네랄 공급원이 없는 상황에서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소금은 건강에 긍정적인 구실을 한다. 이런 소금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당뇨병과 고혈압 걸린 사람에게 좋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소금에 미네랄이 함유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제염, 암염 등에는 미네랄이 없다. 우리가 섭취하는 소금은 80%가 가공식품으로부터 얻는데, 이런 가공식품은 대부분 정제염과 암염으로 만들어진다. 소금이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지게 된 것은 이렇듯 미네랄이 없는 소금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소금을 사용하느냐다. 최근 한 연구에선 한국산 천일염은 정제염보다 혈압을 훨씬 낮은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일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천일염 붐이 일고 있다. 소금의 효능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도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이 미네랄을 많이 함유할 것이라고 추측해 일반 소금과 구별짓는다. 천일염의 경우 포장지에 특별히 ‘Sea Salt’ 또는 ‘Mineral Salt’라는 표시를 한다.

    정제염·암염 등에는 미네랄 없어

    천일염, 햇볕이 빚은 생명의 꽃

    국내 최대 규모의 천일염 염전인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소금 수확을 위해 전통 소금장인들이 고무래로 소금을 걷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천일염이 생산지와 관계없이 성분이 비슷할 것이라고 여긴다. 과연 그럴까? 놀랍게도 비슷한 성분을 가진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이라도 생산지역과 생산방법에 따라 최종 생산물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과 같은 갯벌지형에서 매일 채취하는 천일염은 예외 없이 미네랄 함량이 높지만, 호주 멕시코에 있는 대규모 염전처럼 갯벌지형이 아니면서 1~2년에 한 번 채취하는 천일염은 미네랄이 거의 없다. 전 세계 대부분의 천일염이 후자에 속한다.

    천일염과 더불어 웰빙(참살이) 소금으로 인식돼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저(低)나트륨 소금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많다. 저나트륨 소금은 고혈압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나트륨을 염화칼륨(KCl)으로 대신한 것인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저나트륨 소금의 경우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28~62%의 염화칼륨을 함유한다.

    천일염, 햇볕이 빚은 생명의 꽃

    젓갈과 김치는 소금과 찰떡궁합인 우리 전통음식이다.

    인위적으로 어떤 특정 성분을 많이 섭취하면 인체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저나트륨 소금은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칼륨을 많이 섭취하면 잉여분은 신장에서 배출된다. 이 때문에 신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칼륨 배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액 중에 칼륨 농도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을 일으키고 근육마비, 심장마비 등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신장병 환자에게 칼륨이 많이 함유된 채소와 과일을 못 먹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 같은 신장병이 ‘침묵의 질환’이라는 점이다.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신장 기능이 상당히 손상된 경우다. 현재 신장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5억명 이상이지만 이 가운데 90% 정도는 자각증상이 없어 자신에게 이상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8년 3월 대한신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35세 이상 성인의 13.8%가 만성 신장병 환자이고 이 가운데 약 63%는 자각증상이 없는 1~2기 환자다. 특히 노인들은 신장 기능이 약해 65세 이상 노인의 50% 이상이 만성 신장병 환자일 정도다. 이 때문에 노인의 경우는 저나트륨 소금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나트륨 소금은 대부분 미네랄이 거의 없는 암염이나 정제염으로 만든 것이다. 즉 칼륨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 외에 미네랄이 부족하다는 또 다른 단점이 있다. 이처럼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저나트륨 소금은 몇 해 전 이미 일부 소비자단체가 문제제기를 하고 매스컴을 통해 방송됐음에도 여전히 포장에 경고문 하나 없이 웰빙 소금으로 판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유명 백화점에서 웰빙 소금 대접을 받으며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외국산 소금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필자는 국내에 수입됐거나 아직 수입되지는 않았지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외국의 유명 소금을 수집해 성분을 분석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외국산 유명 소금 대부분에 미네랄 성분이 거의 없고 염화나트륨 함량만 98% 이상이었다. 참고로 이 같은 염화나트륨 함량은 암염, 정제염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석 대상이던 약 40가지 소금 중에서 두 가지 소금만이 국내산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 소금들 모두 햇볕으로 결정을 만들지 않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가공해 엄밀한 의미에서는 천일염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외국산 천일염 중에서는 국내산 천일염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한다면 국내산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도 이롭다.

    건강한 식생활 위한 소금 활용법

    화학조미료 섞인 음식 섭취 땐 죽염 함께


    화학조미료와 인공첨가물은 소량이라도 섭취하게 되면 몸에 쌓여 세포 변이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화학조미료가 섞인 음식을 먹을 때는 죽염을 함께 먹는 게 좋다. 죽염이 화학조미료의 독을 중화시켜 몸에 미치는 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은 지방을 분해하고 독소를 중화시킨다. 육식이나 튀긴 음식을 요리할 때는 정제염 대신 미네랄 소금을 써서 식품 속의 트랜스지방을 중화시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채소는 반드시 미네랄 소금과 함께 먹어야 한다. 채소에는 다량의 칼륨이 함유돼 있는데 이 칼륨은 체내에서 나트륨과 균형을 이뤄야 생명유지 활동이 원활히 이뤄진다.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풍부해 속병 치료에 좋다고 알려진 무는 소금과 찰떡궁합이다. 무의 매운맛과 천일염이 만나 발효된 무김치는 위장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탁월하다. 림프샘 질환이나 폐질환, 신경쇠약증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되며, 이뇨작용도 뛰어나 노폐물 배설에도 효과적이다. [‘소금, 이야기’(동아일보사 펴냄)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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