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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우파 독주시대

커졌다, 더욱 세졌다 與 흔드는 ‘朴風 회오리’

한나라당 안팎서 박근혜계 60명 당선… ‘침묵의 정치’ 깨고 黨權 장악 나설까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커졌다, 더욱 세졌다 與 흔드는 ‘朴風 회오리’

커졌다, 더욱 세졌다 與 흔드는 ‘朴風 회오리’

18대 총선 다음 날인 4월10일 대구 달성에서 당선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역구를 돌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기간 내내 지지율 80%가 넘는 자신의 지역구에만 있었다는 것은 사실 ‘침묵의 정치’를 편 것이다. 그 침묵은 웅변이나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표가 회초리를 들거나 고성 한번 지르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은 공천을 반납하고, 어떤 사람의 지지율은 크게 흔들렸다. 박 전 대표의 침묵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공명을 일으킨 것이다.”

18대 총선 하루 전인 4월8일, 박 전 대표 최측근인 이정현 공보특보(한나라당 비례대표 22번)가 한 이런 얘기는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박풍(朴風)’은 예상보다 거셌다.

대구에서 출마한 홍사덕(서) 전 의원과 박종근(달서갑) 의원 등 친박연대 소속 후보 6명이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부산 김무성(남을) 의원 등 ‘친박 무소속연대’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후보도 12명이나 된다. 이처럼 한나라당 밖에서 살아남은 친박계 후보는 모두 18명에 이른다.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정당별 득표 현황을 살펴보면 박풍의 영향력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친박연대는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임에도 대구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홍사덕 전 의원이 출마해 당선된 대구 서구는 친박연대 득표율이 38%를 넘어섰다. 이 지역 한나라당 득표율과의 차이는 겨우 7%포인트 남짓.

영남서 선전 엄청난 정치적 공명



친박연대는 또 경북에서 23.5%, 부산에서 22.6%, 경남에서 18%의 지지표를 얻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인 영남지역에서 선전(善戰)을 넘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박연대는 서울(10.4%)을 비롯해 인천(10.8%)과 경기(11.4%), 강원(12.3%), 충북(12.3%), 제주(12.3%) 등 호남과 충청 일부 지역을 뺀 나머지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결국 친박연대는 전국적으로 모두 13.2%의 정당 득표율을 얻어 8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에 친박연대 측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당초 친박연대가 발표한 비례대표 순번은 15번까지였지만 당 안팎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3~5석으로 보는 게 대세였다. 총선 직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5% 전후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친박연대의 총선용 홍보자료에도 비례대표는 5번까지만 소개돼 있다.

친박연대 김노식 최고위원(비례대표 3번)은 “당내에서는 대외적으로 5번까지 당선 가능할 것으로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4번까지도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선거 당일 오후 6시 정각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MBC와 KBS는 공동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친박연대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5~7석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구 2~3석에 비례대표 3~4석으로 본 것. 하지만 최종 개표결과는 지역구 6석에 비례대표 8석 등 총 14석으로 출구조사와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박풍’보다는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 보여준 장관 인사 난맥상이나 한나라당 공천과정의 계파 나눠먹기 논란 등 정부와 여당의 오만해진 태도가 민심을 자극했다는 것. 다만 영남지역 정서상 통합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보다는 친박연대나 친박 무소속연대를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삼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총선과정이나 결과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선 기간 내내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애타게 기다린 것이 단지 민심의 견제심리를 잠재우기 위해서였을까. 전국적으로 아무런 지지기반도 없이 급조된 정당인 친박연대가 호남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두 자릿수 정당 득표율을 올린 이유는 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친박연대 송영선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기는 그렇고, 극단적으로 말해 어떤 사람을 두고 ‘친이(李)연대’ ‘친정(鄭)연대’를 만든다고 쉽게 먹혀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총선결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것이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송 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원칙을 지키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번 총선결과는 강한 것보다 옳은 것이 이긴다는 걸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도 “박풍이 이렇게 위력적인지 몰랐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전국서 두 자릿수 정당 득표율 올려

이제 관건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소속 당선자들의 한나라당 입당 여부와 방법이다. 벌써부터 이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가 합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한나라당과 당대당 통합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한나라당이 받아준다면 조건 없이 복당하겠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들의 입당이나 복당 허용 여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송 대변인은 이에 대해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는 출발점이 같기 때문에 종착점도 같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에서 시작해 박근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논란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당내 친박계는 30여 명.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소속 당선자들이 모두 입당할 경우 친박계는 60명 정도로 확대된다. 박 전 대표가 또다시 당권 장악에 나설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 특보는 “(박 전 대표가) 총선기간 동안 보여준 침묵의 정치가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조만간 침묵을 깨고 키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간동아 2008.04.22 632호 (p36~37)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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