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7

2008.03.18

‘바다 위 비행장’ 보는 이마다 감탄 절로

부산 입항한 美 핵추진 항모 니미츠함 탐방기 … 함령 30년 넘어도 위용 여전

  • 김지훈 군사평론가 ktx111@dreamwiz.com

    입력2008-03-12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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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 비행장’ 보는 이마다 감탄 절로

    예인선들의 도움을 받아 해군작전사 부두에 접안하는 니미츠 항모.

    2월28일 세계 최대 항공모함 니미츠(CVN-68)함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에 입항했다. 해작사 부두엔 다른 외국 함정들도 들어와 있었다. 페루 해군의 1만3000t급 실습선 몰랜도함과 미 해군 순양함인 프린스턴함, 구축함인 폴 존스함이 정박해 있었다. 니미츠 항모는 항구 맨 끝에 정박했다.

    이 항모는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해군 원수 체스터 윌리엄 니미츠(Chester William Nimitz)의 이름을 따서 1972년 ‘핵추진’으로 건조됐다. 함령(艦齡)은 30년이 넘었지만 니미츠 항모의 위용은 웅장했다.

    맨 먼저 방문한 곳은 비행갑판 바로 밑의 격납고. 격납고에선 니미츠 항모와 순양함, 구축함 그리고 니미츠 항모에 탑재한 항공기를 지휘하는 테리 블레이크 해군 소장(제11항모전투단 사령관)과 니미츠 함장인 마이클 매너지어 대령이 환영인사를 하고 취재진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이어 항공기를 올리고 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넓은 엘리베이터는 많은 사람들이 탔는데도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투기,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수십 대 실려

    비행갑판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항공기는 F/A-18 전투기. 니미츠함에 실린 44대의 F/A-18 중 24대는 최신형인 슈퍼호넷(Super Hornet)이고 나머지는 구형 호넷이다. 슈퍼호넷은 공기흡입구가 직사각형이고 호넷은 둥근 모양이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44대의 F/A-18 가운데 12대는 적 전투기와 싸우는 공중전 임무를, 나머지 32대는 지상공격 임무를 수행한다.



    ‘바다 위 비행장’ 보는 이마다 감탄 절로

    프라울러와 호크아이-2000, F/A-18, 헬기 등이 주기(駐機)해 있는 니미츠 항모의 비행갑판.



    ‘바다 위 비행장’ 보는 이마다 감탄 절로

    항모는 공간이 좁기 때문에 항모에 내린 F/A-18 전투기는 날개를 접어 올린다.

    비행갑판 한가운데에는 수색/구조 헬기인 HH-60H가 있었다. 니미츠함 활주로는 지상 공항의 활주로보다 짧아 방심하면, 착함(着艦)하는 항공기는 활주로를 넘어 바다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한 사고가 났을 때 재빨리 이함(離艦)해 바다에 떨어진 조종사를 구해내는 게 바로 수색/구조 헬기다.

    전자전기인 EA-6B 프라울러와 조기경보기인 E-2C 호크아이-2000 항공기도 눈에 띄었다. 프라울러는 방해전파를 쏴 적의 레이더망을 교란하는 항공기다. 프라울러 덕분에 니미츠함에서 이함한 지상 공격기들은 안전하게 적진으로 침투할 수 있다. 호크아이-2000은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다.

    니미츠함이 적국을 공격하게 되면 전투기들과 프라울러, 호크아이-2000이 차례로 이함한다. 호크아이-2000은 고공에서 아군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날아오는 적기를 확인한다. 호크아이-2000에 실린 레이더는 슈퍼호넷에 탑재된 레이더보다 훨씬 탐지거리가 멀다. 따라서 슈퍼호넷이 볼 수 없는 원거리의 적기를 발견해 알려줄 수 있다. 호크아이-2000의 정보를 받은 공대공 슈퍼호넷은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한다. 적기에 실린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짧아 적기는 슈퍼호넷을 발견하지도 못하고 격추되는 것이다.

    공대공 슈퍼호넷이 적기를 일소하면 그때부터는 프라울러와 공대지 슈퍼호넷이 주인공이 된다. 프라울러가 강력한 방해전파를 쏴 적국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사이 공대지 슈퍼호넷이 침투해 폭탄이나 대지(對地) 미사일로 주요 목표물을 파괴한다.

    이들이 작전을 끝내고 귀환하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던 공대공 슈퍼호넷과 호크아이-2000이 추적해오는 적기가 없는지 확인하며 유유히 니미츠 항모로 돌아가는 것이다. 니미츠함이 부산에 입항한 건 연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독수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퇴역 예정 키티호크 이어 한반도 배치 가능성 높아

    미 해군은 니미츠와 같은 형의 항모를 9척 실전 배치했고 한 척은 건조 중이다. 니미츠 항모는 최대 85대의 항공기를 실을 수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것은 이러한 항공력을 투사할 수 있는 항공모함을 전 세계로 파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관할하는 미 7함대는 재래식인 키티호크 항모를 갖고 있는데, 키티호크는 작전수명을 다해 조만간 퇴역할 예정이다. 키티호크의 후속함으로는 니미츠급 항모가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키 리졸브 훈련 개최를 비난한 것은 니미츠함이 가진 능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니미츠 항모 제원
    ‘바다 위 비행장’ 보는 이마다 감탄 절로
    활주로 길이 332.9m 너비 76.8m 근무인원 6000여 명
    평시 탑재 항공기 수 60대(유사시 85대로 증강) F/A-18 전투기 44대
    E-2C 호크아이-2000

    조기경보기 5대
    EA-6B 프라울러 전자전기 5대
    SH-60F 대잠(잠수함 공격용)

    헬기 4대
    HH-60H 수색/구조 헬기 2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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