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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행동역량 진단 창시자 단 해리슨 박사

“성격? 직무적성 맞아야 성공한다”

“기업은 적재적소 인재 배치 후 지속 관리를”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성격? 직무적성 맞아야 성공한다”

“성격? 직무적성 맞아야 성공한다”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인 1184명에게 물었다. 41.4%의 직장인이 ‘신중한 적성 파악과 진로 선택’이라고 답했다. ‘학과 공부에 매진’하거나 ‘취업 준비를 일찍 시작하겠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조언도 ‘적성 모르면 후회한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부터 찾아라’(19.5%)가 ‘영어 등 외국어 하나는 완벽하게 해둬라’(19.3%)보다 약간 높았다.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아 퇴직할 정도로 직장인 이직 문제가 심각하다. 이직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손해이기 때문에 요즘은 기업마다 멘토링 제도 도입, 해외연수 기회 부여, 최고경영진과의 대화 등 이직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직원 개개인에게 각자의 적성에 맞는 역할을 부여한다면 이직률을 더 끌어내릴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해리슨 어세스먼트(Harrison Assessment·이하 HA)는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 행동역량 진단도구다. 1990년 개발돼 현재까지 2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진단을 받았다.

이직률 낮추기 첫발은 나가지 않을 사람 고르는 것



최근 한국리더십센터는 HA를 개발한 당사자이자 해리슨어세스먼트인터내셔널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단 해리슨(Dan Harrison·58·사진) 박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직후 그를 만났다.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인 그는 조직심리학 박사로 30년간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HA를 개발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이직률 때문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문제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직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고급 인재 보유 및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기업이 사람을 뽑아놓고서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애쓰는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처음부터 나가지 않고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미 채용했다면,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해 회사를 떠날 마음이 생기지 않게 잠재 역량을 개발해줘야 한다.”

HA가 측정하는 것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직무적성’이다. 해리슨 박사는 “개인의 성격과 직무환경에서 드러나는 특성, 기질은 다르다”고 전제한다. 외향적 성격을 가진 사람 모두가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HA가 던지는 질문은 MBTI와 같은 성격심리검사와는 다르다. ‘나는 활동적인 편이다’라고 묻는 대신 ‘나는 외근하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묻는 식이다. ‘나는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의사결정 시 직관을 이용하는 것을 즐긴다’ 등 HA의 질문은 좀더 구체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성격 평가를 통해 적합한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내성적인 사람은 판매직에 맞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요즘 판매업종도 매우 다양하고 세분화돼 있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판매업무가 있을 수 있다.”

-직원마다 성과가 다르다는 점은 기업들의 주요 고민 중 하나다. 고(高)성과자와 저(低)성과자로 갈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자신의 직무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실제로 여러 해 동안 연구한 결과, 자신의 직업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성격? 직무적성 맞아야 성공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적격성(Eligibility)과 적합성(Suit-ability) 둘 다 고려해야 한다. 적격성이란 학력이나 경력 등의 자격요건을 말한다. 적합성은 해당 업무에 대한 관심, 태도, 열의 등을 일컫는다. 그런데 면접으로는 적합성을 알아내기 힘들다. 면접에서 ‘사실 이 일에 관심 없습니다’ ‘전 때때로 공격적입니다’라고 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적합한 업무가 결정돼 있다면, CEO가 될 만한 인재도 이미 결정됐다는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자질은 바꿀 수 있다. 사람의 가능성이란 무한한 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질은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CEO 타입과 거리가 먼 사람은 그만큼 더 힘들 것이다.”

HA는 현재 미국 유럽 호주 아시아 등 전 세계 600여 기업들에서 채용 및 직원 계발, 임원 선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코카콜라, HSBC, 캐세이패시픽, 보잉, 디즈니 등 우리 귀에 익숙한 세계 유수 기업들도 HA의 고객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는 정부 조직에서도 HA를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LG전자, 모토롤라, 현대오일뱅크, 하나금융그룹, 삼성테스코, 현대산업개발 등이 직원들의 경력 계발 등에 HA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리더십센터는 현재 개인에 대한 HA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곧 HA를 채용 도구로도 보급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HA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각 회사마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은 직원들의 리더십 계발 프로그램에 HA를 활용한다. 반면 캐세이패시픽은 채용 및 직원 계발에 활용한다. 채용에서 HA는 비슷한 직무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선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람의 가능성은 무한…부족한 점 채우면서 나아가야

해리슨 박사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다 중간에 심리학과 동양철학으로 진로를 바꾼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동양철학은 그에게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역설적 존재’라는 자각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역설적 측면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역설적 측면에 대해 설명해달라.

“인간의 의사결정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두 가지 핵심적 특징은 ‘분석적 성향’과 ‘직관적 성향’이다. 보통의 진단도구들은 두 가지 성향을 상호 대립적인 것으로 보고 좀더 강하게 드러나는 한쪽 성향을 선택해 대상자를 분석형 또는 직관형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보통 두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어느 한쪽이 강하게 드러나지만 스트레스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그와 정반대 성향이 드러날 수 있다.”

-구직 활동을 하기 전 직무적성을 미리 파악해놓는 것은 진로 개척에 도움이 되는가.

“물론 그렇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 진학 전에 자신의 직무적성을 파악해놓는다면 전공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호주의 고등학교와 싱가포르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HA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리슨 박사의 회사는 홍콩에 있는데, 그가 사는 곳은 천혜의 절경으로 유명한 중국 윈난성의 쿤밍이다. 등산을 좋아하고 쿤밍의 자연환경에 반해 살게 됐단다. 그는 스스로를 ‘글로벌 시티즌’이라고 칭한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 조언을 하는가.

“그게 대학시절 나의 고민이었다. 나는 수학을 잘했고, 수학자가 된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로 했고, 이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한 회사의 CEO로서 매일 수학적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말인즉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고 해서 잘하는 능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적성과 기질을 정확히 파악한 뒤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권하고 싶다.”



주간동아 2008.03.18 627호 (p26~27)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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