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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가자! 몽골로” … 자원 확보전 불 붙었다

국내 기업들 자원개발 투자 러시 … 현재 60여 곳, 최근엔 의류업체도 합류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가자! 몽골로” … 자원 확보전 불 붙었다

  •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수차례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분위기를 돋우자 정보기술(IT)기업과 의류업까지 우르르 몽골로 몰려가고 있다.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현지 사정과 사업성을 무시한, 게다가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그리지 않은 채 돛을 내건 무리수 행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번진 ‘몽골 앞으로’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가자! 몽골로” … 자원 확보전 불 붙었다
12세기 잠든 세계를 깨우고 평정한 칭기즈칸.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세기의 정복자를 배출한 몽골이 오랜 침묵을 깨고 무한한 잠재력을 발산하고 있다. ‘국민총생산(GDP) 기준 세계 경제 순위 152위.’ 칭기즈칸의 후예라고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이 나라에 한 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르는 대제국 건설, 당시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신기술의 발명, 즉 ‘무(無)’를 ‘유(有)’로 만드는 발상이 제국의 번영을 가져왔다면, 이젠 원천적이고도 태생적인 ‘유’의 존재가치가 몽골의 글로벌 경쟁력을 부쩍 높이고 있다. 부국(富國)들이 몽골에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미는 이유가 바로 막대한 지하자원인 것이다.

몽골은 구리 우라늄 유연탄 등 지하 광물자원 매장량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자원부국이다. 특히 전기전자, 통신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전반에 대량 이용되는 희토류(稀土類)금속과 희소금속의 매장량이 엄청나다.

최근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원자재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자원개발 불모지인 몽골이 새로운 자원 공급의 대안이자 타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여파는 한국에까지 고스란히 미쳐 ‘노다지’를 캐고자 하는 ‘몽골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몽골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세계적 추세가 되면서 정부와 경제·산업 분야 민간위원회 및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전면에 나섰다. 2월25일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도시개발 경험 전수를 약속하면서까지 공동 자원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결국 국내 기업이 몽골 자원개발에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몽골 정부가 협력하는 문제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앞서 2월23일엔 (사)동북아평화경제협회와 몽골 동북아협회가 몽골 경제개발 및 에너지 광물 자원개발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27만ha의 동몽골 개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로 했다. 또한 한국농촌공사의 현지 타당성 조사에 몽골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한국-몽골 간 우호적 교류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몽골 진출도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대한광업진흥공사를 포함해 약 60개 업체가 몽골에서 탐사권이나 개발권을 따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자원개발 등을 목적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몽골을 신흥 자원의 보고(寶庫)로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몽골 국토의 절반 이상에 대한 탐사 및 개발권이 외국 정부와 기업 등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공짜는 없다’는 말이 있듯, 아무리 몽골이 다른 자원보유국보다 개발이 더디다곤 해도‘무혈입성’을 장담할 수 있는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현지 사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몽골에서 최근까지 개발권이 허가된 광산은 4000~4500개 수준. 이 가운데 절반 이상, 그중에서도 알짜배기 광산은 중국이 거의 ‘입도선매’하다시피 했다. 이미 1940년대부터 몽골 자원에 눈독을 들인 러시아도 마찬가지.

“가자! 몽골로” … 자원 확보전 불 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은 2월26일 청와대에서 7개국 대표단과의 ‘취임 외교’를 통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이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몽 정상회담에서 공동개발 합의

미국과 일본도 1990년대에 몽골 전 지역에 대한 광물 탐사를 실시, 10년이 넘도록 개발의 사업성과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해놓고 실익을 챙기고 있다. 사업성에 대한 판단을 끝마치고 이동 수단 등 인프라 구축에 막바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특히 일본은 지난해 양국 정상합의에 따라 몽골 정부와 지하자원 개발 촉진을 목적으로 민간합동 협의회까지 구성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상하수도, 철도 부설 같은 인프라 개발은 물론,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 보호를 위해 몽골 국내법 정리 방안까지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몽골에 공항을 짓는 문제도 합의단계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들이 국내 정부나 기업 처지에서는 큰 벽이 아닐 수 없다. 몽골 자원개발에 상당히 소극적으로 참여해왔기 때문에 단시일 안에 자세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틈새시장을 치밀하게 공략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자원개발법인 일경프로퍼티의 행보는 의미가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희토류금속 확보전에 4년 전부터 집중 투자해온 것. 단순히 포괄적인 자원개발이 아닌 특정 자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장기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경프로퍼티는 최근까지 몽골 칼잔 부렉테이(Khalzan buregtei) 희토류 광산 개발권과 탐사권을 각각 두 곳씩 확보했다. 관계자들은 개발권 지역에서는 올 가을부터 원석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 회사는 최근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로 통합)로부터 희토류금속 탐사 비용에 대한 국고보조를 받았다.

김영순 일경프로퍼티 회장은 “현재 전량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희토류금속의 생산을 국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희토류금속의 전 세계 매장량 가운데 90% 이상이 중국에 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중국이 외국 자본의 광산개발권 보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가격도 급등했다”면서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산업 전반에 이용되는 희토류금속을 정부 차원에서 전략광물로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자! 몽골로” … 자원 확보전 불 붙었다

일경프로퍼티가 개발권과 탐사권을 따낸 몽골 칼잔부렉테이 광산지대 전경

중국이 광산 입도선매 … 우리는 그동안 소극적

희토류금속은 원자번호 57번 란탄(La)에서 71번 루테튬(Lu)까지 15개 원소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말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전략광물로 지정됐다. 주로 전자공업, 자석제조업, 유리공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TV 브라운관 형광체와 메모리 칩 등에도 응용되는 고부가가치 금속이다. 199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우리에겐 희토류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는 자원이다.

이처럼 국내 자본의 몽골 러시는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의 나눠 먹기식 자원개발 독점을 견제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다. 가장 큰 부작용은 광산개발 전문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닌, 자원개발과 관련 없는 기업들이 최근 사업목적을 갑자기 바꾸고 몽골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몽골 현지에서 국가 이미지와 신인도 추락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정보기술(IT)기업과 의류업체까지 몽골 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하면서 일부에서는 사업 추진 자체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들 기업이 몽골에 금광 등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시한 계획은 몽골 현지인과 지분을 나눠 법인을 세우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거나 몽골 금광개발에 관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겠다는 수준. 투자 자금이나 세부적인 사업계획안이 드러나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앞뒤 안 가리다 자칫 큰 화 부를 수도

더구나 이들 기업의 전문인력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한국지질연구원 김유동 책임연구원은 “최근 몽골 사업에 나선 일부 국내 기업들은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현지 자원매장량 자료 검토 등의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매장량을 잠재매장량으로 받아들이는 식의 심각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한광업진흥공사의 한 관계자는 “그간 국내 기업이 몽골의 자원개발에는 소극적으로 일관한 부분도 있지만, 자원개발과는 거리가 먼 전문성이 결여된 기업들이 개발을 명목으로 한몫 잡은 뒤 발을 빼는 문제는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 “만일 그런 사례가 줄줄이 터진다면 국내 다른 사업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꾀에 우리가 넘어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단언할 순 없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참여정부 초기 해외 유전개발 사업 붐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졌던 전례가 다시금 몽골 자원개발 러시 시점에서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몽골 앞으로’, 거창한 구호이긴 하지만 모호하다. 정말 모두가 노다지를 건질 수 있을지, 웃는 자와 우는 자가 함께 나올 수밖에 없는 서글픈 선택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8.03.18 627호 (p52~56)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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