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무협소설은 21C 콘텐츠 좀더 발전시켜야죠”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2-27 17: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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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협소설은 21C 콘텐츠 좀더 발전시켜야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이진원(39·한국예술학) 교수에게 무협소설은 ‘삶의 일부’라 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초·중학교 시절 만화에 빠져 살았던 그는 경기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무협소설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만화는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무협소설은 더 큰 상상과 환상이 가능하죠. 게다가 남성이라면 무림 고수가 되고 싶다는 로망 같은 게 있잖아요.”

    학창시절 시험기간에는 “자신에게 상을 주듯” 시험 볼 교과서를 독파하면 그 분량만큼의 무협소설을 읽었으며, 무협소설 집필을 시도했다가 “문학적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한 경험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퉁소의 매력에 빠져 음악으로 전공을 바꾼 뒤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중앙음악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음악에 빠져서 결국 전공까지 바꿨죠. 그런데 이 또한 무협지의 영향을 받은 듯해요. 무협소설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고수가 많이 나오거든요.(웃음)”

    지금도 일주일에 3, 4질의 무협소설을 읽는다는 이 교수는 200질 정도의 무협소설을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그는 한국무협소설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한국무협소설사’(채륜)를 출간한 것.



    “마흔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무협소설에 빠져 살고, 무협소설사까지 낸다고 하니 한심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웃음) 하지만 대중문학의 하나로 무협소설이 연구돼야 한다는 긍정적인 말씀도 많이 들었죠. 무엇보다 무협소설은 저에게 의미 있는 분야라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한국무협소설사’에는 한국무협소설의 시작, 전개, 현황이 정리된 한편, 중국과 대만의 무협소설 번역 현황, 문화 콘텐츠로서 무협소설의 가능성도 모색돼 있다. “21세기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우리만의 서사를 찾는 시대”라고 말하는 이 교수는 무협소설에 그 해답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무협소설에는 공상과학(SF), 추리, 공포, 판타지, 애정 등 복합적인 요소가 담겨 있어요. 무협소설이야말로 21세기 문화산업을 주도할 문화 콘텐츠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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