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강금실, 明馬사냥 첨병 될까

야권, 한나라당 독주 저지 위해 지도부 전략공천 지역 출마로 가닥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02-27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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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금실, 明馬사냥 첨병 될까

    통합민주당 전략공천 지역 후보로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강금실 전 장관.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총선 출마자들의 기세가 무섭다. ‘이명박(李明博)’의 이름을 앞세운 이른바 ‘명마(明馬)’들이다.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 4당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을 잡지 못하면 몰락할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미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은 동력(動力)을 상실한 상태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정도만이 한나라당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먼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친 통합민주당의 총선 기상도는 최악이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우세를 점칠 수 있는 지역이 6~8곳에 그치기 때문이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광주와 전라남·북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수모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최소 60석, 최대 80석 정도밖에 얻지 못하라리는 예상이 정치권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통합민주당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 우세지역에 대한 ‘명마’들의 거센 도전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통합민주당 서울서 우세 또는 박빙 지역 10개 정도뿐

    현재 통합민주당 측이 서울지역 49개 선거구 가운데 우세 또는 박빙 지역으로 분석한 곳은 동대문갑, 중랑을, 도봉갑·을, 노원을, 구로갑·을, 관악갑·을, 강북갑 등 10개 정도다. 추미애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여기에 광진을 정도를 추가하는 수준이다.



    이들 선거구 가운데 노원을에서는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우원식 의원을 상대로 출사표를 던졌고, 중랑을에선 진성호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이 5선의 김덕규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다.

    또 호남 출신과 저소득층이 많아 통합민주당의 텃밭으로만 여겨지던 구로갑·을에도 이범래 변호사와 조은희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구로갑 이인영 의원이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김한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무주공산이 된 구로을은 마땅한 후보를 서둘러 찾아야 할 판이다. 관악갑의 유기홍 의원은 김성식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고양 일산갑의 한명숙 전 총리는 백성운 대통령직인수위 행정실장, 고양 덕양을 최성 의원은 경윤호 전 한나라당 선대위 조직지원팀장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위력적인 이유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45~50%대를 유지하는 반면, 통합민주당은 15%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대표급 선수들이 전략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고위 당직자는 “수도권에서 한 석이 아쉬운 판에 지도부가 격전지에 가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지도부의 지역구 출마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결국 당 지도부는 일부 지역을 전략 공천지로 정하고 직접 출마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손 대표는 경기 광명과 수원 권선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서울 서대문을과 구로을이 출마 예상지역으로 거론된다. 서대문을에서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 구로을에서는 조은희 전문위원과 맞붙어야 한다. 강 전 장관도 명마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전략 공천지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도 자신들의 텃밭을 넘보는 명마들을 잡기 위한 묘수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월20일 충청권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충청권은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의 대충돌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 전 총재가 어느 지역구에서 출마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총재는 연고지인 충남 홍성·예산 출마가 점쳐졌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 전 총재가 충남보다 취약한 충북에서 출마해 충청권 석권의 디딤돌 구실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총재의 청주 상당 출마설은 그래서 나왔다.

    세 명(상당, 흥덕갑·을)의 의원을 배출하는 청주에서 뛰는 한나라당의 ‘명마’로는 송태영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부대변인(흥덕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서울시 대변인이었던 김병일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흥덕갑)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각료 후보로 유력시되다가 총선 출마 쪽으로 방향을 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청주 출마설도 제기되는데, 윤 전 장관과 이 총재가 청주 상당에서 조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주 흥덕을에서도 오효진 전 청원군수가 자유선진당 간판으로 ‘명마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주가 ‘자유선진당과 명마의 최대 격전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 취약한 충북 출마설 솔솔

    자유선진당의 5선 정치인 강삼재 최고위원과 영화배우 심은하 씨의 남편 지상욱 대변인이 서울에서 명마와 승부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성북갑 현역인 자유선진당 유재건 의원은 ‘명마’인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세 번째 대결을 벌인다. 조순형 의원은 충청권 출마설이 나돌았지만, 과거 자신의 지역구인 강북을에 출마하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각개전투에 나선 이들도 있다. 대구 수성을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서는 유시민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대변인을 지낸 ‘명마 중의 명마’ 주호영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노회찬 의원과 함께 진보신당 창당에 나선 심상정 의원은 유 의원의 대구행으로 무주공산이 된 경기 고양 덕양갑에 출마한다. 노 의원의 지역구는 노원병이다.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9 총선. 과연 야당이 명마들의 도전을 이겨내고 한나라당의 독주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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