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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는 춤판 ‘오페라 무도회’

오스트리아 국가 공식행사 TV 생중계 … 관광수익과 홍보효과 ‘빈市’ 명물로

  •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경제 살리는 춤판 ‘오페라 무도회’

유럽인에게 1, 2월은 이래저래 우울한 시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들뜬 분위기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선물 사느라 그어버린 카드빚과 잦은 파티로 늘어난 체중뿐. 이러한 ‘총체적 겨울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범국민적 행사가 있으니, 바로 ‘카니발’이다.

가톨릭교회에서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에 시작돼 부활절 전날까지 총 40일간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술은 물론, 육식도 철저히 금지된다. 중세인은 이 힘든 사순 기간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마음껏 먹고 마시며 춤추는 카니발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래서 이 기간 도시 곳곳에서는 무도회와 가면파티가 열리고, 길거리에서는 살구잼이 들어간 카니발 케이크를 행인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기도 한다.

가진 자들 부 과시 허영의 잔치 비판도

오스트리아 카니발의 정점은 매년 사순절 시작 전 주 목요일에 열리는 오페라 무도회(Opernball)다. 왈츠의 도시 빈의 오페라 무도회는 일종의 국가 공식행사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며,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에까지 TV로 생중계된다.

1814년 나폴레옹 몰락 이후 유럽대륙의 재편성을 위해 열린 빈 회의 당시 사교계에서 시작됐다는 이 대규모 무도회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잠시 중단됐다가 전쟁이 끝난 후인 1956년 다시 시작됐다. 매년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이 무도회의 정점은 약 180쌍의 남녀 젊은이들이 추는 사교계 데뷔 왈츠다. 과거 만 18세가 되는 귀족 자제들은 이런 무도회를 통해 사교계 데뷔, 즉 공식적으로 결혼할 연령이 됐음을 알렸다고 한다.



과거에 귀족들만의 문화였던 오페라 무도회는 오늘날 정치인, 유명인 등 ‘있는 집안’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그러나 입석 입장료만 230유로(30만원), 위층에 앉아서 편히 구경할 수 있는 작은 방은 1만6000유로(2000만원)에서 최고 3만7000유로(5000만원), 게다가 안에서 파는 맥주 한 잔이 7유로(1만원), 샴페인 한 병에 280유로(37만원)까지 하니 서민이 놀 수 있는 물은 아니다.

빈부 격차가 심하지 않은 오스트리아에서 소위 있는 사람들은 이날을 자신들의 부를 한껏 과시하는 기회로 이용한다. 오페라 무도회에 참석하는 여성들이 입은 디자이너 드레스의 총 액수가 약 300만 유로(40억원)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며, 이 여성들이 몸에 착용하는 보석의 총계는 아예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전해진다.

있는 자들만의 허영의 잔치를 집어치우라는 목소리도 있다. 바로 1987년 시작된 ‘오페라 무도회 반대 데모’다. 이들은 아직도 기아에 죽어가는 제3세계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상류층 축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으며 매년 오페라 무도회가 열리는 시간에 시가행진을 벌인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빈 오페라 무도회의 총 수익금은 연간 약 350만 유로(45억원), 이 가운데 순수익은 약 100만 유로(약 13억원)다. 그러나 빈 무도회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약 1000만 유로(130억원)의 관련 관광수익과 홍보효과라는 이중 효과를 얻는 빈시(市)라고 한다. 말은 많지만 어쨌거나 ‘경제를 살리는’ 춤판인 것이다.



주간동아 2008.03.04 625호 (p30~30)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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