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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저가항공기 해외로 힘차게 날 수 있나

‘2만 회 이상 국내선 운항’ 버티기가 관건, 무한경쟁 돌입 조만간 우열 극명히 갈릴 것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뜨는 저가항공기 해외로 힘차게 날 수 있나

뜨는 저가항공기 해외로 힘차게 날 수 있나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우리가 그런 것(저가항공사)을 왜 하느냐”(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며 저가항공사업 진출을 부인하던 아시아나항공이 2월14일 신생 저가항공사인 부산국제항공에 230억원을 투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저가항공시장은 비행기를 띄우기도 전에 그야말로 박빙의 경쟁전(戰)에 돌입했다.

현재 국내 저가항공시장은 기존의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에, 에어코리아(대한항공 자회사) 에어부산(부산국제항공의 새 이름) 영남에어 중부항공 서울항공 퍼플젯에어라인즈 이스타항공 대양항공 인천타이거항공 대청항공 등 12개 업체가 뛰어든 상태다. 국내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저가항공사들도 대여섯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우리나라 국민도, 단돈 몇 유로의 비행기삯을 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떠나는 유럽인들처럼 저가항공사를 입맛대로 골라 타고 ‘가볍게’ 해외여행을 떠나게 될까.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가 ‘국내선 2년, 2만 회 이상 무사고 운항’을 한 항공사에만 국제선 취항을 허가한다는 기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005년과 2006년 각기 국내선에 취항한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은 올 여름 건교부 기준을 충족시키자마자 국제선을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나머지 저가항공사들 대부분은 법인 설립 단계에 머물고 있어(표 참조) 2011년이 지나야 진정한 ‘저가항공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생 저가항공사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부산에 기반을 둔 영남에어다. 부정기 운송면허를 취득한 영남에어는 현재 운항증명(AOC)을 받기 위해 시험비행 중에 있다. 109인승 제트기 Fokker100을 1대 보유한 영남에어는 2대를 추가로 도입해 이르면 3월 말부터 김포~부산, 김포~제주 노선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저가항공사들은 법인 설립을 마친 수준으로 운송면허 취득, 항공기 및 항공인력 확보 등을 위해 뛰고 있다.



국내 12개 업체 … 외국 업체도 5~6곳 진출 타진

그러나 저가항공사들이 국제선을 띄우기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항공사의 기본 뼈대인 항공기와 항공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세계 항공 수요 때문에 항공기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항공인력도 기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저가항공사들의 항공기 확보가 늦어지고 있으며, 항공인력을 서로 뺏고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신생 저가항공사의 관계자는 “다른 신생 저가항공사에서 조종인력을 빼왔는데, 그중 몇 명이 다시 대형 항공사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아예 외국인 조종인력 채용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몇몇 저가항공사는 ‘과연 국내선 취항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인천시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의 제휴로 추진되고 있는 인천타이거항공의 경우 항공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현행 항공법은 외국인의 국내 항공사에 대한 ‘사실상 지배’를 금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가 항공사업 경험이 전혀 없으므로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항공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진입은 세계 각국에서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한편 선거용이나 투자 유치 목적으로 ‘저가항공사 법인만 설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업체들도 있다. 저가항공업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모 인사는 “4월 총선을 의식하고 법인 설립만 해둔 게 아닌가 의심되는 업체도 있으며, 해외 저가항공사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데 더 많은 뜻이 있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국내 취항까지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 해도 국제선 취항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실적으로 국내선 운항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선 2만 회 운항 달성’까지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리라 전망된다. 문제는 자본력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자본력이 있는 회사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조만간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저가항공사의 관계자는 “3대의 제트기로 하루 24회 운항한다고 가정했을 때, 2만 회 운항까지 3년 반 이상이 걸리며 적자만 해도 700억~8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인터넷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 대표를 지낸 이수형 씨가 설립한 퍼플젯에어라인즈는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사업 연기를 결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가가 급등하고 항공기 가격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다수의 저가항공사들이 국내선에서 출혈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제선 취항 기준 과하다 vs 최소한의 안전기준”

이런 형편 탓에 저가항공업계에서는 건교부의 국제선 취항 기준이 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기업규제 철폐에 확고한 의지를 가진 새 정부가 건교부 기준을 완화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건교부는 “국내선보다 국제선에서 항공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국제선 취항 기준은 항공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현재 10여 개의 신생 항공사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곤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항공업체 수가 극히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필리핀이 50개, 대만과 싱가포르가 20개 이상의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세계 9위의 수송 수요를 가진 우리나라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한성항공 등 4개 항공사만 항공 사업을 하고 있다. 저가항공사가 대거 생겨나는 요즘 상황에 ‘난립’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전장을 내민 저가항공사들 중에서 ‘한국의 라이언에어’라고 불릴 만한 튼튼한 저가항공사가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뜨는 저가항공기 해외로 힘차게 날 수 있나
첫 해외 취항지는 일본 규슈 유력



국내 저가항공사의 첫 해외 취항지는 일본 규슈가 될 듯하다. 7월 해외 취항을 목표로 삼은 제주항공과 한성항공이 첫 해외 취항지로 규슈를 검토하고 있는 것. 규슈까지의 항공료는 30만~40만원대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50~80%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15분 비행거리에 있는 규슈는 온천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복합쇼핑센터 캐널시티가 자리한 후쿠오카, 17세기 네덜란드를 재현한 마을 하우스텐보스, 일본 최대 용출량을 자랑하는 온천 지역 벳푸, 다수의 골프장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한성항공 이성주 부사장은 “좀더 저렴한 항공편의 등장으로 해외관광 인구가 증가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8.03.04 625호 (p24~25)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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