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3

2017.01.25

스포츠

농구와 배구의 향연 설 연휴가 뜨겁다

치열한 선두싸움 중인 프로농구·배구, 관전 포인트는?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7-01-23 18: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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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1월 27~30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겨울에는 국내 양대 프로스포츠라 부르는 야구와 축구 대신, 실내 스포츠인 농구와 배구가 스포츠팬을 즐겁게 한다. 올 시즌은 우리은행의 독주체제가 굳어진 여자 프로농구를 제외하고 남자 프로농구, 남녀 프로배구가 뜨거운 순위 경쟁을 펼쳐 더욱 눈길을 끈다. 농구와 배구를 중심으로 설 연휴를 좀 더 풍성하게 할 스포츠 이벤트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남자 농구, 삼성·KGC·오리온의 3강 구도?

    삼성그룹은 2014년 4월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프로축구 수원삼성블루윙즈의 모기업을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꿨다. 같은 해 9월에는 남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서울 삼성)를, 2015년 6월에는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했고, 2015년 말에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까지 제일기획에 이관했다.

    종목을 불문하고 각 리그 상위권에 머물던 삼성 소속 구단은 제일기획 그늘로 들어간 뒤 차츰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원삼성은 지난해 처음으로 스플릿 라운드에서 그룹B(7~12위)로 떨어지는 아픔을 맛봤고, 2015년 KBO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는 2016년 10개 팀 중 9위로 곤두박질쳤다. 2014~2015시즌 등 한동안 우승을 도맡아 하던 삼성화재 블루팡스도 지난 시즌 3위로 내려앉은 뒤 2016~2017시즌은 하위권에 처져 있다.  

    예외가 있다. 바로 서울 삼성이다. 서울 삼성은 2014~2015시즌 최하위를 기록했고, 2015~2016시즌에는 5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개막해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2016~2017시즌이 이미 반환점을 돈 가운데 서울 삼성은 1월 16일 현재 22승8패, 승률 0.733으로 1위를 달리는 등 KGC, 오리온과 함께 남자 프로농구 3강 구도를 이끌고 있다. 제일기획이 다른 종목 투자는 줄이면서 남자 프로농구에만 전략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일까. 물론 아니다. 한 농구인은 서울 삼성의 선전에 대해 “이상민 감독이 초보 사령탑 티를 완전히 벗었고, 선수 구성이 워낙 좋다”고 설명했다. 서울 삼성은 선두 팀답게 전력이 막강하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 두 외국인 선수의 골밑 파워가 리그 최강을 자랑한다. 여기에 김태술, 김준일, 임동섭, 이관희 등 토종의 힘이 어우러져 전반기 한 차례 6연승과 두 차례의 5연승을 내달리며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추격자 KGC도 만만치 않다. 이정현과 오세근 등 걸출한 토종 선수 2명이 중심을 잡으며 공수에서 탄탄한 짜임새를 갖췄다. 오세근은 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는 등 물오른 감각을 뽐내며 ‘제2 전성기’를 열었다. KGC는 얼마 전 수비의 핵 양희종이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하면서 삼성을 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친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은 뜻하지 않은 부상의 덫에 고전하고 있다. 개막 전 전문가들이 뽑은 ‘우승 1순위’였던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부상으로 한 달여간 전력에서 이탈했고, 그가 돌아오자 또 다른 주포 이승현이 빠져나갔다. 발목 부상을 당한 이승현은 빨라야 2월 중순에나 복귀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리온은 1위 탈환보다 버티기가 오히려 현실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세 팀은 묘하게 설 연휴 기간 맞대결이 없다. 하지만 설 연휴까지 세 팀의 성적 그래프를 지켜보면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향방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혼전 중인 남자 프로농구와 달리 여자 프로농구 우승 경쟁은 일찌감치 우리은행 독주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오히려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부천 KEB하나은행의 자존심을 건 2위 싸움이 볼만하다. 올스타브레이크 직전 5연승에 성공한 삼성생명은 임근배 감독이 강조하는 탄탄한 수비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무장한 KEB하나은행은 기복이 심하다는 약점을 지녔지만, 한번 힘이 붙으면 무서운 파괴력을 과시해 2위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남자 배구, 4팀의 안갯속 선두싸움

    10개 팀이 각축을 벌이는 남자 프로농구와 달리 남자 프로배구는 7개 팀이 실력을 겨루는데, 선두권이 4팀에 이른다. 1월 16일 현재 22경기를 치른 대한항공 점보스가 승점 43으로 1위, 나란히 23경기를 치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우리카드 위비가 각각 승점 43, 40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4위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승점 39)까지 ‘우승 가능권’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4개 팀의 경쟁은 간판스타의 운명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포들의 면면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 에이스는 1983년생으로 올해 서른다섯 살이 된 김학민이다. V-리그 최고 수준의 점프력과 체공시간을 앞세운 빼어난 고공강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월을 거스르는 노장의 활약에 대한항공은 시즌 중반 이후 더 힘을 내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간판은 지난 시즌 MVP를 차지한 문성민이다. 주장 2년 차인 문성민은 선수단 리더 구실뿐 아니라 시즌 내내 큰 활약을 펼치며 실력으로도 동료들을 이끌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전광인이 중심에 서 있다. 전광인은 온몸을 쥐어짜듯 때리는 호쾌한 스파이크가 강점이다. 세 팀은 토종 선수들이 간판 구실을 하지만 우리카드의 중심은 21세 최연소 외국인 선수인 크리스티안 파다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우리카드가 시즌 중반 이후 가파르게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파다르의 힘이 크다. 첫 시행된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꼴찌에 대한 보상으로 최다인 20개의 구슬을 넣고 지명권을 추첨했지만 불운으로 5순위까지 밀려났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선수가 파다르였는데, 파다르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시간이 갈수록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독주가 계속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나날이 성장하는 에이스’ 이재영이 코트에서 존재감을 폭발하며 순위표 맨 위에 올라 있다. 나란히 인천을 연고로 하는 인천 대한항공과 인천 흥국생명 ‘인천 남매’의 선전 여부도 설 연휴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흥국생명의 독주체제를 위협할 후보로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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